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가 사실상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다. 회사의 배려나 추석연휴 전후인 오늘과 오는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9일간의 추석연휴를 즐기게 될 직장인들.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그동안 쉬는 날이 토요일, 일요일과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올해 실제 공휴일 수는 작년과 같은 62일이다.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 연휴, 어땠나? 토, 일, 월이었다.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모두 모두 일요일이며 성탄절은 토요일이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국경일을 모두 법정 공휴일로 정하고 그 날이 토요일인 경우에는 그 전날을，일요일이면 그 다음날을 공휴일로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현재도 논의만 하고 있다.)

이번 추석이 만약 화요일이었다면, 토, 일, 월, 화, 수 총 5일을 쉴 수 있어서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아예, 월, 금까지 다 쉬어서 총 9일을 쉬는 직장도 많다.

이것 때문에 관련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연휴에는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07년 추석 시즌보다 더 많은 인파가 해외로 빠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행사 상품은 2007년 추석 때보다 57.7% 늘어났다고 한다. 항공사도 초호황이다. 연휴 기간 모 항공사 해외노선 예약률은 평균 92%로, 일본과 대양주 노선 좌석은 99%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연휴기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국내여행을 계획한 직장인도 많다. 2박4일 코스의 지리산 종주를 구상하는 사람들도 많아 지리산 주요 산장인 노고단과 장터목 대피소는 연휴 기간 예약이 일찌감치 꽉 찼다. 동해로 다녀오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동고속도로와 서울춘천간고속도로 역시 연휴 기간 비상이다.

이참에 외모의 자신감을 높이려고 수술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용모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외모 자신감’을 높이고자 하는 직장인에게 긴 연휴는 단비처럼 반갑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추석 시즌 쌍꺼풀과 코, 안면윤곽 수술을 받으려는 여성이 많아 수술예약이 평소보다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 업계는 올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자, 관심은 내년 또 내 후년 공휴일이 어떤가 하는 점이다.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2011년, 안타깝게도 1월 1일 신정 휴일은 토요일이다. 그러나 설 연휴는 잔뜩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월 2일부터 4일까지인데, 이때는 수, 목, 금이다. 또한 삼일절은 화요일이다. 월요일 연차 휴가를 내면 토, 일, 월, 화 4일이다. 압권은 5월이다. 5월 5일 어린이날, 목요일이다. 삼일절 연휴 설계가 잘 안 된 분은 5월 첫째주 금요일을 노리면 되겠다. 목, 금, 토, 일 쉴 수 있으니까. 아니, 월요일까지 휴가를 내는 용기가 있으신 분들은 이때 목, 금, 토, 일, 월, 화 총 6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화요일(5월 10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거든.

6월 6일 현충일은 어디 놀러가는 날은 아니지. 엄숙하게 보내야 할 날인데, 이때도 월요일이다. 8월 15일 광복절도 월요일, 10월 3일 개천절도 월요일이다. 추석 연휴는 좀 아쉽다. 9월 11일부터 13일인데, 일, 월, 화 쉬는 날이 되겠다. 2011년의 대미를 장식할 크리스마스는 좀 아쉽다. 일요일이다.

2012년 연휴도 사정이 나은가 모르겠다. 2012년 신정 1월 1일은 일요일, 설 연휴는 내년 추석 연휴와 같은 일, 월, 화요일이다. 2012년 추석 연휴는 토, 일, 월이다. 주중 한 가운데 쉬는 날이 많다. 삼일절 목요일,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수요일, 성탄절 화요일이다. 게다가 2012년에는 4월 초순 또는 중순에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 선거일이 있다. 통상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에 선거일이 잡힌다. 내후년에는 수, 목요일에 쉬는 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쉬려고 직장에 들어왔는가’ 이러면서 탄식할 사용자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 공휴일이 많아야 경기 둔화를 막는다는 말도 있다. 직원들의 여가 선용 기회가 많아져야 창의적인 생산 활동이 가능하다는 식의 ‘무형’의 논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은 생산이 문제가 아니고 수요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생산을 무한정 늘리기보다는 소비 진작 차원에서 휴일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시 말해 지금 상황은 '휴일이 많아진다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공식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이다.

LG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춘제, 노동절, 국경절 등 3대 황금 연휴 기간에 판매되는 소비품이 연간 판매액 가운데 10%를 차지했다. 특히 춘제 연휴 7일 동안에는 2월 전체 소비의 3분의 1이 넘게 소비됐다. "공휴일이 많다는 것은 생산을 억제하고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공휴일이 늘어나는 것이 일종의 경제 부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적용되는 논리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월별 소비 추이를 보면 휴일이 많은 달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이 사야 많이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내년 우리 노동자의 삶의 여건이 개선되고 덩달아 경기 회복의 호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인용 자료

-매일경제, 2009. 2. 3자 "빨간날의 경제학…소비 위축기때 휴일 많으면 경제 도움"
-한국경제, 2009. 10. 9자 ""내년 공휴일도 樂이 없네"…토·일요일과 상당수 겹쳐"
-세계일보, 2010. 9. 19자 "떠나볼까! 고쳐볼까!… 20∼30대 직장인들 "제2의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