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선거구에는 특이한 이력의 이색 후보들이 등록했다. 이들 얘기부터 해보겠다. 광주시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는 15번째 무소속 출마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후보는 1988년 13대 총선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선거 5번, 광주 남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6번, 광역의원에 3차례 출마했다. 이 후보는 12번째 출마였던 2007년 시의원 선거에서만 한번 당선됐다. 집념의 사나이이다.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집념의 대결도 있다. 진천군수 선거에 나선 A후보와 B후보는 12년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진천군수를 놓고 98년부터 시작된 싸움에서 A후보는 처음에 2연승을 거뒀으나 2006년 B후보에게 발목을 잡혀 3선에 실패했다. 전적 1승 2패, 2승 1패인데, 올해 결과도 주목된다.

친인척끼리 대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 청양에선 처남인 현 군수와 매제인 야당 후보가 출마해 군수직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 가운데 야당 후보는 군수의 손아래 누이동생의 남편으로 처남과 매제 사이다.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의원에 출마해 낙선한 경험이 있는 매제는 "처남과는 소속정당과 추구하는 것이 달라 서로의 출마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은 자유선진당, 한 사람은 민주당 소속이다.

독특한 이름을 가진 후보자들도 이번에 적지 않았다. 서울에는 이판국이란 후보가 있다. 또 고기판이라는 후보가 있고, 지나가다가 이단아라는 후보 이름도 만날 수 있었다. 또 강원도에는 김혜혜라는 후보도 있다. 경상북도에는 백상승, 경상남도에는 이국민 후보가 있다.

또 선거 국면에서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이름도 있었다. 선거 국면에서 도움 되지 않을 이름이다. 충청남도에 나온 한기권 후보, 경기도의 전이만 후보가 출마했고, 경상북도에선 김구석 후보도 나왔다. 인천에서는 이인자 후보도 있다. 입에 착 달라붙은 이름도 있으니 충청남도의 가세로 후보, 경기도의 조억동 후보, 충청남도의 복기왕 후보, 강원도의 전억찬 후보, 경기도의 여인국 후보가 대표적이다.

유명인과 동명이인인 후보는 이름 덕 좀 볼까. 경기도의 유희열 후보, 이승철 후보, 전라남도의 이수근 후보, 경기도의 유덕화 후보, 광주의 이정재 후보가 있다. 전라남도의 최동원 후보, 강원도의 심재학 후보는 스포츠 스타의 이름과 같다. 유명 정치인은 어떨까. 충청북도와 전라북도에는 박정희 후보가 나왔고, 전라북도 또 전라남도에는 모두 세 명의 김대중 후보가 출마했다. 강원도에는 김영삼 후보, 충청북도에는 김종필 후보도 있다.

자치단체장이야 정당 공천이니 덕 좀 보겠지만, 완전 단기필마를 해야 하는 교육감 후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이름을 알린다. 대전시에서 나온 한숭동 후보는 '한숭동'이란 글자에서 받침을 빼면 '하수도'가 된다고 소개하며, 대전의 꽉 막힌 하수도를 말끔히 치우는 한편 보이지 않는 부패한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원균 후보는 "십 원이 아닌 오원! 오원! 오원균입니다"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고, 김신호 후보는 '대전교육의 청신호! 김신호!'라고 소개하며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이름 알리기에 있어서 교육감 후보보다 그 필요가 더 절실한 분들이 교육의원 후보들이다. 이쪽도 유권자들의 관심 끌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동건 후보는 '영화는 장동건, 서구 교육은 김동건!'을, 최기환 후보는 '복통에는 정로환 교육통엔 최기환'을, 강영자 후보는 '중구교육은 이제 영자의 전성시대입니다'를, 이기황 후보는 '이왕이면 기황이, 기왕(황)이면 이기황' 등으로 유권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 최영일 후보는 "영일만 친구로 기억해주세요"를, 정상범 후보는 이름의 '정상'을 강조해 '중구 교육을 최정상으로 만들겠습니다'를 앞세웠다.

최연소 최고령 후보도 살펴보자. 이번엔 대학생 출마자들이 많다. 아울러 부산시의원에 도전하는 A 후보, 대전시의원에 도전하는 B 후보, 전라북도 비례의원에 도전하는 C후보 모두 1984년생 26세이다. 최연소 후보에 올랐다. 한 후보는 현재 대학 3학년 재학 중이다. 이에 반해 전북 정읍시의원 가선거구에 나설 D 후보는 1929년생 81세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피선거권을 행사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모두 건투를 빈다.

이번에는 흥미로운 공약도 많이 나왔다. "무상 급식할 때 우유처럼 홍삼액도서 급식하겠습니다!" "예비군 식비, 교통비 적었죠? 현실화하겠습니다!" "모기 지긋지긋하셨죠? 박멸하겠습니다." "나훈아 거리를 만들어 관광 테마구역으로 만들겠습니다." "한국에 시집 올 베트남 여성을 위해 베트남에다 신부 연수원을 짓겠습니다." 이런 것이 있었다.

또 있다. "노인에게 월 1회 무료 목욕 또 이발권을 드리겠습니다." "영어 사교육비 줄이겠습니다. 이걸 위해 공무원 시험 때 영어 과목 없애겠습니다." "모든 노인들이 휴대전화를 공짜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나무 열심히 심어 100년 후에 이 나라를 목재수출국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런 것들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돈과 패거리만으로는 선거 치르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을 하게 된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도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떴다방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기획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것 아닐까. 그러나 아이디어, 이벤트, 홍보 전략 그 이전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 후보 콘텐츠이다. 진정성과 철학이 없이는 아무리 이것저것 앞세워도 유권자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양질의 후보를 배출할 수 있을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