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말벌의 활동이 왕성한 계절이다. 여름을 전후해 벌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벌의 생리적 특성 때문이다. 벌들은 보통 5∼6월에 집을 짓고 6∼7월에 먹이를 찾아다닌다. 벌은 8월이 되면 벌집 1개에 많게는 3000 마리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이러다보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따라서 공격성도 강해진다. 때문에 독성도 1년 중 가장 치명적이다. 독의 양이 일반 벌의 15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도심 한 복판에서도 커다란 벌집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주에는 50대 여성이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까지 있었다.

요즘 아파트 상가 처마에 축구공만한 벌집이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엔 119 소방대에 신고하면 된다. 그러면 보호복으로 중무장한 소방대원이 벌집을 재빨리 떼어내 비닐봉투에 담아 버린다. 남아있는 말벌들은 살충제를 뿌려 제거한다.

그렇다면 왜 벌들은 도심으로 몰려들까. 도시가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벌들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다. 벌들은 습성 상 온도가 높은 곳에 몰려 산다. 게다기 요즘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심에 녹지 공간을 크게 넓히고 있다. 이러다보니 벌들이 ‘따뜻한데다 나무숲도 있는 도시, 못 살 것 없다. 가자’ 이러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에게 해로운 말벌이 크게 느는 반면에 꿀벌은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겨울 미국서 사육하는 꿀벌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는 수십억 마리의 벌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한다. 벌꿀이 줄어든다? 이건 정말 비상이 아닐 수 없다. 거의 모든 열매에는 벌들의 날갯짓이 들어있다. 식물의 수정을 도와 인류가 소비하는 음식 중 30% 이상의 생산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꿀벌이다.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약 1억5000만 전부터 꿀벌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배달부 역할을 해왔다. 나비도 있듯이,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식물들의 짝짓기를 꿀벌만이 도와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꿀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런 꿀벌이 멸종하면 전 세계적인 식량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왜 앨버트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할 것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꿀벌감소의 큰 원인은 살충제이다. 미국 농업연구소 꿀벌연구팀의 연구원이 "미국의 꿀벌과 밀랍을 조사했더니 121종의 살충제가 발견됐다. 벌이 섭취하는 영양소와 살충제 사이에 미묘한 작용이 일어나 벌을 자꾸 죽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음식과 환경,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작가 로완 제이콥슨 씨는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이란 책에서 이동 양봉에 혐의를 둔다. 이동 양봉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지만 벌통을 화물트럭에 싣고 무려 8000㎞나 옮겨 다니면서 이동 양봉을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대규모 산업화된 단일경작과 엄청난 거리의 벌통 이동은 꿀벌들에게 제대로 일할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경쇠약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벌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소방방재본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여름은 말벌, 일벌들이 먹이를 찾아 도심지를 찾는 시기이기 때문에 청량음료 같은 식품에 첨가된 당분에 이끌려 출현한다"라고.

정리한다. 벌에 쏘이지 않는 방법이다. 향수나 향기가 진한 화장품, 밝고 화려한 계통의 옷을 피해야한다. 산책할 때 맨발로 다니지 말고 꽃밭 근처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게 좋다.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손이나 신문지, 손수건 등을 휘두르거나 도망가서는 안 되며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몸을 최대한 낮춘 후 벌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벌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현명한 대비가 최선의 해답이다.

□ 인용 자료

SBS 2010. 7. 27 '모닝와이드' '아파트에 축구공만 한 벌집 '공포'…말벌주의보'
서울신문 2008. 8. 6자 ‘벌떼의 역습’
경향신문 2010. 8. 4자 '[여적] 벌떼 습격'
한국일보 2010. 6. 17자 '여름은 벌의 계절, 방심하면 쏘인다!'
파이낸셜뉴스 2010. 6. 17자 '이른 무더위, 도심 벌떼 출현 잦다..소방당국 비상'
대전일보 2009. 3. 28자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도 멸종?'
조선일보 2010. 5. 3자 '[Around the World] 지난겨울 美 양봉장 꿀벌 33%가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