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바로 모레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안보위기론과 정권심판론이 충돌해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한 여야 대결이 있었는데. 이 와중에 선거판을 뜨겁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있었으니, 그것은 연예인들의 선거 참여였다.

유명인의 친인척이 출마해서 눈길을 끌었다. 배우 심은하의 남편 지상욱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소속된 당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그는 톱스타를 아내로 맞이한 까닭에 여느 스타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결혼 사진을 홍보지에 싣기는 했지만, 아내의 직접적인 유세 도움은 받지 못했다. 탤런트 지성의 아버지 곽영표 전여수정보 과학고 교장은 전라남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 사진이 삽입된 대형현수막을 내걸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탤런트 오승은은 대구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시아버지 박노열 한국진로진단연구소 대표의 유세를 돕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정치 소신에 따라 유세에 참여하는 연예인도 있다. 이번에 야당 쪽에서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친 노무현 성향의 배우 아닌가. 지난 참여정부 중반 이후부터 최근 선거 전까지 정치 활동을 자재하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바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한명숙, 경기 유시민, 충남 안희정 후보 지원 유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친노인 강원 이광재 후보는 배우 명계남과 최종원 씨가 적극 돕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탤런트 이순재 씨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후원회장을 맡아 오세훈 후보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이벤트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처럼 연예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 이덕화 씨도 며칠 전 오세훈 후보 유세 때 참여해 지지의 뜻을 밝혔다.

정치 성향이 같아서도 있지만, 인간적 친분 때문에 선거를 돕는 경우도 있다. 가수 송대관은 민주당 송하진 전주시장 후보의 유세에 동참, 전주에 직접 내려가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송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두 사람은 전주 영생고 동창생이다. 송대관하면 떠오르는 태진아 씨는 경북 김관용 후보 유세를 도왔다. 자신의 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도지사는 아무나 하나'라는 곡으로 개사해 김 후보를 격려했다. 두 사람은 20년 지기라고 하는데, 김관용 후보가 병무청 사무관일 때 만났다고.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직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흔치 않은 현상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국회에 진출해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대선 및 총선에서는 각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그러나 연예인 출신 정치인 또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연예인 상당수는 그저 치어리더 또는 호객꾼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예인 출신 가운데 중량감 있는 정치인은 물론 직업 정치인으로 뿌리 내린 사람이 몇이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정치적 쟁점은 사라지고, 스타만 부각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소신보다는 친분으로 선거 운동에 동참한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연·지연의 집단화 현상을 띠고 있어 신뢰를 잃게 될 우려도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인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배우 송일국은 지난 2005년 어머니 김을동의 부탁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홍사덕 후보 유세장에 참석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팬들 반발 때문이다. 송일국 씨는 "자식 된 도리로서 어머니를 돕는 일인 만큼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하지만 다시는 정치판 근처도 가지 않을 것"라고 말한바 있다.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 참여해도 부담은 남는다. 그래서 연예인들의 정치 관련 행보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또한 큰 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를 지지하면 입신양명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른바 ‘줄 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순수한 뜻으로 정치적 입장을 밝혀도 '공인이 여론 왜곡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라며 신중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선거전에 나선 연예인 중에는 덕보다는 손해 입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에게 있어서 수입 중에 가장 쏠쏠한 것을 들라면 CF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CF 모델을 선정함에 있어 핵심은 ‘호감도’이다. 누가 돈 들여 CF를 만드는데, 하등의 도움이 될 리 없는 비호감 모델을 쓰겠는가.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또 싫어하지 않을 모델을 갖다 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호감 비호감이 뚜렷이 갈리는 모델은 거의 쓰임새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연예인의 경우 정말 큰 결단과 감수를 해야 한다.

연예인의 정치 참여와 선거 결과, 연관성이 있을까. 즉 연예인을 앞세운 후보가 덕 본 경우가 있냐 이것이다. 최근 '미국 중서부 정치과학협회'에 발표된 논문에는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나 연예인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력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투표권을 갖게 된 젊은이들은 유명 인사나 연예인의 이름에 휩쓸리기보다 투표에 더 관심을 갖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결국, 후보들의 진정성이 다른 수많은 곁가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