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피어나는 궁금증,
나는 왜 개나리를 멀리하게 되었을까?

어릴 적 개나리는 내 봄의 전부였다.
개나리는 봄이었고 봄은 개나리였다.
진달래와 함께.

그 노오란 빛깔은 노란 저고리까지
좋아하게 하였고 그 노오란 빛깔은
노란 색을 최고로 여기게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개나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개나리는
내 맘에서 사라져버렸다.

모두들 여전히
어머, 개나리! 하는데
나는 개나리를 배신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상한 것은
왜 내가 개나리를 버렸는지 모른다는 것.

오늘 진해로 내려가며
내 배반의 이유를 알았다.
시골가의 개나리
아, 저 여인,
그건 분명 나의 옛 여인 개나리!
잃어버렸던 그 봄이었다.

노오란 저고리 노오란 손길들
노오란 담장 노오란 손수건
단색 노랑의 혁명
단번에 봄을 칠하는 자연의 힘

내가 개나리를 버린 것은
도시의 개나리가
노랑을 잃어버렸기에.
도시의 개나리는
이미 개나리가 아니었다.

그건 사이비,
개나리이나 노랑이 희미한
변색된 여인
공해에 찌든 그냥 노리끼리한 꽃.

그러나 시골가의 개나리
수줍은 시골 여인,
벚꽃을 보러간다만은
마음은 너에게 빼앗겼다.
순박한 노란 여인에게.

그래서 그랬구나
진달래가 여전히 내 맘에 있는 것은
산 속에 있으며
그 빛깔 여전하여 …….
개나리, 이제 도시에는 개나리가 없다.

개나리와 진달래
어릴 적부터
내 봄의 단짝이었으나
개나리는 서울에서 죽었다.
그것들은 사이비다.

이제 개나리는 시골 꽃이다.
그 강렬한 깨끗한 노랑
도시의 개나리는 사이비다.
개나리,
그 개나리가 시골길에서 웃고 있었다.
아기 손가락을 흔들며.

<2008년 4월 4일 진해 내려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