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 하나님의 일은 언제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일은 사람들과 같이 하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사람들을 통해서 하는 일입니다. 교회로부터 노회나 총회, 또 불신 이웃이나 그리고 때론 알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도 함께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도 참 여러 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천사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있고,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을 만큼의 의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만큼의 불의한 사람도 있습니다. 만나고 나면 영적으로 신앙적으로 덕이 되는 사람이 있고 만나면 신앙적으로 손해가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다시는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나기가 두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존경스러운 사람이 있고 실망스럽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고 역겨운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고 더 큰 절망과 좌절을 갖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너뜨리는 사람이 있고 세워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믿음을 더해 주는 사람이 있고 믿음을 잃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분 좋은 사람이 있고 불쾌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을 열어 주는 사람이 있고 눈을 감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찾아올까봐 걱정이 되는 사람이 있고 찾아오기를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찾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피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입을 열면 진리가 쏟아져 나오는 사람이 있고 입만 열면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제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입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입니다. 사람들이 내가 가진 권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날 찾아오거나 나의 지위나 직함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인격과 나의 향기 나는 냄새 때문에, 내 말을 듣고 싶어서, 나를 정말로 만나고 싶고, 내 말을 듣기 위하여, 영적 유익을 위하여,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찾아오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계 때문이 아니라 인격 때문에 나를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의 때문에 의무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교훈을 듣고 싶고 내가 가진 고매한 인격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오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입이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지 손해를 끼치는지를 심각하게 돌아봅니다. 내가 나를 선전하고 나팔을 불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하지 않아도 나를 만나서 내 말을 듣고 내 지혜를 배우려고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와 현실에서 잊혀진 사람이 아니라 산 위에 세운 등대처럼 끊임없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할까?”라는 질문은 나의 신분이나 지위나 명예나 권한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비춰진 나의 이미지에 관한 질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식년을 보내면서 일이 아니라 삶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의 성취보다 삶의 성취가 더 절실함을 배웠습니다. 무슨 일을 했는가 보다는 어떻게 살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입니다.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를 생각합니다. 탁월한 지도자는 못되어도 성실한 믿음의 사람이기를 바라고 위대한 역사를 이루지는 못해도 자기 사명에 충성한 그런 존재로 서야함을 배웁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린다면 나를 불러 목사로 세우신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삶이기를 원합니다.

2010년의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숨 고를 틈도 없이 벌써 우리는 후반전에 들어섰습니다. 우리가 추구할 것은 더 많은 것을 손에 잡으려는 욕심의 성취가 아니라 자신의 성숙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이“네가 누구냐?”가 아니라“나는 누구인가?”에 있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