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말복이었다. 이날을 맞아 보신탕 찾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동물보호단체의 개고기 반대 캠페인이 전개됐다. ‘아무리 몸보신 용도라고는 하지만 개고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개고기가 어제 오늘의 음식인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개고기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것은 틀림없다. 조선시대에 나온 동의보감에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액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안악 3호분 고구려 벽화에 도살된 개가 등장한다. 이걸로 따지자면 우리 조상들은 고구려 시대에도 이미 개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개고기는 궁중 음식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궁중 수라상의 식단에는 구증(狗蒸)이라는 음식이 있고, 민간에서는 ‘구장’을 더위를 쫓는 최고의 음식으로 쳤다고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구장이라고 한다. 구장에 고춧가루를 타서 밥을 말아 시절음식으로 먹는다.”고 적혀 있다. 개고기가 임금님부터 서민들까지 모두에게 동물성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개고기 식용 논란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세계가 한국을 주목할 때였다. 1960년대 은막의 스타에서 극단적 동물보호주의자로 변신한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에서 수많은 개들이 식용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야만적인 국가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다급해진 서울시는 개고기 판매행위 단속 고시를 통해 보신탕과 개소주의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보신탕은 대로에서 사라졌을 뿐 영양탕, 사철탕, 보양탕 등으로 불리며 골목 안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그래서 삼계탕이 아니라 삼‘개’탕, 육개장이 아니라 육‘개’장 이런 식으로 중성을 슬쩍 바꿔서 파는 웃지 못 할 경우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서구 여러 선진국의 동물에 대한 배려는 각별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더 호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허가 없이 개의 불임수술을 시킬 수 없고 함부로 사고 팔 수도 없다. 마치 입양아를 키우 듯 해야 한다. 개들의 천국이라고 하는 프랑스에서는 애완동물을 홀로 여러 날 방치해 두면 처벌을 받을 뿐더러 운동을 시키지 않아도 주인의 책임을 묻는다. 파리시는 개전용 옥외 화장실을 설치하고 오물수거 비용으로 연간 1억 프랑, 우리 돈으로 18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할 정도이다.

하지만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의 5대 장군인 도쿠가와 쓰나요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는 1687년 동물살상 금지령을 내려 개, 고양이, 새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조개붙이까지도 죽이거나 먹지 못하게 했다. 이 명령은 매우 엄격해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였다는 이유로 유배형을 당하거나 심지어 할복자살 명령을 받은 이도 있었다. 동물 괴롭혔다고 사람보고 죽으라고 하는 꼴이다. 동물살상 금지령은 쓰나요시의 외아들이 죽고 후계자가 없자 “전생의 업 때문이니 살생을 금하라”는 승려의 충고를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일본은 당대 ‘동물의 왕국’이었다. 오쿠보, 나가노 등지에 대규모 사육장을 만들어 무려 4만8천 마리의 개를 먹여 살렸다. 개 한 마리에 하루 쌀 3홉, 된장 90g, 마른 생선 한 홉을 주었고, 그 먹이는 관동지방의 인민들에게 특별세를 거둬 대었다. 이 때문에 민중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 법령에 혐오감을 가졌던 미토 지역의 영주 도쿠가와 미쓰쿠니는 도쿠가와 쓰나요시 쇼군에게 고급 개가죽을 보내 야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은 개고기 먹는 나라’라는 지적, 우리 이미지에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을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는 유럽 축구팀 맨체스터Utd의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 가운데 하나이다. ‘박지성, 개고기 먹는 박지성, 힘내라, 저들은 국회의원도 쥐를 잡아먹는다.’ ‘저들’은 맨유팀의 최대 라이벌 리버풀 팀이고, 상대를 약 올리기 위한 노래지만, ‘개고기 먹으면 어때, 열심히 달려 슛 골인’ 정도가 될 것 같다. 쥐를 잡아먹는다는 지역의 팀과 그렇게 신나게 축구를 하고, 개고기 먹는 나라의 선수라고 혐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제 유럽 사람들도 문화적 차이를 서서히 인정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있다. 위생적인 도축이 아쉬운 현실이다. 보신탕집은 서울에만 500~600 곳이 있고, 전국에서 연간 200만 마리 정도의 개고기가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개고기의 도축이나 유통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개고기는 현행법상 축산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도축이나 유통기준을 규정한 축산물 가공처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개 농장에 질병이 돌아도 사전에 발견하기도, 판매를 규제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중국 등지에서 해마다 20톤 이상 헐값에 수입되는 애완견들이 식용으로 둔갑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규정도 관리도 없는 위생 사각지대에 언제까지 방치해야 할지 답답하다.

개고기 옹호론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개고기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를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와 함께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지정하는 '가축'의 범위 안에 넣자는 것이다. 사실 개가 법정 가축이 되면 사육ㆍ도축ㆍ유통 과정에서 각종 위생 검사와 규제를 받는다. 동시에 개고기가 소시지ㆍ육포ㆍ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의 재료가 되는 길도 열린다. 그러나 반대 단체는 “‘개고기 합법화’는 더욱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한다. 말복과 함께 논쟁은 수그러들겠지만, 내년 여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다.

□ 인용 자료

시사IN 2010. 7. 31(150호) "'개'를 먹어? 아니, '개고기' 먹어!"
서울신문 2008. 4. 15자 "[씨줄날줄] 개고기 / 함혜리 논설위원"
한국일보 2008. 3. 26자 "[지평선] 狗는 관리돼야"
한겨레 2006. 10. 27자 "[유레카] 개고기 / 정남구"
서울신문 2006. 8. 8자 "[설왕설래] 보신탕"
한국일보 2006. 7. 19자 "[지평선] 복날"
한국경제신문 2002. 9. 13자 "[천자칼럼] 동물보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