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설교 시간에 소개한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선이는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오빠와 함께 집에 돌아오던 길에,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선이는 전신의 55%에 3도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의사들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을 하였고, 설사 살더라도 사람 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선이와 가족들은 오직 하나님만 붙들고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2개월간 중환자실에 입원하였고, 다섯 차례나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8개 손가락을 모두 한 마디씩 절단하였습니다. 예전에 예뻤던 그 얼굴은 사라졌고, 외계인 같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선이는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때때로 유리창이나 밥숟가락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랍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괴로워서 교회를 가면 엎드려 울기만 합니다. “하나님, 나 어떡하실 거예요? 이제 어떡하실 거냐구요!” 너무나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목사님이 오시더니 지선이를 안아주면서 이렇게 말씀해 주었다고 합니다. “지선아, 내 사랑하는 딸아. 내가 너를 세상 가운데 세우리라. 아프고 병든 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하리라.” 이때부터 지선이는 자신의 삶이 ‘덤’인 것을 알았습니다. 자신은 ‘곧 죽을 환자’였는데, 이렇게 살려주셨으니 자신의 삶은 ‘덤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덤’이 바로 은혜인 것입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마음에 천국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그 동안 사랑해 준 수많은 사람들이 고마웠습니다. 이 덤의 인생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걱정이나 근심, 우울함 따위는 없다고 합니다. 그리곤 지선이는 이렇게 고백을 합니다.

“저는 솔직히 다치기 이전보다 훨씬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눈에 보이는, 정말 ‘짠’ 하는 기적을 바랬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기대를 품고 갔던 일본에서도 여전히 그런 기적이 나타나지 않아 병원 침대에 누워 ‘하나님 성격 이상하시다’며, 만나면 꼭 따져볼 거라고 울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정말 내게 기적이 없었는가? 모두들 살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이렇게 너무나 잘 살고 있습니다. 기적처럼 눈을 지켜주셨고, 캄캄한 절망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은 제 얼굴에 새 피부를 덮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큰 기적은 제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저조차도 이런 제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평안함이 늘 있습니다. 그것은 몸의 편안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것.... 전쟁터 속에 있어도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과 거기서 오는 영혼의 평안함이 있습니다. 예전 얼굴을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여덟 개의 손가락을 절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요동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평안’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손가락을 절단하러 들어가는 수술실 앞에서도 더 많이 자르지 않아서 감사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해 우리 차를 들이박은 그분께 조금도 미운 마음이나 분노가 생기지 않도록 제 마음을 지켜주셨습니다. 달라진 삶과 얼굴을 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갖기 힘든 마음을... 하나님은 한번 도 도를 닦아 본 적이 없는 제게, 그리 착하지도 않던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제 힘으로나 제 의지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저는 감히 그것을 ‘기적’이라 부릅니다.

오래 전부터 품어온 꿈이 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많은 것을 잃게 된 장애인들의 상실감과 우울함,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상담센터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무너진 마음 곁에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전문 상담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받은 위로와 평안으로 상한 영혼과 마음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고난은 축복입니다. 힘겹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이기고 나면 주어지는 보물이 있습니다. 고난을 통하지 않고서는 배울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열매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저는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지선 자매가 감사를 잃었다면, 그 자매는 죽기만을 바라며, 폐인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픔과 고통을 감사로 승화시켰더니,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장애인들을 위해 살겠다는 새로운 인생의 비전을 갖게 된 것입니다. 감사는 미래를 엽니다. 감사는 비전을 새롭게 합니다. 하나님은 감사하는 자에게 평안을 주고, 길을 형통케 합니다.

/약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