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해, 정부가 어제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강대강' 대치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북한 선박의 우리 쪽 영해 통항을 금지했는데, 북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해상 충돌 가능성도 있다 하겠다. 게다가 남측이 오늘부터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를 두고 당장 북한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확성기를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고 위협했다. 북측이 만약 진짜 격파할 경우, 우리쪽도 군사적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 긴장은 에스컬레이팅 효과, 즉 순식간에 고조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상상하기도 싫지만, 남과 북이 서해상에서 충돌할 경우에 발생한 시나리오를 정리해보려 한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의 글에서 많이 참조했음을 밝힌다.

북한이 잘 쓰는 방법이 바로 벼랑 끝 전술이 아닌가. 여러 가능성을 상정하고 사전 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 자기네 영해라고 주장한다. 그 논리대로라면 서해5도가 다 자기네 땅 자기네 바다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우리 함정과 민간 선박의 운행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영해를 못 지나게 하는데, 자기들도 자기네 영해를 못 가게 한다는 명분을 앞세울 가능성도 크고. 이럴 경우 즉 북한이 우리 함정을 향해 해안포와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리군은 최첨단 공군 전투기 F-15K와 한국형 구축함을 곧바로 출격시키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 서해에서 발생한 교전은 대개 6월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1999년의 연평해전, 2001년 북한상선 영해침범,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모두 6월에 있었다. 왜 6월에 이런 일이 집중될까. 7월 27일 때문이다. 이날은 한국전쟁 휴전협정 조인일이다. 북한은 이날을 ‘전승기념일’로 삼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때를 앞두고 군부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전과달성에 혈안이 되고 있고, 따라서 6월을 호기로 본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 함정이 북한 함정을 선제 공격할 가능성은 적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뜻이 어제 이명박 대통령 연설에 녹아 있다. 일단 북한 함정이 남한 함정에 대한 함포 기습공격으로 교전이 시작된다고 상정해야 한다. 하지만 북측함정은 모두 침몰될 게 분명하다. 한국해군이 사격통제장비와 함포 성능 면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함정의 피해도 결코 적지 않다.

상황이 이쯤되면 북한은 지상에서 해안포와 유도탄을 이용해 우리 기지를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바다 위 대형함을 집중 공격할 것이 뻔하다. 남한군도 연평부대의 해안포로 북한의 지대함유도탄 기지와 해안포 진지, 전탐기지를 공격하고, 구축함에서는 탑재하고 있는 SM-2 대공유도탄으로 북한의 대함유도탄을 격추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피해를 당한 후다. 우리 대형함은 대부분 침몰한다. 당연히 전사자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피해도 만만찮겠지. 그러나 인명피해규모는 비교우위로 따질 성질의 것이 아니지?

이러면 어떤 형식으로 남북 간 대좌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평행선을 그을 것이다. 북한은 한국이 먼저 도발해 북측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생떼를 쓸 게 뻔하다. 남한 역시 성토할 것이고. 이런 와중에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개의치 않고 평소대로 민간선박에 대한 함정 호송작전을 강행한다. 이 때 호송하던 한국함정이 북한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에 맞아 침몰한다. 북한해군의 잠수함 운용은 한국보다 30년 먼저 시작하여 그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천안함 침몰의 주범이 북한이 맞다면 잠수함 공격의 위력은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한 것이고.

이쯤되면 서해5도가 위협받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보자. 지도를 보더라도 북한 코앞 아닌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는 행정구역 상으로는 인천이지만 인천까지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지. 만약 북한이 해상을 통제하면 선박 운행은 물론 도서 주민의 생활필수품 조달도 어려워진다. 교전 때문에 발생한 중환자, 응급환자의 후송도 어려워진다. 해병대의 고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개입은 없을까. 뚜렷하게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패배도 승리도 아닌 국면에서 미국, 중국,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오버해서 서해 5도를 점령한다던지 혹은 육지에서의 교전 범위를 확대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상황을 이쯤에서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상대가 안 되는 군사대국 미국과 일전을 벌일 마음이 없고, 미국 역시 중국을 코앞에 두고 북한을 상대로 일전을 벌일 뜻이 크지 않은 것이다.

결국 확전 가능성은 없지만, 소규모의 해상전 또 국지전이 벌어진다면 아군의 피해가 클 거란 얘기이다. 피 흘리지 않고 거두는 승리가 가장 훌륭한 승리라 하지 않았나, 긴장 국면에서 거듭 거듭 강조하게 되는 것은 냉정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우리 군함이 언제 어떻게 갑자기 기습을 당해 소리소문 없이 침몰할지 모른다. 해상에서 북한의 전투력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 강대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기죽거나 비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면 대응을 피하면서도, 전략 진출로 또 퇴로를 모두 확보하며 상대를 압박해 나가는 전략과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젊은이의 생명을 더는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