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21:1~7) 그 후에 예수께서 디베랴 바다에서 또 제자들에게 자기를 나타내셨으니 나타내신 일이 이러하니라 시몬 베드로와 디두모라 하는 도마와 갈릴리 가나 사람 나다나엘과 세베대의 아들들과 또 다른 제자 둘이 함께 있더니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매 저희가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이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신줄 알지 못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가라사대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하신대 이에 던졌더니 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

예수님이 부활하셨을 때 아마 가장 황송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베드로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베드로는 열 두 제자들 중에 수제자라는 긍지도 있었고, 또 예수님은 무슨 일을 시키든지 베드로를 먼저 부르시고 맡기셨던 것입니다. 또 베드로는 어느 제자들 보다 진리를 먼저 깨달았고, 신앙적인 면에서도 체험을 많이 했던 것입니다. 변화 산상의 체험, 바다 위를 걸어 다니는 체험도 했을 정도입니다.

또한 주님이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을 했을 때도 천국 열쇠를 그에게 맡긴다는 큰 약속과 베드로라는 반석 위에 거룩한 교회를 세우기로 하겠다는 영적인 큰 권한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다 주를 버려도 나는 죽을지언정 주를 버리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첫 번째 시련에서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비겁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예로부터 여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정절이요, 남자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이 의리(義理)라고 했는데 베드로는 자기 스승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의리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예수님이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면 많은 책망을 받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예수님은 그를 만났으나 아무 책망도 안하십니다.

▲ 예로부터 여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정절이요, 남자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이 의리(義理)라고 했는데 베드로는 자기 스승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의리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 폭스코리아

베드로는 ‘예수님이 이제는 나에게 너무 실망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베드로야, 나는 너에게 대단히 화가 났다. 그럴 수가 있는가?’라고 책망을 하시든지, 뺨이라도 때리셨다면 마음에 엉키고 눌린 감정이 풀리고 용서를 빌 수 있을 터인데, 예수님은 오셔서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평강 할지어다.’라고 말씀하실 뿐, 자기에게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으시니 주님은 용서조차 구할 기회도 안 주시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이 답답합니다. 갈수록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베드로는 점점 죄의식이 깊어 갑니다. 또한 도마의 의심 때문에 예수님이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서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셨을 때에도 도마에게는 일일이 잘못을 지적하시면서도 자기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시는 것을 보니 이제는 주님이 자기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포기한 것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모두는 기뻐했으나 베드로는 부활의 기쁨이 없었습니다. 여러 날이 그냥 지났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몇 번이나 나타나셨지만 문안 인사나 의례적인 말씀만 하실 뿐, 구체적인 일거리, 구체적인 사명도 주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과 베드로는 아무 할 일없이 무료하게 지내다가 성질이 급한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나 잡으러 가겠다.’고 나서자, 다 같이 따라 나섭니다.

그러나 디베랴 바다에 가서 밤이 맞도록 그물을 던졌으나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엇 하나 되는 일이 없습니다. 바다 위에 가득한 어둠처럼 베드로의 마음은 심한 절망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바다에 빠져서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때 날이 훤하게 밝아 오는 미명에 예수님께서 바닷가에 서 계시었으나 모든 제자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때 주님이 외치시기를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라고 합니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물고기를 사러온 생선장수인 줄 알았을 것입니다. “없나이다.”라고 답합니다. 그 사람은 “그러면 그물을 배 오른 편에 던져라. 그러면 얻으리라.”고 말합니다. 그물을 던졌더니 너무 많이 잡히어 그물을 들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때가 기억이 났습니다.

베드로를 처음 부르실 때도 밤이 맞도록 고기를 잡지 못할 때에 주님이 오셔서 “그물을 오른 편에 내려라.”고 명하셨고 그 명령대로 순종한 결과 많은 고기를 잡았는데 그 때의 고기가 153마리였었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후에도 디베랴 바닷가에서 밤이 맞도록 애썼으나 잡지 못했습니다. 그 때 오셔서 명하심으로 많은 고기를 잡았고 그 고기의 숫자도 오늘 본문 11절 말씀대로 153마리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첫사랑의 회복이었습니다. 주님은 십자가 사건의 잘잘못을 따짐으로 용서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으시고 아주 처음으로 올라가서 첫사랑을 기억나게 하시면서 다시금 베드로를 부르고 계셨던 것입니다. 베드로는 절망의 바다에서 기적의 고기를 많이 잡아 올리면서 갑자기 큰 깨달음이 왔습니다. 요한도 그런 깨달음이 왔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기를 “저 분은 주님이시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말과 거의 동시에 겉옷을 벗고 잇던 베드로는 겉옷을 입고 바다를 향해 뛰어들어서 거의 100미터나 되는 거리였으나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힘차게 헤엄치는 베드로의 가슴에는 그 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터지면서 기쁨의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베드로는 그만큼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의식 속에는 주님과의 거리가 있었으나 무의식 속에는 주님을 강렬히 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자들도 헤엄치는 베드로를 따라서 열심히 배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육지에 오르니 주님이 준비한 떡과 구운 생선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그 음식을 먹으면서 목이 메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더 격한 심정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자기들은 주님을 향해서 배신의 상처만 남겨 드렸고 조금 서운하게 하였다고 화난 감정으로 고기를 잡으러 온 자기들이 아닌가?

그 일에 주동자가 자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이러한 자리까지 찾아오셔서 부활 후 첫 번째 성찬식 베풀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 때, 갑자기 주님이 베드로를 부르십니다. 베드로의 가슴은 털컥 내려앉았습니다. ‘이제부터 주님은 본격적으로 책망하시려는 구나.’라는 떨리는 심정으로 주님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은 너무나 의외였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이 사람들 보다”라는 말은 헬라어에서나 영어에서는 ‘이것들 보다’라는 뜻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질문에는 “시몬아, 예전에는 내가 너를 불렀을 때, 너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를 따랐더니, 이제는 다시 어부가 되려고 하느냐? 쟁기를 들고 뒤를 돌아보려느냐? 아직도 너는 이것들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이 배, 이 그물, 이 고기, 이 가정, 이 일터, 이 혈연들 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내용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베드로는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기인데 오히려 역으로 주님이 비겁자요, 배신자인 자기의 사랑을 요구하고 계시다니…. 베드로는 너무 감격하여 큰 소리로 “주여, 나는 이것들보다도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연거푸 세 번씩이나 반복해 물으시는 주님의 음성 앞에 나중에는 울먹이면서 고백했습니다. 불가에서 세 번이나 부인하던 죄를 지금 불가에서 용서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또한 많은 제자들 중에 ‘너는 여전히 대표적인 제자라.’는 말씀이 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또한 “내 양을 치라.”는 말씀은 베드로의 사명을 회복시키어 주신다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기어 있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세 번씩 떨면서 대답하는 동안 부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동안 베드로는 죄의식의 무덤, 열등의식의 무덤, 사명을 저버리고 배 밑창에 숨어 자던 요나의식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 번씩이나 ‘이 모든 것들보다 주님을 더 사랑합니다.’고 고백하는 순간부터 무덤을 열고 부활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이렇게 오랫동안 침묵하신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왜 이제야 회개의 기회를 주시고 새로운 사명을 주십니까? 사실, 그 동안 베드로는 너무 교만했습니다. 너무 바빠서 자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어느 때는 우리를 광야 같은 병원에나 깊은 무덤 같은 감옥에 던지십니다.

그 곳에서 스스로에 대해 절망하고, 자기의 연약을 깨닫게 하시며, 자기의 깊은 속에 숨어 있는 교만을 무너뜨리실 때가 있으십니다. 엘리야의 교만한 마음을 로뎀나무 아래서 깨뜨리신 후에 새 사명을 주신 것처럼, 또한 요나의 교만을 고래 뱃속에서 깨뜨리신 후에 새 사명을 주신 것처럼, 베드로의 그 어두운 며칠의 시간들은 자아의 실상을 발견하고 그 무덤에서 자아를 깨뜨리고 죽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깨어진 다음에 오늘 주님은 신앙 고백하게 하심으로 새롭게 부활을 시키고 계신 것입니다. 이제는 자기의 교만의 돌을 굴려 버리고 주님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후 5:17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우리 각자에게도 부활의 날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일정할지라도 각자의 부활의 날은 다 다릅니다.

▲ 간음죄든지, 살인죄든지, 베드로처럼 주님을 배신한 죄든지, 심지어는 가룟 유다처럼 예수님을 판 죄라도 회개만 하면 다 용서하여 주십니다. ⓒ 폭스코리아

예수님은 2천년에 부활하셨으나 어느 분에게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죄의식과 열등의식, 좌절감과 미움의 무덤 속에서 질식해 가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자기의 죄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하나님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은 과거에 회개는 많이 했으나 또 죄를 지음으로 이제는 회개할 면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하나님은 무슨 죄든지 회개만 하면 용서해 주십니다.

간음죄든지, 살인죄든지, 베드로처럼 주님을 배신한 죄든지, 심지어는 가룟 유다처럼 예수님을 판 죄라도 회개만 하면 다 용서하여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아무개야, 너는 이 모든 것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그 때, 우리는 지체 없이 고백하기를 ‘주님, 나는 주님을 이 모든 것보다 더 사랑합니다.’라고 해 보십시오. 그 순간, 놀랍게도 마음속에 평화가 옵니다. 기쁨이 넘치며 회개의 문이 절로 터집니다.

사랑하시는 성도 여러분들이여, 오늘 이 시간이 바로 여러분의 부활의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또한 새로운 사명과 감당하기로 신앙고백 하는 시간이 됨으로 거룩한 성찬식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7년 4월 8일, 홍익교회 부활주일 설교)

/ 본보 발행인, 홍익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