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안식년 기간을 보내면서 누리는 특별한 은총 중에 하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라야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고 특히 예배를 아내와 같이 앉아서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새롭고 즐거운 경험입니다. 지난 35년간 목회를 하는 동안 그러고 보니 결혼을 한 그 다음 주부터 지금까지 아내 곁에 앉아서 성경 찬송을 같이 보면서 같이 예배를 드린 기억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에게는 가족과 함께 앉아서 예배를 드리라고 권면하면서도 나는 늘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아내는 늘 회중석에 앉아서 내 설교를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식년을 보내면서 미국에서는 딸과 사위와 같이 앉아서 한국에서는 가끔 오는 아들내외와 같은 좌석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처음에는 회중석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가족과 함께 앉아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새록새록 느낍니다. 아들을 장가보내고 가족이 다 모여 가족사진을 찍을 때 느꼈던 그 흐뭇함이 가족들과 같이 앉아 예배를 드리는 즐거움과 통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목사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성도들 중에서도 남편과 아내가, 그리고 아들 손자들과 다른 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물론 부부싸움이나 가정불화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편리한대로 좌석을 잡고 예배를 드리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더욱 교회 봉사자들의 경우나 온가족이 다 같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성도들은 불가피하게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목사로서 미안하지만 이참에 저는 성도들에게 예배는 꼭 가족과 같이 앉아 드리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예배를 함께 드린다는 것보다 더 귀하고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일을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위인전이나 역사적 인물들의 전기를 읽어 보면 어릴 적에 주일에 온 가족이 준비를 하고 예쁜 옷을 입고 교회에 가고, 예배를 마친 후 가족이 즐거운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신앙적 대화를 나눈 경험이 일생을 통해 삶의 능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읽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주일에 봉사니 회의니 사역이니 하는 너무 많은 일들 때문에 열심있는 성도들일수록 주일이 안식일이기보다는 일과 사역에 지치는 날이 되어 버리고 따라서 가족보다는 봉사니 회의니 하는 일로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도 몇 년 전부터 사역은 주말(금-토)에 집중하고 주중(월-목)에는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함께 하도록 장려하지만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어릴 적에는 사실 주일은 회의나 행사를 못하게 하고 예배만 드리는 날로 지켰습니다. 지금도 보수적 신앙을 고수(固守)하는 교단에서는 주일에는 행사를 금합니다. 각종 사역이나 당회, 제직회, 남녀 선교회 회의 등의 회의나 기념식, 임직식 등의 행사는 평일에 하도록 하고 주일에는 온 가족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안식하는 날로 지키도록 합니다.

좋은 전통입니다. 마치 하객의 편의를 위해 주일에 결혼식을 하는 가정들처럼 행사의 편리성이나 참석자들을 위한 배려 때문에 회의나 행사를 다 주일에 하게 되었지만 좋은 전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모든 사역과 행사, 그리고 회의나 모임, 교회학교 교육, 찬양대 연습까지 다 주말에 하고 주일은 아동들을 비롯한 모든 부서가 다른 아무 사역이나 번거로운 봉사도 없이 예배만 드리고 그리고 가족과 함께 신앙적 안식의 날로 온전히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주일로 주일을 더 거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여름휴가 계절입니다. 가족과 함께 신앙적인 휴가를 보내고 주일에는 가족과 한 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아이들에게 신앙적 삶의 아름다운 전통을 물려주는 그런 안식하는 주일의 전통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