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0일

이곳 땅 B국에 도착한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습니다. 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힘겨웠는데 이렇게 여러 날을 버틴 것이 못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6층 건물을 사정없이 휘감고 올라와 온 집안을 진동시키는 시궁창 냄새…사라 온 몸에 현란하게 수놓은 100방의 모기자국… 틈만 나면 수저와 밥그릇을 놀이기구 삼아 뛰어다니는 엄지만한 바퀴가족들… 집이 구해지지 않아 아직 풀지도 못한 짐가방들…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욱 짓누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찜통더위’입니다. 40도에 가까운 열기에 100%가까운 습도는 밤이 되어도 조금도 누그러질 기세가 없습니다. 샘솟는 땀방울 덕분에 피부는 촉촉함과 축축함 사이를 왕래할 뿐입니다. 천지에 가득한 이 무겁고 탁한 공기에서도 도망칠 구멍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허우적거리다가 늘어져 있는 것이 일상입니다. 무엇 하나 하고 나서 헉헉대는 저를 보며 ‘과연 이곳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득 ‘내가 뭘 하겠다고 이곳에 아이들까지 끌고 와서 이 생고생을 하는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오고 싶어 왔다면 참 마음이 힘들었을 뻔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내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은 ‘부르심’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을 쫓아가는 여행이 남아있는 앞으로의 삶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 조차 ㅈㄴ께 의지하지만 언젠가는 마치 이 정도는 당신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다는 듯 아무런 도움도 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그렇게 목 뻣뻣해지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작은 것, 숨쉬는 것 하나부터도 은혜를 구하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7월 15일

처음 이곳에 와서는 잠들기 전엔 어떻게 이 밤을 보낼지 두렵고, 눈뜨고 나서는 어떻게 이 기나긴 하루를 견딜지 두려웠었습니다. 아무리 샤워를 해도 밤새 숨막히는 끈적임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가끔 날씨가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한번씩 살짝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빨리 적응 될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누군가의 아룀이 하늘에 닿고 있나 봅니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조금만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는 나라도, ‘왜 땀이 계속 나냐고’ ‘왜 자꾸 살이 달라붙느냐’며 당황스러워 했던 보리도, 온 몸에 땀띠가 나도록 말도 않고 참았던 하늘이도 이젠 많이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시멘트 가루 가시지 않은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박스로 식탁 삼아 보내는 만찬도 정겨워 졌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이후 아직 인터넷도 연결하지 못해 연락 드리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도 연결이 힘들 것 같습니다) 이틀 전엔 앞으로 살게 될 월세집을 드디어 계약하게 되었습니다. 집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비교적 쉽게 적절한 집을 구하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 이젠 임시거처를 떠나 이사 가는 일이 남았습니다. 아이들 학교도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집과 거리가 있어 어떻게 통학시간을 줄일지 연구 중에 있습니다.

연명하듯 이 시간들을 보내느라 지금은 비록 돌아볼 정신머리조차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저희 가족의 하루하루가 여러분의 ㄱㄷ로 인해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여행을 같이하는 한 분 한 분 모두가 아버지께서 행하실 놀라운 일들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따듯한 습기를 듬뿍 담아 벵국에서 아름다운하늘나라보리 드립니다.

(일정)
7월 2일 B국 도착
7월 13-14일 컨퍼런스(팀 수양회)
7월 18-24일 이사예정
7월 26일 언어학교 시작
8월 5일 아이들 입학수속

(아룀제목)
- 고온 다습한 열대 환경에 건강을 잃지 않고 잘 적응하도록(적합한 체질로 개선되도록)
- 집이 학교(언어학교와 아이들 학교)와 많이 떨어져 있는데 주어진 환경에 즐겁게 적응하도록
- 집에 필요한 물품들을 잘 구할 수 있도록
- 7월 말에 언어학교를 시작하는데 현지어가 혀와 귀에 착착 달라 붙도록

하늘나라보리(13/10/7)를 위해...
-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 긴 학교 통학시간에(1시간 이상)에 지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 주식이 주로 카레인데 아이들이 음식에 잘 적응하고 더위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