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흥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무척 어색하다.
전임 전도사 시절,
유명한 부흥사 목사님을 모신 적은 있어
폼은 흉내 낼 수 있지만
그 열정과 입담을 어떻게 ....

그런데 어쩌자고 ...
연초에 건강한 어느 젊은 목사님으로부터
부흥회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부흥사가 아니라고 사양했으나
이미 알고 있다며 간곡한 부탁을 하신다.
첫 단독 목회의 첫 부흥회라니 ...

그 마음, 나도 겪어본 적이 있어
도와드리는 맘으로 허락을 했다.
지난여름, 처음으로 목사님을 만났는데
나와 비슷한 분이시다.
형님 동생 해도 될 만한 분이다.
더군다나 ....

날 어찌 아셨냐고 했더니
책방에서 내 설교집, ‘비하인드 스토리’를 구입해
은혜 많이 받았다며 책을 보여주는데
아, 책이 많이 낡았고, 밑줄까지 쳐져있다!
이렇게 황송할데가 ...
왜 그리 와락 겁이 나는지 ....

11월 초 약속한 날이 다가온다.
그저 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하는데
지지난주중에 이메일로 인사를 보내왔다.
환절기 감기에 조심하라는 인사.
그걸 보는 순간,
아, 그래 나는 감기에 약하니 감기에 조심해야 해!

조심조심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사람이 참 못나도 정말 못났다고
그 말을 들은 뒤로는 더욱 맘에 짐이 되더니
걱정하던 대로 덜컥 감기에 걸렸다.
목소리가 변하더니 소리가 잘 안 나온다.
에구구 주여 ....

맘먹기 달렸다고 하더니
어쩌자고 그런 면에 약해서 ....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심정으로
집에서 발버둥을 쳤다.
주님,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하며.
그러는 중, 문득 떠오른다.

믿어라, 왜 나를 못 믿느냐?
내가 필요해서 너를 그 교회에 보내는 것이니
너 재주를 의지하지 말고
나를 믿어라.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너를 포기하고 나에게만 예민해라.

하나님께서 나를 훈련시키고 계셨다.
내 재주를 버리고 오직 주님만을 기대도록.
내 평생에 부흥회라...
신령함의 잔치에 힘껏 주님과 함께 즐기다(?) 오리라.
주님이 주시는 은혜의 바람을 따라
하늘 잔치를 벌이고 와야지.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