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적으로 해 온 우측보행을 오늘(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공항, 철도, 지하철 역사 같은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병원의 에스컬레이터와 계단 같은 민간시설에서도 우측보행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했었지?

이거, 누구 아이디어로 시행되는 정책일까.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구상이라고 한다.

우측보행으로의 변화, 거의 90년만이다. 1921년부터 뿌리내린 관습과 관행이 뒤 바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우파적 성향이 뚜렷한 현 정부의 노선 때문에 좌에서 우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중앙대 건설환경연구소의 이준 연구원이 보행자들이 어느 쪽 통행을 선호하는지,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향은 어느 쪽인지 조사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장애물을 회피할 때, 가방을 들 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이런 모든 경우에 오른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걸을 때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느낀다”라고 분석했다고. 또 다른 연구 결과, 우측 보행 때엔 속도가 1.7배나 빠르고 충돌 횟수도 24%나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우측 보행을 채택하고 있다. 심리적 요인, 보행의 효율성, 사고 방지 비율 여기에 더불어 세계적인 추세까지 고려한 것이다.

◯…보행 이야기만 했는데, 기왕 이야기 나온 김에 자동차 통행 방향 이야기도 해보자. 많은 이들이 아는 대로 차 운전석 위치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나 미국, 프랑스는 왼쪽에 있지만, 일본이나 영국, 인도는 오른쪽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 관습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말이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절, 미국의 마차는 크고 마부가 앉는 자리는 따로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오른손잡이인 마부들이 채찍을 휘두르려면 오른쪽보다는 왼쪽에 앉는 것이 편했다고 하고. 반면 영국의 마차는 크기가 작고 안에 마부석이 있었다고 한다. 차 안이 좁기 때문에 왼쪽에 앉아 채찍질을 하면 벽에 닿기 십상이었다고 하고. 그래서 영국의 마부들은 마차의 오른쪽에 앉았다고 한다. 이런 마차 시절의 관습이 오늘날의 자동차 운전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운전석이 왼쪽에 있다. 반면 바다 건너 일본은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였기에 오른쪽에 있다고 하고.

◯…운전석 위치와 자동차 통행 방식도 상관관계가 있다. 오른쪽 운전석인 영국과 일본이 좌측통행이다.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몰타 남아공 인도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도 그렇다. 한편 오스트리아 스웨덴 헝가리 아이슬란드 체코와 슬로바키아 나이지리아 가나도 한 때 좌측통행이었지만 1960~70년대에 우측통행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70% 이상의 나라가 우측통행이라고 하고. 현재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우측통행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왜냐. 영국 프랑스 해저터널이 생겼을 경우 프랑스에서 온 차가 터널을 나오는 순간부터 영국 차와의 충돌 위기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는데, 보행은 좌측으로 해왔다. 정상이 아닌 것이다. 이유를 살펴봤다. 씁쓸했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였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우측통행에 우측보행이었다. 그런데 1921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식 교통체계에 맞춰 좌측통행에 좌측보행으로 바꿨다. 그러다 1946년 미군정은 차량의 통행방식을 우측으로 변경한다. 하지만 좌측보행은 손보지 않았다. 그래서 좌측보행 우측통행이 굳어졌다. 결국 자동차는 미식, 보행은 일식인 셈이다.

◯…한편 우측통행 우측보행이 대세인 셈인데, 역행하는 나라도 있다. 좌측통행으로 바꾼 나라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령이었던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다. 이유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진출한 많은 근로자들이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은 중고차를 싼 값에 구입해, 고국으로 옮겨 와 굴리기 위해서다. 자동차 통행방식을 고칠 때, “이쪽으로 가라”라고 한마디 명령만 하면 끝날 일인가. 복잡하고도 엄청난 예산이 든다. 통계를 보면 스웨덴과 아이슬란드가 1960년대에 좌→우로 변경한 다음 교통사고가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속담이 있다. “습관은 몸보다 먼저 나간다”는. 보행 방향 변화에 따른 파장은 차량통행 보다 작겠지만, 우리 사회에 조속히 안정적으로 뿌리내려야 하겠다.

□ 참고 기사

<경인일보> 2009. 10. 8자 ‘좌측통행→우측통행’
<부산일보> 2009. 10. 27자 ‘[밀물 썰물] 우측통행 이후’
<한겨레> 2010. 2. 24자 ‘오른쪽걷기, 뇌에선 무슨 일이…심리적 안정감에 ‘알파파’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