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회에서 공직자들이 대거 벤처비즈니스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젊은 피’가 공직에서 이탈하고 있어 공직붕괴를 초래한다는 등,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옮기는 이가 남아 있는 이보다 반드시 더 우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벤처에서 살아남을 만큼 자신감이 있는 인물들이 공직에서 빠져나기는 것은 인사행정의 경직성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일하는 데 있어 가장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바로 급여이다.

이 요소를 경직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점차 역동성을 잃게 된다. 성과를 많이 낸 사람이나 적게 낸 사람이나 급여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급여가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유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료조직의 경직성은 상당부분 급여체계의 경직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연공서열식으로 호봉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게 되어 있다면, 그것은 조직에 더 공헌한 사람보다는 오히려 조직에 오래 붙어있는 사람이 더 유리하도록 체계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료들에게 급여는 더 이상 직무수행에 대한 동기부여로 작용하지 않는다. 급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관료들은 성과를 더 내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계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공직사회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승진을 위해 동료와 과도하게 경쟁하게 된다. 누가 먼저 승진하여 좋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에 집착하는 불건전한 경쟁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관료사회에 학연, 지연을 통한 인맥 만들기가 만연하게 된 것도 사실은 급여체계의 경직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인사행정에서 급여의 직무수행에 대한 동기부여 기능 을 회복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급여 공정성(公正性)의 원리이다. 이 원리를 제대로 지킬 자신이 없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인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연공이 쌓이고 경력이 많을수록 조직목적에 더 많이 공헌했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이 전제가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었지만, 정보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그런 전제가 무너져버린다. 그러므로 이미 지나간 사회에서 만들어진 급여 체계를 오늘날까지 계속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더 불공정해질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급여를 공정하게 지급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하면, 급여 공정성의 원리를 실현하려면 어떤 방법론이 가장 바람직한가? 사실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20세기 전반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동일한 직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성별, 인종별, 연령별 급여차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 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급여차별의 불공정성이 많이 해소되었지만, 아직도 완벽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직의 목적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측정하여 그 공헌도에 따 라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 공직사회에서는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연공서열식의 급여 체계는 오히려 나이에 의한 급여차별로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조직목적에의 공헌도를 가능한 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것이 인사행정의 핵심과제이며, 행정개혁의 근본이 될 것이다. 공헌한 만큼 급여를 받는 것보다 더 공정한 제도가 어디 있겠는가?

/ 경영학 박사, 서강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