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행사를 쫓아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무더워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계절의 압력은 이길 수 없었던지 폭염이 잦아들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간질거립니다.


이제 하늘은 높아가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문득 돌아보니, 청명한 하늘 밑에 만물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감이 자태를 뽐내고 있고, 길 양편에는 코스모스가 얼굴을 내밀고 부드럽게 한들거리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어느 부지런한 농부의 손을 거친 알곡과 고추가 한 줄로 늘어서서 젖은 몸을 말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하늘과 바람과 햇빛과 공기가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이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세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에 발맞추기 위해 이 가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우리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일 것입니다. 세상 탐욕을 씻어내고 세상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가치관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그 밑거름은 역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이 만남이 중요합니다. 과연 누가 내게 다가와 꽃이 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됩니다. 강도가 다가와 꽃이 되는 사람은 강도가 됩니다. 위대한 정치가나 사업가가 다가와 꽃이 되면, 위대한 정치가나 사업가가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만남은 하나님과의 만남입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때 인생이 달라집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의 법도와 규례를 마음과 생각에 기록하게 됩니다. 그러할 때, 마음이 넓어지고 생각이 거룩해집니다. 가치관과 인생관이 건강해져서 어지러운 세상의 참이 무엇이고, 거짓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가치 있는 일, 거룩한 일에 헌신하는 향기로운 인생이 됩니다. 그런 삶은 결실의 가을을 온통 환희의 날들로 채워갈 것입니다.


이런 인생이 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진리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싶은 열망, 진리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 열망과 의지를 가지고 성경을 펼 때,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만나주시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이 열망과 의지가 없는 자는 성경말씀이 지루하고 따분할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열망과 진리에 대한 마음이 있는 자는 성경말씀이 꿀송이처럼 달게 느껴집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아무쪼록 이 가을에 진리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성경책을 펴는 시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너희가 나를 전심으로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렘29:13)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