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을 보내면서 감사한 것은 쉴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더 많은 목회적 경험의 기회를 가진 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통하여서 많은 곳을 돌아 볼 수 있고 또 주일마다 여러 다른 교회 예배에 참여함으로 다양한 교회와 예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다른 교회는 어떻게 예배를 드리고 사역을 하는지, 다른 목사님들의 설교와 예배를 객관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안식년은 참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주일마다 여러 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예배와 설교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주로 타 교단(감리교, 고신, 기장, 합동, 독립교단 등) 교회 예배에 참여했고 무조건 큰 교회보다는 특별하다는 교회를 위주로, 정통교회 뿐 아니라 이단시비가 있는 교회 예배에도 참석을 했습니다.

지난주일에는 이단시비로 교계에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기성 교회 교인들이 많이 몰려가서 교계의 주목을 받는 K교회 주일 낮 집회에 찾아갔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그 교회 문제와 실상을 바로 알아야 우리 성도들을 잘 인도할 수 있고 또 이젠 내가 한국교회의 문제를 비판이나 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강남의 모 빌딩 지하층을 빌려서 모이는 그 교회 집회는 교회당의 화려함이나 예배의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대상 하나와 강력한 사운드의 음향시설만 신경을 쓴 그런 예배당이었습니다. 어느 교회를 가든지 특히 이단집단의 집회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음향·영상시설이 탁월하다는 것인데 이 교회도 다른 것은 없었지만 음향시스템은 탁월했습니다. 교회당의 화려함을 물량주의라고 비판하고 헌금을 이웃을 돕는 일보다 교회 건물 치장에 낭비한다는 기성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젊은층의 기호에 맞는 컨셉이라고 생각합니다. 넓기는 하지만 냉방이나 환기 시설조차 잘 안된것 같은 지하실에 빽빽하게 놓은 개인용 의자는 예배시간 30분 전에 이미 거의가 차 있었고 드럼을 비롯한 리듬악기 중심의 강력한 사운드와 찬양리더들에 맞추어 부르는 찬양은 여름날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찬양곡은 거의가 다 좀 생소한 곡이었지만 예외 없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랫말로 된 그러면서 아주 부르기 쉬운 곡이었습니다(이점은 우리가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주보는 인쇄도 내용도 조잡했고 예배의식 역시 그랬습니다. 예배는 정시에 시작되었고 거의 2시간을 드리는 예배였지만 대표기도도 찬양도 없이 찬송 부르고, 성경 읽고, 설교하고, 기도하는 순서였습니다. 그러나 설교를 들으면서 그 교회가 왜 이단으로 지목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고 동시에 이런 설교를 듣기 위해 모여드는 한국사회의 영적혼란에 대하여 심각한 아픔이 마음에 슬픔처럼 다가왔습니다. 설교가 전부인 2시간의 예배에 설교는 거의가 기성 교회에 대한 비난과 저주였고 자기변명이었습니다. 설교를 들으면서 그 집단이 오래가지 못할 집단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한국교회의 걸림돌 역할도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아프게 한 것은 이런 엉터리 같은 소리를 설교랍시고 하는 이 집단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다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교회를 나오면서 나는 교회지도자의 한사람으로 사람들을 그런 집단으로 쫓아 버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뭔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바로 영적공동체인 교회가 세속적 공동체가 되고, 영적능력보다 외적화려함을 쫓고, 복음에 충실하기 보다는 현세에 충실하려는 변질, 영적갈증을 풀어주지 못하는 교회의 메마름에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K교회에 흠모할 만한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설교를 하면서도 시종 성령을 말하고, 성령의 은사를 말하고, 영적변화를 말했습니다. 비뚤어진 시각과 성경을 넘어선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거기는 성령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국교회가 지금 시급히 회복되어야 할 것은 영적능력이고, 윤리나 도덕보다는 복음을 말해야 하고, 사회봉사보다는 생명구원을 말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