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태극전사들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용된다면 AS모나코의 박주영과 서울 이승렬을 비롯한 여러 젊은 선수들이 혜택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병역특례 적용과 관련해 첫 운을 뗀 사람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에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병역문제”라면서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라커룸에서 이 말을 들은 선수들, 환호하며 반겼다” 이런 보도도 나왔지? 실제 허정무 감독이나 주장 박지성도 간절히 바라는 바라고 한다. 실제 박지성도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오르면서 안정환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과 더불어 병역특례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대한 특례 원칙이 2007년 말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없어졌다. 현행 규정은 올림픽 금·은·동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게만 이런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 야구, 농구 같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단체경기일 경우엔 어떻게 하느냐. 다 특례를 받느냐. 아니다. 실제 출전한 선수들만 적용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 16강을 달성한 태극전사들, 병역특례 대상이 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정치권이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다보니 국방부 반응도 다소 회의적이다. “조중연 회장이 선수들 사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법대로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있기 때문에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관계자가 밝혔다고 한다. 국방부 차원에서 나서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은 적다.

○…스포츠 분야의 병역특례 역사, 안 짚어볼 수 없다. 1973년으로 기록된다. 당시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게 적용됐다. 그러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되면서 혜택을 받는 대상의 폭이 크게 줄었다. 1990년에 ‘올림픽은 3위 이상, 아시안게임은 1위만 혜택을 입는다’ 이런 내용으로 더 엄격해진 것이다. 이 법은 그 뒤로 손 댈 필요 없이 쭉 이어져왔다.

그러다가 2002년, 월드컵 축구 1승도 못하던 팀이 홈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 ‘월드컵 축구 16강 이상’이면 특례를 적용하기로 법이 개정된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야구 국가대표팀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에 오른다. 이때엔 ‘WBC 4강 이상도 특례 대상이다’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그렇다면 왜 법이 다시 ‘올림픽은 3위 이상, 아시안게임은 1위만’ 특례를 적용하는 걸로 바뀌었을까. 비인기 종목 선수와 단체들의 항의 때문이다. “인기종목 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아닌 경기에서 16강, 4강에만 들어도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고,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100여개 국가들이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도 군대에 가야 하느냐” 이런 항변이었다. 합리적인 지적이지? 그래서 이 조항이 2007년에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야구 대표선수들은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4강이 아니라 2강이 됐음에도 말이다. 그때 기억하나. 병역 문제 해결이 시급했던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가 했던 발언 말이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것만도 영광이다” 정말 멋졌지. 그래서 당시엔 한창 때 군 복무로 인해 공백기를 만나는 것은 선수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세계챔피언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하마드 알리는 병역기피로 운동을 한때 접었다가 다시 기량을 회복할 때까지는 무려 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경우는 다르지만 공백은 선수에겐 치명적인 것이다.

○…이야기 나온 김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그와 비슷한 사례도 꼽아본다. 전 MBC청룡 감독이던 백인천 선수 이야기이다. 일본 프로야구 타격 9위 랭크로 승승장구하다가, 1969년, 군대 갈 시점을 만났다. 당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야구광이던 박정희 대통령 한마디면 봐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당시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병역기피를 노리고 해외유학을 떠난 국회의원의 아들들 문제가 컸었다. 게다가 그 시점은 대선이 임박했던 때였다. 이런 판국에 백인천만 봐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정부가 편법을 썼다. 박정희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다음에 백인천 선수를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돌렸다. 이로써 군 복무중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이다. 그러자 일본에서 말이 나왔다. “아니, 다른 나라 첩보기관 소속의 사람이 어떻게 공공연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가”라는. 이런 논란 속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백인천 선수, 당시 2할 대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병역은 보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하나의 ‘의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스포츠 스타들이 군 안에서도 기량을 닦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자는 보완책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전 종목에 걸쳐 동일한 혜택이 부여돼야 한다.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월드컵 16강 진출과 함께 터져 나온 ‘병역특례 적용’ 논란, 지금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들이 단지 ‘군대 안 가기 위해 목숨 걸고 스포츠를 한 것’은 아니다. 국위를 선양하고 꿈이 없는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것만으로도 보상받아 마땅할 것이다”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전 국민이 열광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때를 틈타 국민적 의견수렴이라는 주요 절차를 생략한 채 특정 스포츠단체에 병역특례를 확대한 조치는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