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니 생체사이클이 변하여 저녁잠이 늘고 식성이 변하여 김치와 고추장이 좋아지는 등 육체적 변화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하는 마음의 변화입니다. 안절부절 조급하게 바라보던 세상일이 초연해 지고 작은 문제도 마음에 걸려 안달을 하던 불안했던 마음도 점점 느긋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호들갑을 떨고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았던 지나친 염려도 이젠 훨씬 더 태연해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보는 눈이 넓어지고 듣는 귀가 더 커지는 것 같아 이제 철이 드는 것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아마 내 나이 탓이기도 하지만 안식년을 보내면서 내 일이나 삶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기회 탓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강하게 내 마음에 자리하는 감정은 교회 특히 한국교회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전에는 총회나 노회, 교계의 일에 대하여, 국가와 사회, 지역의 일에 대하여 늘 남의 일처럼 생각을 하였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내 목회, 내 교회, 나의 일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내가 비판하고 방관할 입장이 아니라 책임져야할 입장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이래서는 안 되고, 나라가 이래서는 안된다”라고 남의 일처럼 생각했던 것이 이젠 “총회나 노회, 나라와 사회에 대하여 내가 이래서는 안 되고 내가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변한 것입니다.

제가 우리 교단 “총회목회정보정책연구소”책임을 맡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심각한 사회적 도전과 불신과 싸우며 교회 안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여야 하고 수많은 갈등과 도전의 벽 앞에서 힘겨운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교회 침체와 약화라는 현실을 넘지 못하고 혹은 실패 혹은 좌절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추고 신뢰가 무너진 현실의 책임을 고스란히 목회자가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오늘 우리시대의 문제는 목회자의 악(惡)함의 문제이기보다는 목회자의 약(弱)함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총회 국내선교부 목회전략개발전문위원장이라는 책임으로 이제 한국교회 목회자를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목회자들의 목회사역을 구체적으로 도와주고 목회의 슈퍼비전을 받을 수퍼바이저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행으로 이런 인식을 같이한 총대들에 의하여 지난 94회 총회에서 총회목회연구소 설립을 결의했고, 그 일이 총회 국내선교부의 수임사업이 되었고, 또 다시 그 일을 저에게 맡겨서 국내선교부 실무진들과 한 해 동안 준비하여 12개 지역연구소와 그 모두를 아우르는 중앙연구소인 “총회목회정보정책연구소”를 설립했고 이번 95회 교단 총회에서 조직인준을 받은 것입니다.

사실 목회자들을 바로 세우는 것이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교회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본질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본질적이고 실현가능한 전략 개발과 훈련은 이시대 한국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교회의 침체나 약화를 시대상황이나 또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원인에 돌리기보다는 이 모두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세워주는 것이 교회를 세우는 일입니다. 또한 다원화되고 다양한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목회에 필요한 전략과 자료들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 역시 교회를 세우는 중요한 사역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성공적인 교회사역에 대하여 그 열매와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하지만 부족하고 약한 부분을 함께 돕고 채워주고 같이 책임져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문제를 객관화시키고 정확히 판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자신의 일로 보고 책임지려는 노력들이 중요합니다. 내 문제, 내 일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 우리의 문제에 대하여 공감하고 함께하는 자세가 교회를 세우고 사회를 세우는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이 자신의 위상을 세우는 일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서 함께 돕고 세우고 같이 책임지는 일이 중요합니다. 성도들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