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에서 듣는 나라 안 소식이 염려스러운 것은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자의식 때문일 것입니다. 나 자신이 소용돌이 중간에 끼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는 조금 위안이 되지만 안 좋은 나라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결국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 천안함 사건의 비극이나, 강의석 사건의 결과처럼 점점 더 위험 수위로 들어서는 듯한 반기독교 이념의 성향을 가진 사회 오피니언리더들의 대담한 활동이 지방선거와 맞물려 점점 더 노골화 되어가는 듯 하는 것을 들으면 아직도 이념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중의 미숙한 판단력이 아쉽기만 합니다. 신앙보다 더 강력한 연고주의(緣故主義), 진실보다 더 강력한 포퓰리즘(Populism, 大衆迎合), 국가의 장래나 자신의 존엄성보다 또래집단의 이념적 편향에 미래를 던져버리는 어리석음이 아직도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인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잘 되려면 정치가 바로 서야 하고 정치를 바로 세우려면 선거를 잘 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사회는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포퓰리즘에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의외로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권력을 획득하고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개혁을 내세우고 원칙과 일관성 없는 허울 좋은 슬로건으로‘정의’니‘인권’이니 하는 화려한 수사(修辭)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선동가들에게 속아서 국가나 사회의 장래를 그르치는 잘못된 결정을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선거 역시 신앙고백의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들 신앙과 삶을 따로 생각하는 이중적 사고의 오류를 범합니다. 사회문제나 세속정치에 대하여 초연하는 것이 신앙적 경건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배나 드리고 종교행사나 하면 되는 것이지 세속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이중적 논리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것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교회나 성도들의 정의감으로부터 자기권력을 지키기 위한 독재자들이나 전제군주들의 논리였습니다. 정교분리(政敎分離)라는 논리는 신앙에 반하는 사회제도나 정치행위에 대하여 반대를 차단하기 위한 수법으로 만든 논리였고 또한 교권(敎權)에 방해 받지 않으려는 종교지도자들,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취하거나 또는 불의한 세상권력에 대항할 신앙적 용기가 없었던 나약한 종교지도자들의 자기변명을 위한 논리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세상이 아모스 5장 24절에서 말씀하듯 “정의가 물 같이, 공의가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는”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그래도 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면서도 세상에 살고 천국시민이면서도 이 땅에 살기 때문에, 성도이면서도 국민이고 예배 뿐 아니라 세상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 교회 역시 세상정치의 제도 안에서 사명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의 환경을 결정하는 사회문제나 정치․경제적 결정에 대하여 방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하나님을 바로 섬길 수 있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며 세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위가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를 바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세우는 일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나님은 인류역사를 사람을 통하여 이끌어 가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바로 세우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정책을 세우고,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정치를 하고,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것을 중요 가치로 하는 사람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땅”은 하나님이 세워 가시지만 그러나 하나님이 사람을 통하여 세워 가시기에 그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고 신앙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선거를 바로 해야 합니다.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말고 연고주의에 빠지지 말고 예배하는 마음, 신앙적 결단으로 선거를 잘 하시기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