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는 날입니다. 금년에는 추모해야할 분들이 갑자기 46명이나 늘어난 그런 숙연함으로 맞는 현충일입니다. 모두가 서로 돕고 사랑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참으로 좋으련만 사람들의 욕심은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남의 큰 희생을 요구하는 무서운 범죄를 서슴지 않으니 우리가 누릴 참 평화, 우리가 추구하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땅’은 궁극적으로 천국에서만 성취될 수 있겠지요.

선거의 폭풍이 지나고 이제 차츰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표결과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낙선의 고배를 마신 분들을 위로하면서 이젠 당선된 분들에게 할 말이 많아졌습니다. 당선이 곧 승리는 아니라고, 그리고 선거를 위해 주장한 정책이나 구호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선거는 자격검증이 아니라 최소한의 합의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인 약속이나 정강정책들이 상당부분 당선을 위한 사탕발림이라는 것쯤은 다 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부탁할 말이 있습니다. 사랑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국가를,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사랑해달라는 것입니다. 파괴적이기보다는 건설적으로 세워달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고 특별한 존재로 각인되기 위한 극약처방보다는 국민의 형편을 살피고 모두를 함께 세워달라는 것입니다. 선거 때는 비굴한 종처럼 굽실거리다가 당선 후에는 오만한 상전처럼 군림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국민을 계몽하고, 지도하고,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국민과 함께 하는 지도자가 되어달라는 것입니다. 나라사랑이 자기입신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철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곳에서 교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라사랑의 절실함이 어떤 것인가를 실감 합니다. 가난하고 힘든 때에 먹고 살 길을 찾아서 머나 먼 이국땅에 와서 수십 년을 살아가면서도 전문인이 되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소수의 사람들 이외엔 아직도 이 나라의 주류세력에 합류하지 못한 채 차별받는 소수(Minority)로 살아가는 그들이 가진 유일한 민족적 자존심은 바로 ‘애국’이라는 것입니다. 그건 사실 나라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은 이 백인사회를 향해“봐라 우리나라 내 조국이 이렇게 좋은 나라다. 나는 이렇게 좋은 나라 출신이다”라고 큰 소리 한 번 쳐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박세리니 김연아니, 박지성이니 하는 대중스타들에게 열광하고 그가 우리나라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성방송 수신 장치를 설치하고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채널을 고정시켜 놓고 한국 뉴스에 목말라 하고 한국 드라마에 울고 웃고 합니다.

그러면서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CNN에 싸우는 모습 창피한 모습이 더 이상 비춰지지 않기를, 나라가 혼란하고 거리에 질서가 없고 마구 부수고 휘젓고 공권력이 무력한 미개하고 불안한 사회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제발 좀 선진국 민주국가의 의젓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처연한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애국심은 정치꾼들이 자기 입신을 위해 떠벌리는 그런 애국심과 다른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있는 애국심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현충일이고 순국선열들과 전몰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면서도 사실 국립묘지에 누워계신 분들만이 애국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애국자이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 성도들은 신앙을 위하여, 더 잘 믿을 수 있는 신앙적 환경을 위하여 나라를 바로 지키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이루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헐뜯고 시비하고 불평하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함께 세우고 도와주고 존중하는 사회에 희망이 있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남북의 갈등이나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는 4대강 살리기 문제 등 수많은 난제가 있지만 역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건강한 시민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