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물론 마음까지 떠나 후반기의 새로운 목회를 모색하기 위해 떠났던 안식년 사역을 마치고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쉬기보다는 목회사역을 업그레이드 (upgrade)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저는 안식년 휴가라는 말보다는 안식년 사역이라는 말을 썼고 어디를 가든지 쉬는 것보다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의 안식년이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목회현장에서 생각하고 깨닫지 못했던 여러 일들을 깊이 생각하고, 검토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기도원생활로 쉼과 영적성찰의 기회를 가지면서 시작한 안식년은 시집보낸 미국의 딸네 집에도 가보고, 이민자 목회를 하고 있는 우리 교회 부목사 목회 현장에도 가보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여러 대학들과 연구소 및 영성센터들도 방문했습니다. 세계적 선교단체의 국제 본부도 방문하고 소문난 명소를 구경하고 유명한 휴양지의 방문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안식년이라고 쉬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오하이오 에텐스(Athens) 조용한 교외(郊外)에 있는 딸네 집에 머무는 동안에는 우리 교회 목회계획서를 근간으로 한 목회매뉴얼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목회”를 집필했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총회 역사위원회를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안식년 중에도 전남 여수에서 있었던 손양원 목사 순교 6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하고, 여수 애양원의 유적지 보존을 위한 총회사적지 지정, 경남·마산 지역의 사적지 방문, 부산 일신여학교 사적지정 행사를 주관했고, 그리고 장로교 최초 7인 목사 리더십 연구와 포럼 자료를 책으로 출판(쿰란출판사)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단 내 역사 전공자들을 묶어서 ‘총회장로교역사학회’를 창립한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안식년 중에 가장 큰 일은 ‘총회목회정보정책연구소’를 설립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94회(2009.10) 총회에서 결의하여 국내선교부가 수임한 안건으로 그동안 총회 ‘목회전략개발전문위원회’를 맡고 있던 저에게 그 일이 맡겨져서 총회 국내선교부의 도움으로 전국 12개 지역에 지역연구회를 조직하고, 7월에 중앙연구소를 만들었고, 이번 95회 총회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9월 30일 천안중앙교회에서 설립예배를 드리고 이어서 10월 2일까지 2011년을 위한 목회 잔치(Festival) 개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안식년 중에 집필한 목회매뉴얼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목회”라는 이름의 책으로 강의할 예정 입니다. 연구소 이사장 임기가 3년이니 아직은 짐을 벗지 못하고 한국교회를 세우는 마음으로 연구소를 든든히 세우는 역할을 더 감당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신양교회를 배경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몇 개 교회 집회와 설교를 인도하기도 했고, 국내 여러 소문난 교회들을 방문하여 다른 교회 다른 목사님들의 예배인도와 교회목회를 배울 수 있었고, 다른 교단에 속한 교회 등의 방문을 통하여 교단의 신학적 경향과 예배의식의 차이를 발견하고, 목회자의 신학적 경향이 목회와 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성 공동체 ‘모세골’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이단으로 규정된 한 교회를 방문한 것은 내 목회에서 강조해야할 부분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떠날 수 있도록 안심하고 맡길 부교역자들과 장로님들이 계셨다는 것입니다. 교회를 통째로 맡길 수 없어서, 마음 놓고 맡길 동역자가 없고 교회를 책임져 줄 믿을 수 있는 당회원이 없어 안식년을 못가는 목회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오늘의 목회 현실에서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성도 여러분들입니다. 저는 안식년 중에 여러분을 생각하며 “보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고 양(羊)을 두고 떠나있는 목자(牧者)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섬길 교회와 외칠 강단이 있다는 것이 목회자로서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실감합니다. 할렐루야.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