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가장 먼저 온 변화는 다른 교회의 주일 오전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40년 목회기간 동안 오전예배는 거의 본 교회에서 드렸고, 다만 외국 여행 시에나 다른 교회에서 오전예배를 드린 경험이 전부였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대부분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처음 몇 개월 동안 제법 유명하다는 교회를 찾아서 오전예배를 드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너무 번거로워 그만두고 가까운 교회 2부예배(9시30분)에 참석하고 있는 형편이다.

과거 시무할 때는 다른 교회에서 오후예배나 특별 행사 때나 초청받아 설교나 권면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종종 다른 교회 오전예배 설교를 하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안식년 휴가이거나 선교여행 차 강단을 비우는 경우에 설교하는 경우도 있으나 담임목사가 사임함으로 한 달, 혹은 몇 개월 동안 설교하기도 했다. 사실, 다른 교회에 가서 설교하는 경우에 번번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익숙지 않은 강대상에서 원고 보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마이크 상태도 내게 적절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면서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금년 가을부터는 서울노회의 어느 교회에서 매주 주일 오전 예배(1부-3부)와 수요예배 설교를 맡게 되었다. 부목사를 담임목사로 내정하고 2년 동안 유학을 보낸 대단한 교회였다. 그러므로 담임목사 공백기에 설교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일 수밖에 없다.

만약에 설교가 부실하여 교인수라도 격감한다면 설교목사 위치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기 때문에 매주 설교준비에 충실한 것은 물론이고 원고를 충분히 숙지한 후에 강단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설교준비는 별로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미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실, 홍익교회 시무할 때는 설교준비가 어려운 것은 장기가 한 교회에서 설교하다 보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30년 이상 내 설교를 들은 분들 앞에서 무슨 새로운 말씀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 본문만 읽어도 설교요지를 환히 꿰뚫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예화집을 다 뒤져 찾아낸 예화라도 과거 써먹었던 내용이 아니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설교준비할 때마다 20-30년 내 설교를 들어왔던 분들이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홍익교회에서 설교준비할 때는 토요일은 하루 종일 원고 작성에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진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번 어느 교회에서 한두 번 설교하는 경우에는 이미 많은 교회에서 했던 설교, 특별히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인사를 받았던 설교를 하면 된다. 그리고 몇 개월 맡아서 설교하는 경우에도 준비에는 어려움이 없다. 내 컴퓨터에는 20년 동안 작성했던 원고들이 저장되어 있다. 그 원고들 중에 그 주일에 행할 본문 별로 몇 개의 원고 찾아내서 핵심내용들을 합성하고 최근 자료를 추가하면 멋진 원고가 되는 것이다.

그 원고를 가지고 금요일이면 외딴 곳이나 기도원에 가서 집중적으로 기도하고 원고를 숙지하는 데 힘쓰면 되는 것이다. 과거 홍익교회 시절에는 토요일 원고 작성하노라 탈진한 탓인지 원고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므로 1부설교시에는 거의 원고에 매여 있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몇 번이고 원고를 소리 내서 읽은 후에 강단에 서게 된다.

그런데 금년 가을에 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설교하게 되니 큰 아들이 홍익교회 때와 같이 영상으로 설교를 돕겠다고 나섬으로 벌써 한 달 동안 영상설교까지 하게 되니 그 교회 교인들은 참으로 놀라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별히 아들은 그 동안 검색이나 파워포인트 작성실력이 월등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더 하다. 그 교회 많은 교우들이 악수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영상설교가 너무나 좋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은퇴 후에 이렇게 아무 부담 없이, 오히려 은혜가운데 설교하면서 이런 즐거움을 느끼게 하시다니 큰 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 교회에서 언제까지 설교할지 기약이 없지만, 여하튼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부족한 종에게 더욱 영적권위와 말씀의 능력을 부어주셔서 이 교회가 말씀 안에 변화 받게 하옵소서. 그러므로 이층까지 교인들로 차고 넘치도록 역사하옵소서. 그러므로 내정된 분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목회할 때는 크게 쓰임 받는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라고 간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