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예찬

‘레밍현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들쥐들이 수십만 마리씩 연쇄적으로 물속으로 투신자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이상 현상을 보이는 원인이 무엇입니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들쥐들이 번식해서 좁은 공간에 개체수가 너무 많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일정 공간에 일정 개체수가 넘으면 폭력적이 되거나 자학적이 되어서 집단적으로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 최소한의 공간을 임계공간이라고 합니다. 인간도 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침범 당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카악! 하고 공격적이 되고 이상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현재 많은 도시인들은 임계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도시인들은 경쟁에 시달리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습니다. 사회가 살벌해지고 포악한 일들이 일어나고 자살률이 급등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지방에서 사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지방에서는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습니다. 십년 가도 그냥 그 값입니다. 아니 오히려 떨어집니다. 비교적 쉽게 임계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바쁘지 않습니다. 느긋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산이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산은 현대문명의 빠른 흐름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현대문명 속에서 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포악해지고 공격적이 되어 버린 인격과 삶을 정화시켜 줍니다. 자연을 떠나 콘크리트 숲에서 사는 도시민은 이런 복을 도저히 누릴 수 없습니다.


산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산은 언제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그냥 그대로 있습니다. 산은 변함없이 포근합니다. 거기에는 경쟁도 없고 시기도 없습니다. 다툼도 없고 요란함도 없습니다.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따스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산은 마음과 인격을 정화시켜 줍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서 심신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세속의 흐름 속에서 어느새 공격적이 되어 버린 인격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내 욕심을 하나님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겸허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여름이 제격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등산하는 것은 온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흙냄새, 수풀냄새, 땀 냄새는 그야말로 생명의 향기입니다. 땅과 하늘과 바람과 햇빛과 땀과 그늘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또 등산은 겸손을 배우게 하고, 평등을 배우게 합니다. 누구라도 제 힘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권세 있는 자도, 많이 배운 자도, 누구나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올라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위인들이 산에서 인생을 배우고 삶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도 산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보고 역사를 보았습니다. 모세가 그러했고, 다윗이 그러했고, 우리 주 예수님이 그러하셨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 여름에 명산 백운산에 오르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에게서로다.”(시121편)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