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북한 국방위원회 측은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130t급 연어급 잠수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방부가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연어급 잠수정의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연어급 잠수정, 이건 뭔가”라며 말이다. 알고 봤더니 미국 포털사이트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사진이었다. 국방부의 발표로 북한의 해명은 또 다른 조작임이 입증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국방부가 알려준 위치 정보를 입력해봤더니 구글어스는 평양 쪽으로 향하더니 대동강 변을 가리켰다. 서해 바다를 넘나들었다던 잠수정의 기지가 대동강 변에 있었다니 누리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구글어스로 인해 의혹이 풀리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상공을 안방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과거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구글어스가 처음 나왔을 때엔 부동산, 여행, 환경보호 등에 관심이 많은 상당수 국내 네티즌들, 열광했다. 사실 국내 포털업체가 이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보안 구역이 많은 곳에서는 자칫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주요 보안시설의 항공사진은 공개가 금지돼 있고 해상도 4m 이상의 위성사진의 경우도 '국가 주요 보안시설'에 해당할 때엔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는 글로벌 포털 업체이다. 이 회사를 규제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러시아, 호주, 인도 등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보안 구역이 다 공개돼도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 상공 비추는 거야 문제될 게 없지만 남한 상공 전역을 비춘다는 점은 국내 안보관련 기관과 신경전을 야기한 대목이다. 사실 구글에 의한 군사기밀 노출 문제는 지난 2005년부터 불거졌다. 구글이 구글어스를 통해 청와대와 국방부, 기무사령부 같은 주요 보안시설을 위성 촬영한 사진들을 인터넷에 공개·서비스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정보 당국이 이 같은 문제를 구글 측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구글 본사와 한국 정부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 당시 우리 정부는 주요 보안시설에 대해 모자이크 처리 등 해상도를 낮춰 서비스하는 방안을 구글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간기업인 구글이 이 같은 요구에 순순히 응할 리 만무했다.

구글이 뭐 믿는 구석이 있을까. 구글은 지난 2004년 미국 CIA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디지털 사진 촬영·제작사 '키홀(Keyhole)'사를 인수한 이후 2005년 5월 위성 이미지, 지도, 지형 및 3D 건물 정보 등 전 세계의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 그렇다면 구글의 거침없는 상공 촬영, 미국도 예외일까. 아니다. 미국의 주요 국가시설에 대해선 구글이 일부 제한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근 구글어스를 이용한 테러도 있어서 논란이 됐다. 앞서 인도 이야기를 했다. 2008년 11월 파키스탄 출신 테러범 10명이 최고급 호텔, 기차역, 일류식당 등에서 무차별 사격을 가해 166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를 낸 이른바 뭄바이 테러 사건. 이 사건에 구글어스의 고해상 위성지도가 쓰였다. 그래서 한 변호사가 뭄바이 고등법원에 ‘구글어스의 사용을 막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구글어스의 고해상 위성지도 서비스가 테러 계획에 이용되어 테러범에 도움을 줬다”고 지적한 것이다. 테러범들이 구글어스를 탑재한 단말기로 테러 훈련을 벌였다는 것이다.

구글어스가 국가보안 위협 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한다. 얼마 전 벨기에에서 논란이 된 한 여성이 옥상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진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남성이 스트립 클럽에서 나오는 사진 등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변호사·교수를 비롯한 법조인들은 구글어스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건 위성사진이 아닌 스트리트뷰 서비스 때문에 빚어진 일인데. 일본 도쿄 도심지 호텔에 들어서는 연인들의 모습까지 공개되는 바람에 촉발된 문제였다.

요즘에는 국내 포털 서비스 업체인 다음도 ‘스트리트뷰’와 유사한 ‘로드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서비스 초기에 논란을 자아냈다. 거리의 간판, 도로 이정표 등 최고의 해상도를 선보여 3D온라인 게임을 방불케 한다. 이용해 본 분들은 느꼈겠지만, 우리 집 동네 골목까지 샅샅이 검색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로드뷰에 포착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인근의 공공장소에는 여성이 남성의 무릎 위에 앉아 있고 남성의 손이 여성의 티셔츠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촬영된 사진은 두 남녀가 모텔로 들어서는 모습이 촬영됐다. 동작구에서 한 청년이 길거리에서 구토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지금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됐다.

‘21세기 디지털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진 셈인데. 다음의 로드뷰같은 경우 차량을 개조해 지붕엔 카메라 4대와 GPS를 얹고, 조수석엔 기록·모니터 장치를 실었다. 광각렌즈를 단 카메라는 15ｍ 주행거리마다 한 컷씩 자동으로 촬영한다. 이 사진들을 둥근 공 형태로 이어 붙여 파노라마 사진을 만든다. 항공사진의 경우 12인승 경비행기를 4인승으로 개조해 수십억 원대의 촬영 장비를 싣고 2.5㎞ 간격으로 촬영한다. 구름이 끼거나 하면 재촬영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촬영한 15만장으로 전국 지도를 만들게 된다고. 그야말로 대역사가 아닐까 싶은데.

비판 의견도 있지만, 실은 이런 서비스가 우리의 일상을 진화시켰다는 찬사도 없지 않다. 안보 또 사생활 침해 논란을 최소화하는 노력까지 기울여서 부디 훌륭한 쓰임새를 나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