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아내와 집을 나섭니다. 시궁창 내 진동하며 부글거리는 검은 강을 따라 길을 재촉합니다. 각종 노쇠한 차들이 시끄러운 경적을 울려대며 사람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달립니다. 이리저리 널려 있는 오물과 웅덩이를 피해 흙먼지를 사이로 전진합니다. 길 한 복판에 가로막은 쓰레기 더미를 통과할 때는 오래 숨을 참아야 합니다. 그렇게 큰 길에 나가 차를 잡습니다.

작은 길이 전국체전이면 큰길은 올림픽입니다. 박물관에서 볼 수만 있는 각종 차들이 앞뒤좌우 한 뼘 간격으로 각축전을 벌입니다. 한 치 양보 없는 숨 막히는 경주로 온 도로는 언제라도 터질 것 같습니다. 버스는 주렁주렁 사람들을 매달고 잔뜩 기울여 달립니다. 낙하산 내리듯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또 그렇게 달리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차들 사이로 페달을 힘겹게 찍어 내리는 인력거가 뒤엉켜 흐릅니다. 그렇게 작렬하는 태양과 쉴 새 없는 경적과 매연 속에서 온 몸이 땀으로 젖어 갈 무렵 겨우 차 한대를 잡습니다. 그렇게 전쟁과 같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 시달리며 사는 동안 어느덧 ‘더러움과 교통체증’이 나의 노래가 되어 버렸고 ‘습한 더위’ 가 나의 묵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마치 열명 정탐꾼이 ‘가나안은 사람을 삼키는 땅이라’는 좌절하며 분노했던 것처럼, ‘이곳은 사람이 살만한 땅이 아니라’며 불평하며 또 두려워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렇게도 비웃던 정탐꾼들의 모습이 제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더럽고 냄새 나는 땅’…. ‘숨 막히게 습하고 더운 땅’…. ‘희망 없는 교통지옥’…아니었습니다. 그 땅은 무엇보다도 바로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당신께서 저희에게 주신 ‘아름다운 땅’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 땅의 정체였습니다. 새삼 감격에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미전도 종족 한 복판에 심으신 저희 가족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말 이곳으로 이사한 이후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 거주하는 숨은 천사들을 보내 주셔서 많은 필요들이 채워졌습니다. 필요한 물품도 잘 구입하였습니다. 지난 7월 말부터 저희 부부는 언어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40고지에 올라 배우기 시작한 세 번째 언어가 만만치 않습니다. 글자들이 이리저리 꼬리를 치며 춤을 춥니다. 언어들은 머리에 붙어 있으려 하지 않고 밥 먹듯 가출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심장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는 그날을 꿈꾸며 언어를 익히기 원합니다. 이 매일의 싸움가운데서 승리하길 원합니다.

다운이는 세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기 위해 새벽 5시부터 땀을 흘려야 합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부랴부랴 언어학교에 다녀옵니다.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을 돌아옵니다.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어느덧 하루 해가 꼴깍거리고 있습니다. 분주한 가운데서도 규모 있게 시간들을 꾸며 가기를 소원합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에게 집 근처까지 스쿨버스를 제공되게 되었습니다. 저희 거주지가 학교에서 너무 멀어 많이 기대하지 못했었는데 귀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먼 거리를 큰 고생 없이 통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부부의 일도 크게 덜어 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손 모아 주신 분들의 응답임을 봅니다.

이곳 초등학교는 8월에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8월 초부터 하늘이는 6학년, 나라는 4학년, 보리는 1학년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는 이곳 현지아이들과 한국 어린이들이 대다수를 이루며 선생님들도 거의 현지인입니다. 하늘이는 영국에서 영어로 배웠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숙제와 엄격한 주입식 교육 덕에 빡빡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쫓아가기 위해 열심을 내어주는 하늘이가 마냥 고맙습니다. 나라는 늘 그렇듯 친구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잔치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또래보다 한 학년 높게 들어갔는데 잘 할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떨 결에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된 보리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학년이 되었다는 거만함을 누릴 틈도 없이 쏟아지는 과제물과 시험으로 고난을 받고 있습니다. 도시락 까먹는 재미를 위안 삼아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저희 팀원 중 한 분이 아이들의 숙제와 영어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이 분 덕에 아이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도와주는 분들이 끊이지 않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현지 환경으로 인해 이곳은 집밖에서 활동하는 것에 제약이 많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은 꼬박 집에서 갇혀 지내야 합니다. 집밖에서의 활동을 잘 보완하기 위해 연구 중인데 어찌해야 할지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온지 정확히 이제 3개월이 되었습니다. 누구든 이 땅에서 3개월을 살아남았다면 그것은 오직 주의 은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말에 통렬히 동감합니다. 저희 가족들을 위해 모아주신 손들과 마음이 저희들의 하루하루임을 고백 드리며 또 그렇게 은혜로 앞으로의 하루하루도 채워가길 원합니다.

아룀제목)

1. 이 도시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 2위로, 또 ‘세계에서 제일 더러운 도시’ 2위로 선정된 것과 상관없이 이 땅을 ‘약속의 도시’로 바라보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부어주시도록

2. 고온 다습한 열대 환경에 건강을 잃지 않고 잘 적응하도록(적합한 체질로 개선되도록)/

3. 집이 학교(언어학교와 아이들 학교)와 많이 떨어져 있는데 오고 가는 길을 즐겁게 적응하도록/

4. 언어를 익히는데 각별한 은혜를 주셔서 현지어가 혀와 귀에 착착 달라 붙도록

하하늘나라보리(13/10/7)

1.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잘 적응하고 있어 감사,

2. 스쿨버스가 제공되어 감사. 버스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 조금은 위험한 도로를 걸어야 하는데 스쿨버스가 집까지 더 올 수 있도록

3. 집안에서 보낼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잘 활용하도록

4. 지속적으로 학교와 학업에 재미를 붙이도록

오늘도 변함없이 작렬하는 끕끕한 태양의 열기를 담아

아름다운 하늘나라보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