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정도가 아니다 ‘사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절호의 찬스일까? 재정 파탄에 내몰린 그리스가 외국인들에게 섬들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무리 가난해졌어도 제 나라 영토를 팔다니 제정신인가’하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섬을 팔 것인지 매물 목록도 나와 있다.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클린의 결혼식이 열렸던 스코르피오스섬, 이오니아해에 있는 나프시카섬, 메이페어와 첼시 지역 섬이 거명된 것이다.

그러자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파는 것이 있다면, 민간이 소유한 섬들이겠지, 국유지는 절대 아니다”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기본 인프라를 개발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치안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서 섬을 매각할 것이라는 억지 주장은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행위”라고 가디언을 거듭 비난했다.

남의 나라 이야기에서 발단한 것이지만 섬을 사고판다’는 발상은 참 이채로운 것이다. 그런데 2004년에 인천 옹진군도 섬 일부를 팔기로 했었다. 인천에서 10여km 떨어진 선재도와 영흥도 사이에 있는 조그만 섬, 측도를 말이다. 옹진군은 “바닷모래 채취가 금지돼 지방세 수입이 1/3로 줄었다”며, “재정자립도가 4~5%에 불과한 상황에서 당면한 과제인 군 청사 신축은 요원하다”며 섬 매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결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없던 계획으로 해버렸다고.

적지 않은 부자들은, 무인도라도 하나 갖고 싶어 한다. 매입이 쉬울까? 서해안, 남해안에 흩어져 있는 무인도 중 국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국유지는 필요에 따라 공매로 매각을 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개인에게 섬 팔았다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다만 개인 소유의 섬을 사고파는 일은 종종 있다. 팔 때는 섬 관련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개업소를 통해 하는데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기가 많다.

인터넷을 뒤져보니까 섬 매각 매입에 대한 여러 조언들이 있던데. 이거 보면서 ‘사더라도 보통 골칫거리가 아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개인 별장은 물론, 분양을 위한 리조트나 펜션 건립이라도 ‘어떻게 운송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서남해안의 섬들은 물때를 잘 맞추지 않으면 배를 접안할 만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무인도를 구입한다고 해도 별도로 배를 사야 한다. 아니면 섬에 들어갈 때마다 수십만 원씩 내고 배를 빌리던지. 또 하나, 들어가기만 하면 뭐하나. 전기, 상하수도는 물론, TV, 전화, 인터넷 같은 통신망은 어떻게 설비할 것인가. 고민을 집대성하면 책 한 권이 나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의 값이 훨씬 비싸다. 사람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섬의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식수, 전기 같은 기반 시설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육지로 오가는 교통편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섬을 잘 개발해서 대박을 터트린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자리 잡은 외도라고 한다. 지난 1995년 개장한 외도는 작고한 이창호 씨 그리고 미망인인 최현숙 씨 부부가 25년에 걸쳐 가꾼 관광지다. 전망대, 조각공원, 야외 음악당 같은 시설과 아열대 식물로 섬 곳곳을 꾸며 한해 100만 명 이상이 찾도록 했는데, 작년 매출 100억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승자에게 섬을 주는 탐험 프로젝트가 TV로 방영된다고 해서 화제이다. SBS가 “참가자들이 우리나라 해안 섬 3000여 곳을 탐험하는 ‘대한민국 해양대탐험 프로젝트’를 개최하며 최종 우승자에게는 전남 여수시의 ‘독수리섬’을 부상으로 준다”고 밝힌 것이다. 독수리섬은 여수 해안에서 2km 떨어져 있고 둘레가 400m인 무인도라고 하는데. SBS가 최근 개인으로부터 1억에 사들였다고 한다. 접수된 지원서를 보니 ‘섬을 무료 관광지로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지원자, ‘누드 해변을 만들고 싶다’는 지원자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 섬 매각 논란하니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넘긴 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팔아넘긴 지 올해로 143년이 됐다고 한다. 당시 거래가격은 ㎢당 고작 5달러. 그러나 현재 알래스카에는 미국 전체 석유·석탄 매장량의 50%, 주석 매장량의 80%, 니켈 매장량의 20%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45억 배럴라고 하고. 러시아는 정말 배 아파서 미칠 노릇일 것이다.

러시아가 그때는 왜 알래스카를 팔았을까. 당시 제정 러시아는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통치가 어렵고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알래스카 매각을 결정했다고 한다. 오스만튀르크와의 크림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난 데다 영국이 알래스카를 무력으로 점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매각을 부추겼다고 한다. 돈이 없다고 국가의 재산을 닥치는 대로 팔다가 낭패 볼 상황, 그리스는 내다봐야 한다. 외환위기 후 닥치는 대로 팔았던 우리도 좋은 예이다.

□ 참고기사

-<세계일보> 2010. 6. 28자 “[설왕설래] 섬 세일”
-<한국경제매거진> 2010. 5. 1자(60호) “해양 레저 문화 시대…개인 섬에 ‘돈’ 몰린다”
-<동아일보> 2010. 3. 19자 “[휴지통] 해양탐험 우승자에 ‘1억짜리 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