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을 철원 모닝컴랜드에서 보냈습니다. 시설이 그리 좋지 않지만 그래도 맑은 공기와 조용한 주위 환경은 혼자 기도하고 묵상하며 글을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입니다. 다만 하루 종일 아무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식사나 청소 등 생활 전반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적막함이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건 하나님만을 바라보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그런데 밤나무 숲속 외딴집 숙소의 밤, 특히 초저녁 시간은 벌레와의 전쟁 시간입니다. 숲속이지만 여름밤의 무더위는 예외가 될 수 없어서 창문을 열고 지내야 하는데 창문에 까맣게 달라붙은 벌레들이 어설픈 방충만을 뚫고 침입하는 것입니다. 캄캄한 숲속에 여기 뿐인 불빛을 보고 모든 벌레들은 무조건 다 몰려오고 집 안에 무슨 요행이라도 기다리고 있을 줄로 착각한 벌레들이 사생결단으로 방에 들어오려고 합니다. 여러 방법으로 벌레들의 침입을 막아보지만 그래도 아침에 보면 여러 마리의 벌레들이 방구석을 기어 다닙니다. 그리고 결국은 내가 휘두르는 파리채를 맞고 죽거나 잡혀서 추방을 당합니다. 그들은 결국은 죽거나 추방될, 이 방에 들어오기 위하여 어젯밤 사생결단으로 틈새를 비집고 방에 들어온 것입니다.

나는 이 파리채에 맞아 목숨을 다한 벌레들의 시체를 보면서 오래전에 읽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생각했습니다. 무수한 애벌레들이 나무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꼭대기에 올라가기만 하면 무슨 수가 날 줄 알고 서로 밟고 밟히면서 동료들을 떠밀어 떨어뜨리고 새치기를 하고 사력을 다해 꼭대기로 올라갔지만 거기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분명한 목적 없이 높이 올라가기만 하면 성공인줄 알고, 무슨 방안인지, 그것이 무슨 불빛인지 알지도 못하고 사력을 다해서 방에 들어오는데 성공한 벌래들을 보면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성공을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성공인줄 알고 그것을 위하여 생명을 걸고 추구하여 얻었다는 그것이 바로 그들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오늘도 수단 방법을 다해 달려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본다는 것입니다. 부지런 하다고, 열심히 한다고, 경쟁에 이겼다고 그것이 곧 성공은 아닙니다. 무엇을 위하여, 어디를 향하여, 왜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는가에 대한 바른 검토가 없이 열심을 내고 경쟁에 이긴다고 다 성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달려가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내가 달려가는 이 길이 정말로 복된 길이고 정말로 생명의 길인가?,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가? 말입니다. 신앙 양심을 저버리고 친구나 친척이나 이웃과의 관계를 무너뜨리면서 때로는 하나님의 뜻조차 무시하면서 달려가는 이 길이 정말 복된 길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얻으려고 하는 그것이 과연 무엇이고 왜 그것을 얻으려고 이렇게 발버둥을 치는가 말입니다. 성공하고, 출세하고, 많이 가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말입니다. 남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가져서 무엇이 어떻다는 말입니까?

휴가의 계절입니다. 더 힘찬 전진을 위해 지친 몸을 추스르고 새 힘을 얻기 위한 휴가조차 경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교통지옥을 뚫고 빨리 가기 위해, 유원지나 휴양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가지요금과 얌체 상혼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쉬기는커녕 더욱 더 지쳐버리는 그런 휴가 말고 조용히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진지하게 장래를 계획하는 그런 휴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가는 인생의 방향과 살아가는 삶의 목적 그리고 성취하려는 성공의 종착이 어딘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인생의 바른 방향을 정하고, 바른 목적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자신을 정리하는 휴가이기를 바랍니다.

나방이 불에 뛰어 들듯이, 목적도 없이 죽음의 경쟁으로 나무 꼭대기를 올라가는 애벌레 같이, 죽을 줄도 모르고 무조건 틈새를 비집고 방에 들어오려는 벌레들처럼 그렇게 살지 말고 삶의 바른 목적과 바른 방법을 찾아 복된 인생을 계획하는 휴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휴가가 재창조(re-creation)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