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잊어버립니다.
그것도 상당수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자꾸 많아집니다.

30을 넘어설 때
그토록 잘 외던 전화번호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40을 넘어서니
이름의 성들이 혼동되기 시작했습니다.

50을 넘어서니
그것도 중반으로 치달려오니
사람을 봐도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아, 집에서 봤구나 할 정도로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60, 70을 넘어갈 때
정말 정말 많은 것들이 잊힐 겁니다.
치매까지는 안 가겠지만
정말 아쉬운 것들이 사라질 겁니다.

물론,
목회하며 깊이깊이 받은 상처들,
자다가도 일어나 몸을 떨게 하던 그들도
다 잊혀지겠지요.
그건 정말이지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말이지
갈수록 갈수록
떠오르는 것보다 사라지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좋은 추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그런데 말이죠
이상하게도 더욱 분명해지는 것,
하나는 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잊혀지고
가물가물해지는데도 말입니다.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
나는 형편없지만
이 형편없는 나를 하나님은 사랑해주신다는 것.
어째서 이건 또렷해지는 걸까요?
그렇죠, 그건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다른 것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직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
그거면 다 되는데.

그러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찬송.
‘예수사랑하심을 성경에서 배웠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

내가 다 잃었을 때,
내 모든 기억이 다 사라졌을 때,
나 자신도 잊어버렸을 때,
이것만은 더욱 또렷해지게 하소서.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