요즘 저는 딸네 집에서 딸이 지어준 밥을 먹고 딸네 집 스케줄을 따라 삽니다. 딸이 섬기는 교회에 같이 나가 예배를 드리고 딸이 사는 동네를 산책하고 딸이 다니는 시장(월마트)엘 같이 갑니다. 물론 난 아직 이 미국 생활이 생소합니다. 옆집 아저씨나 앞집 아줌마의 얼굴색의 차이도 그렇고 한 마디씩 건네는 이웃사람과의 언어소통이 그렇고 너무나 조용한 주위환경이 그렇습니다. 또한 우리의 젊은 날, 나의 신혼 시절과 너무나 다른 딸 부부의 예쁜 삶을 보면서 “우린 헛살았어...”하는 아쉬움을 갖기도 합니다.

기성세대가 된 거의 모든 부부의 젊은 날이 그랬듯이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일주일 만에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완고한 산촌 작은 교회를 찾아가서 전도사 노릇, 사모 노릇을 시작했고, 부부 사랑의 낭만과 신혼의 달콤함 보다는 사명이니 사역이니 하는 말에 주눅 들어 젊음을 보냈는데, 우리 딸네 부부는 참으로 향기로운 젊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으로 지나간 젊은 날을 아쉽게 돌아봅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자유분방한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젊은 교수이면서도 직장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고 가정을 돌보는 여유,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다시 책상에 붙잡혀 있지도 않고 집안일을 돌보고 아내의 불편을 덜어주려고 애를 쓰는 여유로운 사위를 보면서 늘 설교니 사역이니 종종걸음으로 살아 온 나의 젊은 날과 너무나 다른 그의 여유로움에 젊음을 여유 있게 보내지 못한 나의 조급했던 젊은 목회자 시절을 떠 올립니다. 사위도 딸도 각자가 자기 일이 있고 전공분야가 서로 다른데 오랜 미국생활에 익숙한 사위나 이제 미국생활을 시작하는 딸도 아무런 문화적 차이도 없이 서로를 인정하며 그렇게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기특함을 넘어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사랑의 가족, 행복한 부부, 아름다운 가정,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 정말로 간단한 원리로 가능함을 봅니다. 그건 연구하고 훈련해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렇게 어려운 방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원하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행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저절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미 성경에서 행복한 가정과 부부생활의 비결을 배워서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교회를 위하여 자기 생명을 주심 같이 남편은 생명을 바쳐서 자기 아내를 사랑하면 되고, 교회가 그리스도께 복종하듯이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하고 존경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참된 존경과 참된 사랑이 없이도 행복하려고 하는데 있습니다. 행복은 누가 어느 날 갑자기 거저 갖다 주는 요행으로 얻는 선물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가정에 사랑과 존경이 가득하다면 환경이나 여건과 관계없는 삶의 기쁨과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가정생활에서 “아내의 깊은 필요는 사랑이며, 남편의 깊은 필요는 존경”이라는 사실만 알면 됩니다. 당신의 아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사랑이고 당신의 남편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존경이라는 성경의 교훈을 따르기만 하면 풍성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여유는 자신감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하나님의 질서를 따르는 삶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산다는 자부심만으로도 우리는 당당할 수 있습니다.

가정주간입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지만 그러나 행복을 잃어버린 모든 가정이 이 찬란한 5월에 행복한 가정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서의 우리의 짧은 시간들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라는 원칙만 지킬 수 있다면,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가 진심으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우린 누구나 행복할 수 있도록 창조하셨고 또 그렇게 살도록 도와주십니다. 남편들이 ‘아내 사랑’을 회복하고, 아내들이 ‘남편 존경’을 회복한다면 우린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5월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