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60세 사업가 안승필 씨가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강원랜드에서 국내 카지노 사상 최고액인 7억6680만 원 잭팟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2001년 개장 이후 터진 잭팟 가운데 최고액은 5억8000만 원 그걸 추월한 것이다.

그런데 안승필 씨가 이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해서 더 화제이다. 이 돈 마다할 정도로 넉넉한 형편일까? 아니다. 면직물 사업을 하는 안승필 씨는 IMF 때 사업이 실패해 아직도 빚이 남아 있는 처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자기 힘으로 충분히 갚을 수 있기에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잭팟'이란 말을 흔히 복권이나 슬롯머신에서 당첨자가 없어 쌓인 거액의 돈, 또는 그런 돈을 따거나 받는 일을 뜻한다. 잭팟은 1900년대 초반만 해도 범죄인들 사이에 ´체포’(arrest) 같은 골치 아픈 문제를 의미하는 속어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도박이나 복권의 큰 상금, 즉 ‘대박’의 뜻으로 사용된 건 1944년부터다. 19세기 고전 방식의 포커 게임에서 참가자들 중 아무도 숫자 11인 잭(jack)을 두 장 갖고 있지 않거나 그 이상의 패를 쥐지 못했을 때 베팅을 점점 늘려 판돈을 키우는 데서 연유했다.

그런 의미에서 초보자들은 동전 몇 개로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이다. 기네스북은 역대 세계 최고액 잭팟이 2003년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슬롯머신으로 터졌다고 밝힌다. 상금은 무려 3971만3892 달러. 어제자 환율로 환산해보면 우리 돈 462억 원이 넘는다. 초대형 잭팟이 나올 확률은 하지만 200만 또는 400만분의 1 이하이다. 물론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인 815만분의 1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그러나 어쨌든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은 1만2121분의 1이다.

도박을 많이 한다고 돈을 딸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돈을 잃은 횟수가 많을수록 다음엔 돈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도박사의 오류’에 종종 빠진다. 전 성인오락실에서 자기 돈을 많이 먹은 기계를 빼앗겼다고 칼부림을 부린 것도 이런 착각에 연유한다. 역설적으로 도박의 매력은 이처럼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의 확률에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많은 이들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200만분의 1, 결국 200만번 해서 한 번 돈을 딴다는 얘기는 아니다. 200만 번이라도 해서 꼭 부자가 되겠다며 스스로 부나방이 되는 도박 폐인들,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다. 이른바 ‘판’이 벌어지는 카지노는 이탈리아어로 원래 ‘작은 집’을 뜻한다. 귀족들이 소유하던 사교·오락장이었다. 그곳에서는 귀족끼리 댄스나 당구, 도박 같은 실내게임을 주로 즐기곤 했다.

국가적으로는 골칫거리이면서도 제지하지 않는 이유가, 짭짤한 세금 수입의 원천이 되는 측면도 있어서이다. 18세기 들어 유럽 각국은 세금 수입을 늘리고, 외화를 벌어 들이려고 옥내 도박장을 앞다퉈 허가해 준다. 해변이나 휴양지 등에 이를 설치했다. 미국의 경우 남북전쟁 때까지 미시시피강에 있는 200여척 호화판 도박선이 카지노 원조에 해당된다. 사막 위에 세워진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와 모나코 왕국의 몬테카를로가 유명한 도박도시로 꼽힌다.

어떻게 카지노 판에서 대박 터뜨린 사람들, 그 많은 돈으로 행복해졌을까. 사회심리학자들은 복권이나 카지노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은 해피엔딩보다는 불행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 기사를 봤다. 이 기사를 보면 텍사스공대 게리 바이어 교수의 말도 인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돈을 번 이들은 제대로 쓸 줄 모르고, 돈을 다 써버린 뒤엔 그걸 대신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청취자 분들 중에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일단 돈이 손에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경우는 없을지 모르겠다.

강원랜드는 올 1·4분기 매출액 3367억원, 영업이익 154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경기침체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카지노 고객 태반은 돈을 잃기 마련이다. 강원랜드가 지난해 가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해 300만 명이 카지노를 찾지만 이들 가운데 500만 원 이상 잭팟에 당첨되는 경우는 3000건이 안 된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한낱 신기루라는 얘기이다. 잭팟을 만져보기 전에 패가망신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지 않는 기막힌 요령이 있다고 소개한 신문기사를 봤다. 이거였다. “그 요령, 딱 한가지다. 안 하는 거다”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