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티황옥이라는 이름의 20살 베트남 여성. 2010년 2월 호치민에서 47세의 한국 남자 장 모 씨를 만나 단 한 번 선을 보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7월 1일 한국에 입국했다가 7일 만에 남편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고 복부에 흉기가 찔린 채 사망했다.

일개 사고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물밀 듯 죄의식이 젖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이야 사라졌지만 수년 전만 해도 우리는 길거리에서 이런 펼침 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베트남 숫처녀와 결혼’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초혼 재혼 장애인 포함 100% 성사’ ‘비용은 후불 카드 결제’ ‘신부 입국 안 될 때 전액 환불’ 하나같이 낯 뜨거운 내용들이었다. 반려동물 분양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심지어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인 남성 1명이 수십 명의 여성을 놓고 신붓감을 고르는 이른바 ‘룸살롱식 맞선’까지 등장했었다. 한국의 퇴폐 문화를 흉내 냈던 것이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참을성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캄보디아 전체 국제결혼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한국인이었건만 기피 대상으로 삼아 버린 것이다. 참다 참다 내린 결정일 것이다.

캄보디아도 이러한데, 자국민이 비명에 죽은 베트남은 어떨까. ‘베트남넷’이라는 사이트 영문판을 보면, ‘한마디로: 젊은 여성들이여 조심하라(In a word: Girls-be careful!)’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이 기사에서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100명 중 만족할만한 수준의 생활을 하는 경우는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의 신부와 한국인 미혼남성을 맺어주는 국제결혼중개업은 자유업에서 등록제로 바뀐 지 3년째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거세게 항의하고, 미국 국무부 역시 한국남성의 국제결혼이 인신매매와 다름 아니라며 적극 문제 삼았다. 그러자 우리 정부, 중개업을 규제하겠다는 약속으로 곤경을 피해갔다.

그러나 이런 규제 약속은 있으나 마나였다. 신랑감 나이와 학력·재산·직업·건강 등을 속인 사기결혼 중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상업화된 중개업자들의 경쟁을 방치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요즘 외국인 신부를 맞으려면 최소한 1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그 중 신부 집안에 들어가는 몇 십만 원과 결혼비용 200만 원 안팎, 왕복 항공료 등을 제외한 1000만 원 정도가 중개업자 몫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노총각들의 결혼 대책으로 우리보다 경제적 여건이 높지 않을 수도 있는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고 있다"며 "또한 언어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는 남녀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 등이 이 같은 사건을 발생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따지고 보면 비정한 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적응해 온 이주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다문화가정의 월평균 수입 가운데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한 경우(38%)가 100만∼200만 원이었다. 이 돈으로 생활하기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정의 한국생활 만족도는 뜻밖에 높았다. 여성 결혼 이민자의 57%가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건 결국 “작은 일에도 기뻐할 줄 알 정도로 매사에 긍정적이고 소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침묵하고 만족해한다고 할 바를 다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앞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은 출국 전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사전소양교육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부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외국계 주민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다문화 다민족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체 결혼의 13.6%가 국제결혼이었다. 그런데도 순혈(純血)주의 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는 결혼 이주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 국제화 시대에 토종, 이방인이 어디 있나. 신부를 데려올 때도 예의를 갖추고, 데려와서도 한국인과 똑같은 며느리로, 아내로 대접해야한다. 사람 도리를 안 하면 사람이 아니다.

□ 인용자료

내일신문 2010. 7. 16자 "[내일시론]베트남이여, 미안합니다(문창재)"
동아일보 2010. 3. 22자 "[횡설수설/권순택]룸살롱식 국제결혼"
서울신문 2010. 3. 22자 "[씨줄날줄]캄보디아 신부/구본영 논설위원"
세계일보 2007. 11. 2자 "[설왕설래]베트남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