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 석상에서
처음으로 발언을 해 봤다.
노회 백주년 기념사업으로
뭘 했으면 좋겠느냐고 하기에
빌딩을 사는 것보다는
각 시찰회에 그 돈으로 교회를 세우자고,
6개 시찰회에 백주년 기념 교회를 하나씩
세우자고 했다.
노회가 서울지역이기에
교회 세우기가 쉽지 않다.
대형 교회는 그대로 있어도
몰려오겠지만
그러나 대다수의 교회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서울노회는
교회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개척되는 것은 늘 양평지역뿐이다.
그러니 모처럼 큰돈이 모인다면
교회를 세우자고 했다,
시찰회마다 하나씩 기념교회를
개척하여 세우면
시찰회마다 노회 창립 백주년이 기념될 것이고
아울러 더 열심히 그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살필 것 아닌가?

그런데 반응이 별로다.
내심 큰맘 먹고
발언한 것인데
썰렁한 분위기이다.
‘괜한 짓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찾아든다.
그냥 가만있지 뭘 ...
더군다나 대형교회에서는
원 목적대로 빌딩을 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빌딩도 제대른 빌딩이면 모르겠는데
뒤로 알아보니 별 것도 아니던데 ...
부유한 대형교회들은
백주년 부담금이 그리 부담이 안 되겠지만
우리 같은 교회들은
말 그대로 그건 큰 부담이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부담금을 교회들로부터
모아서 빌딩을 산다?
내 가치관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정회한 시간에 뒤로 나오는데
장로님 몇 분이 내게 다가와 그런다.
‘아니 목사님도 참 순진하세요.
그렇게 좋은 안건은
몇 분과 미리 입을 맞추고 발언하셔야죠.
정말 좋은 안건이던데.’
그렇다, 내가 사실 정치 초보이다.
난 이런 걸 잘 모른다.
그냥 욱 하는 정의파(?)이지
그런 협의를 뒤에서 할 줄 아는
정치를 잘 모른다.
더군다나 여태까지
그렇게 회의 들어오기 전에
입을 맞추고 들어오는 것을
몸서리치게 싫어했다.
적어도 교회의 회의라면,
성령의 감동을 사모하는 회의라면,
주님의 뜻을 찾는 회의라면
그 자리에서 안건을 내놓고
뭍사람의 마음을 통해 나타나는
성령의 역사를 따라가기 원했을 뿐이다.

정치,
잘 하는 분들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그 길을 안 가련다.
바보 같아도 바보의 길을 가고프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