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예선에서 우리와 만나는 아르헨티나의 주전 메시 선수. 바르셀로나에서 받는 연봉이 무려 800만 유로이다. 애초 2014년까지 연봉 800만 유로를 받기로 했던 메시는 재계약으로 2016년까지 매년 950만 유로를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환율로는 우리 돈 약 142억 원이지만 계약 당시는 167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몸값이다.

바이아웃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이적료가 일정 수준이 되면 무조건 선수를 내보내야 하는 조항. 이걸 바이아웃 조항인데. 이건 또 2억5천만 유로 그러니까 4천438억 원이다. 이제는 다른 팀이 메시를 넘보기도 쉽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메시에 대해서는 많은 보도를 통해 익히 들으셔서 아실 거다. 수비수 한 두명으로는 마크가 안 되는 스트라이커라고.

우리 선수들과 비교해서는 어떨까. 메시의 몸값은 아마 양 팀 통틀어 가장 적은 연봉자가 분명한 미드필더 김정우의 약 1만4천900배에 달한다. 막말로 메시 한 명의 몸값은 김정우 15,000 명을 살 수 있다. 김정우가 그렇게 헐값이냐고? 사실은 지금 군 복무중이다. 일병이다. 월급 79,500 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954000 원이다.

박지성 선수는 그래도 우리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 같은데. 한국 대표팀 선수 중 최고 연봉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는 주장 박지성이다. 연봉은 종전 280만파운드보다 30% 정도 오른 360만파운드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으로 환산해본다. 계약 당시는 약 73억 원, 지금 환율로는 약 65억 원의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메시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박주영 선수가 기염을 토한다. “그들이 비싼 몸값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메시 말고도 고액 연봉을 받는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들이 넘쳐난다. 2009년 7월 맨유에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의 연봉은 약 700만 파운드로 알려졌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7골로, 34골을 넣은 메시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한 곤살로 이과인은 연봉이 300만 유로다. 이래저래 합하면 아르헨티나는 전체 선수들의 가치 총액에서 3억4천730만 유로이다. 스페인, 잉글랜드, 프랑스, 브라질에 이어 5위이다. 우리 총액은 어떠냐. 4천435만 유로이다. 그래서 28위이다.

아르헨티나에 비해 우리가 1/8 정도 되는 셈이다. 허정무 감독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며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박지성도 최근 발간된 자서전에서 ”누가 얼마의 연봉을 받는다거나 얼마나 유명한 선수를 보유했느냐보다 얼마나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로 무장돼 있느냐가 강팀을 가르는 기준이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도 메시이다. 이간 연봉규모가 아니라 자산가치를 말한다. 영국의 컨설팅회사 ‘프론티어이코노믹스’가 측정한 건데. 메시가 1위였고, 두 번째로 귀한 몸은 포르투갈이 자랑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다. 9500만 유로, 약 1407억 원이다. 3위는 박지성이 아니고, 박지성의 팀 동료인 웨인 루니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간판으로 꼽히는 루니는 이적 시장 가치가 5900만 유로, 약 81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의 연봉 차이도 뚜렷하다. 32개국 사령탑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잉글랜드 파비오 카펠로 감독. 990만 달러로, 약 117억 원을 받는다. 2위인 이탈리아 마르첼로 리피감독의 배가 넘는 고액을 받는다. 허정무 감독은 7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전체 20위권이다. 한국과 같은 조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연봉은 120만 달러, 약 14억원으로 허정무 감독의 배 정도를 받고 있다. 직전에 만난 그리스 오토 레하겔 감독 역시 115만 달러, 약 13억을 받았는데, 허정무 감독 앞에서 퍽 머쓱해졌지?

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도 우리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전체 몸값과 상대 선수들의 몸값을 비교한 기사가 우리를 종종 흡족하게 했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선발선수 10명의 연봉 합계는 45억 원이었다. 이 선수들이 선발 10명의 연봉만 960억 원이 넘는 미국대표팀을 넘어뜨렸다. 21배가 넘는다. '돈으로 말하는' 프로 스포츠에서 연봉은 선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데, 연봉으로만 봐도 한국-미국전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였다. 그러나 이긴 것이다.

당시 미국 대표팀의 주포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한국전에서 망신살이 뻗쳐서 더 화제였다. 당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연봉은 2천520만 달러, 한화 252억 원이었다. 지구상에 야구하는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받는다. 한국 선수 몸값을 통틀어도 1/5도 안 됐다. 당시 한국 투수들의 몸 값은 통틀어 22억 8천만 원에 불과했다. 작년, 2009년은 어땠을까? WBC 대표팀 28명의 연봉 총액은 76억7000만원으로 일본의 17분의 1에 불과했다. 미국의 간판 타자 데릭 지터의 연봉 303억 원에 4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준결승에서 만난 베네수엘라와는 19배 차이 났다.

아르헨티나를 우리가 누르면 승리의 의미가 더욱 커지겠다. 한국팀이 개인으로보면 박한 연봉을 받지만, 뭉치면 대박을 만들어냈다. 그건 결국 조직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 메시를 주의하라고 하지. 메시.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그러나 메시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수준급 공격수들의 능력은 발휘되지 않았다. 메시의 한 차원 높은 패스에 당황하는 선수도 적잖았는데. 메시가 동료와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의 조직력이 메시를 누를 수 있을까. 우리 선수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