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6:19-40

[행] 16:19 여종의 주인들은 자기 수익의 소망이 끊어진 것을 보고 바울과 실라를 붙잡아 장터로 관리들에게 끌어 갔다가
[행] 16:20 상관들 앞에 데리고 가서 말하되 이 사람들이 유대인인데 우리 성을 심히 요란하게 하여
[행] 16:21 로마 사람인 우리가 받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할 풍속을 전한다 하거늘
[행] 16:22 무리가 일제히 일어나 고발하니 상관들이 옷을 찢어 벗기고 매로 치라 하여
[행] 16:23 많이 친 후에 옥에 가두고 간수에게 명하여 든든히 지키라 하니
[행] 16:24 그가 이러한 명령을 받아 그들을 깊은 옥에 가두고 그 발을 차꼬에 든든히 채웠더니
[행] 16:25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
[행] 16:26 이에 갑자기 큰 지진이 나서 옥터가 움직이고 문이 곧 다 열리며 모든 사람의 매인 것이 다 벗어진지라
[행] 16:27 간수가 자다가 깨어 옥문들이 열린 것을 보고 죄수들이 도망한 줄 생각하고 칼을 빼어 자결하려 하거늘
[행] 16:28 바울이 크게 소리 질러 이르되 네 몸을 상하지 말라 우리가 다 여기 있노라 하니
[행] 16:29 간수가 등불을 달라고 하며 뛰어 들어가 무서워 떨며 바울과 실라 앞에 엎드리고
[행] 16:30 그들을 데리고 나가 이르되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하거늘
[행] 16:31 이르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하고
[행] 16:32 주의 말씀을 그 사람과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더라
[행] 16:33 그 밤 그 시각에 간수가 그들을 데려다가 그 맞은 자리를 씻어 주고 자기와 그 온 가족이 다 세례를 받은 후
[행] 16:34 그들을 데리고 자기 집에 올라가서 음식을 차려 주고 그와 온 집안이 하나님을 믿으므로 크게 기뻐하니라
[행] 16:35 날이 새매 상관들이 부하를 보내어 이 사람들을 놓으라 하니
[행] 16:36 간수가 그 말대로 바울에게 말하되 상관들이 사람을 보내어 너희를 놓으라 하였으니 이제는 나가서 평안히 가라 하거늘
[행] 16:37 바울이 이르되 로마 사람인 우리를 죄도 정하지 아니하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가만히 내보내고자 하느냐 아니라 그들이 친히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야 하리라 한대
[행] 16:38 부하들이 이 말을 상관들에게 보고하니 그들이 로마 사람이라 하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행] 16:39 와서 권하여 데리고 나가 그 성에서 떠나기를 청하니
[행] 16:40 두 사람이 옥에서 나와 루디아의 집에 들어가서 형제들을 만나 보고 위로하고 가니라



1. 어느 교회에 목사님이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젊은 목사님이신데, 좀 소심하셔서 그런지 설교 소리가 무척 작았습니다. 자꾸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씀을 하시는데 뒤에서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참다못해 뒤에서 누군가가 “목사님, 크게 말씀해 주세요. 안 들려요.”합니다.

그러자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그랬답니다. “거기가 낫소. 여긴 더 죽겠소.” (얼마나 설교가 그랬으면 그랬을까?)

이미 다 아시지만, 지난 주간, 제 스케줄이 이러했습니다. 월요일 새벽 장례발생, 수요일에 발인, 수요예배설교준비및 설교, 목요일 장례 발생, 어제 토요일 발인, 하관. 목요일 밤 신학원 강의, 매일 새벽기도, 주중 노회 및 시찰 모임과 회의 3번 참석, 금요일 당회간담회, 권찰회 성경공부교재 작성, 안수집사회 성경공부 교재 작성, 장로 성경공부 교재 작성, 상담 5회.

내가 설교 준비할 여유가 있었을까요? 그럼 오늘 설교는 어떨까요? 좀 거시기 할 겁니다.

그러나 설교의 주인은 목사가 아닌 성령님, 성령께서 알아서 역사해 주실 줄 믿습니다. 나는 ‘아!’ 하여도 교우들의 모든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성령의 감동으로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 라고 직접 말씀해 주실 줄 믿습니다.


2. 오늘 본문 말씀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구타, 억울하고도 억울한 구타를 일방적으로 당한 사람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여종의 주인들은 자기 수익의 소망이 끊어진 것을 보고 바울과 실라를 붙잡아 장터로 관리들에게로 끌어갔다가 상관들 앞에 데리고 가서 말하되 이 사람들이 유대인인데 우리 성을 심히 요란하게 하여 로마 사람인 우리가 받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할 풍속을 전한다 하거늘 무리가 일제히 일어나 고발하니 상관들이 옷을 찢어 벗기고 매로 치라 하여 많이 친 후에 옥에 가두고 간수에게 명하여 든든히 지키라 하니”

여기 어디에도 바울과 실라에게 자기를 변명할 기회를 줬다는 말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끌고 와서 왁왁 대니까 다짜고짜로 두들겨 팬 것입니다. 아니, 어쩌자고 이렇게 무작정 사람을 두들겨 팰 수 있습니까? 그것도 시정잡배(市井雜輩)들, 깡패들이라면 모르겠는데, 관리들이 일의 시비를 가리지도 않고 무작정 사람을 두들겨 팬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정말 억울하게도 이 두 사람은 정당한 재판도 받지 못하고, 아주 심한 폭행부터 당하였습니다. 게다가 감옥에 갇혔는데, 당시 빌립보 감옥엔 외옥(外獄)과 내옥(內獄)이 있었답니다. 외옥은 햇빛이 들어오는 그나마 살만한 곳이었으나 내옥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습기 차고 어두컴컴한 곳으로, 많은 죄수들이 병으로 죽어나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바울과 실라는 이러한 내옥에 갇혀버렸습니다. 결코 그런 흉악한 곳에 갇힐만한 죄도 짓지 않았는데 그리 하였습니다.

빌립보의 관리들은 어떻게 이렇게 무법천지, 깡패같은 처리를 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의도를 짐작할 만한 게 있습니다. 빌립보 그 현장에는 바울과 실라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거기엔 두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16:1절 이하를 보면 “바울이 더베와 루스드라에도 이르매 거기 디모데라 하는 제자가 있으니 그 어머니는 믿는 유대 여자요 아버지는 헬라인이라. ... 바울이 그를 데리고 떠나고자 할새 그 지역에 있는 유대인으로 말미암아 그를 데려다가 할례를 행하니 이는 그 사람들이 그의 아버지는 헬라인인 줄 다 앎이러라.”(행16:1,3) 혼혈아 디모데를 데리고 떠나 빌립보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11절 이하를 보면, “우리가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아볼리로 가고 거기서 빌립보에 이르니”합니다. 여기서는 갑자기 “우리”라는 인칭대명사가 나오는데, 이 우리라는 단어는 이 사도행전의 저자가 포함되었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누구입니까? 누군 누구, 누가입니다.

그러니까 빌립보에서 바울과 실라가 체포당해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을 때 그 자리에 디모데와 누가도 있었다는 뜻인데, 이 두 사람은 체포당하지도 않았고, 두들겨 맞지도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시는 로마 황제가 로마 지역 내의 유대인들을 모두 쫓아내는 반(反) 유대인 정서가 로마 전 지역 내에 널리 깔려 있는 때였습니다. 그러기에 유대인이라면 덮어놓고 혐오하던 시절인데, 누가는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이었고, 디모데는 아버지가 헬라인으로 혼혈아였기에 유대인과는 차별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외형상 전형적인 유대인인 바울과 실라만이 체포당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고 보입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반유대인 정서가 쫘악 깔려있던 시절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일의 시비를 따져보지도 않고 사람들이 ‘유대인’ 둘을 끌고 와서 ‘이들이 여기서도 말썽을 부린다’고 하자 다짜고짜로 ‘유대인?’하고는 팬 것입니다. 그리곤 정신을 잃은 그들을 깊은 옥에 가둬버린 것입니다. 이야기의 끝을 다 아는 우리들이 볼 때, 이 빌립보 관리들의 의도는 떠돌이 유대인에게 뜨거운 맛을 좀 보여주고, 하룻밤 감방의 쓴 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심보였던 것입니다. 법을 중시하던 로마 제국 내의 관리로서는 정말이지 악한 관리였습니다.


3. 이렇게 두들겨 맞고 깊은 옥에 갇혀 버린 바울과 실라, 얼마나 두들겨 맞았던지 밤이 되서야 기운을 차렸습니다. 그리곤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기도와 찬송을 죄수들이 다 들었다고 일부러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죄수들이 다 들을 정도로 기도와 찬송을 했을까요? 왜 죄수들이 다 들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찬송하자 무슨 일이 벌어집니까? 큰 지진이! 아니 하필이면 왜 이때 큰 지진이 일어났을까요? 지진이란 게 말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애들 장난하듯이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지진이 한번 일어나려면, 그것도 큰 지진, 옥터가 움직이고, 옥문이 다 열릴 정도로, 게다가 죄수들을 붙들어 맨 차꼬들까지 다 벗겨질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려면 오래 전부터 조짐이 있어야 하고, 여러 관련된 지질학상 문제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지진이 어째서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찬송하자 바로 일어났을까요? 이건 기막힌 우연 아닙니까?

그래요, 이건 우연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우연으로 보이는 이 일은 기도와 찬송이 없으면 일어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것들인데 기도와 찬송이 있으니 따라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실로 우리 삶에서 우연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우연들도 성도의 기도와 찬송에 맞춰서 일어납니다. 자연스러운 자연의 현상들도 성도들의 기도에 맞춰서 일어납니다.

기도하십시오. 찬송하십시오. 나약해 보여도 기도하고 찬송하십시오. 그러면 역사는 일어납니다. 그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자신의 신앙의 분량에 따라 좌우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도하지 않고 찬송하지 않으면 그것조차도 없습니다.

본문을 주목해 보십시오. 옥터가 움직이고, 옥문이 열리고, 그리고 죄수들을 묶어놨던 것들이 다 풀렸습니다. 죄수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절호의 기회 아닙니까? 뒤에는 어찌 되더라도 도망부터 가는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죄수들이 어떻게 했다구요? 한 사람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째서 도망가지 않았을까요? 누가 못 가게 했을까요? 바울과 실리가 못 가게 했을까요? 그런 말은 없습니다. 왜 도망 못 갔을까요?

나는 여기서 성경이 그 문장을 일부러 기록한 이유를 이해합니다. “한 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 왜 죄수들이 그 기도와 찬송을 들었다고 했을까요? 죄수들에게 찾아든 경이로움, 두려움 때문입니다. 한 사람도 한 발자국도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지진이 왜 일어났는지를 그들은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성도들에게는 이런 권세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별 볼일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위기 때, 여러분의 친구들이, 친지들이 여러분에게 기대어 올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물어올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영적 권세를 갖으십시오. 기도와 찬송, 주변인들이 평상시 눈치 챌 정도의 경건생활을 자신 있게 하십시오!

보십시오, 일이 이렇게 되자, 자다가 깬 간수, 죄수들이 다 도망갔을 것이다 싶어 책임추궁이 무서워 자결하려다가 바울의 소리를 들은 간수가 바울과 실라에게 뛰어옵니다. “간수가 등불을 달라고 하며 뛰어 들어가 무서워 떨며 바울과 실라 앞에 엎드리고 그들을 데리고 나가 이르되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하거늘”

등불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정말이지 암흑 같은 지하 감옥이었습니다. 그리곤 바울과 실라에게 묻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여기서 간수가 말하는 구원이란 뭡니까? 하늘나라 가는 것?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 교회 나가게 되는 것? 물론 그것들도 포함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하게 본다면 여기서 간수가 말하는 구원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결해야 할 만큼 힘든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고,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만큼 바울과 실라는 그에게 큰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억울하게 두들겨 맞고도 한 마디 변명 없이 지하 감옥에 던져졌고, 그런 상황에서 지진으로 감옥 문이 열리면 죄수들을 선동해서라도 억울함을 갚아주고 도망갈것 같은데 꿈쩍도 하지 않은 바울과 실라에게서 뭔가 큰 힘과 위엄을 느낀 것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이에 바울은 그 유명한 말씀을 선포합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여러분, 주 예수를 믿으십시오. 그리하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집이 구원을 받습니다! 이 구원은 죽어서만 받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말이지 여러분이 주 예수를 믿으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집이 모든 근심 걱정에서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구원은 추상적이고, 미래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오늘의 이 현실 속에서, 이 어렵고 힘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 예수를 믿을 때 거기에 구원, 현실을 이겨낼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이 있습니다.

바울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고후 4:8-9) 현실적으로 우겨쌈을 당해도, 매우 답답한 일을 당해도, 박해를 받아도, 분하게 거꾸러뜨림을 당해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왜?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기에, 그 분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그러합니다. 위기의 현실, 고난과 고통의 현실, 그러나 그 속에 함몰되지 않습니다.

삶이 두려웁니까? 주 예수를 믿으십시오. 그리하면 너 뿐만 아니라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가장(家長)이 절망하면 그 집안도 절망합니다. 가장이 두려워하면 그 집안도 두려움에 빠져듭니다. 가장이 자신이 없으면 그 집안도 힘이 없습니다. 가장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집안 전체의 문제입니다.

어렵게 사는 나이 드신 집사님, 권사님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종종 하십니다. “목사님,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내가 일찍이 예수를 몰랐다면 이미 죽었을 거예요.” 예수님 때문에 그 힘든 세월, 현실을 이겨왔다는 것입니다.

몇 해 전에 직장 사역 연구소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를 조사했는데, 그리스도인들은 31%가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에 비신자들은 52%가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건, 똑같은 현실 속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 다릅니다. 주 예수를 믿는 이와 안 믿는 이가 말입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이 축복이 여러분에게도 그대로 역사 될 줄을 믿습니다.


4. 자, 이쯤에서 말씀을 마쳐야 하는데, 우리가 주목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날이 새매 상관들이 부하를 보내어 이 사람들을 놓으라 하니 간수가 그 말대로 바울에게 말하되 상관들이 사람을 보내어 너희를 놓으라 하였으니 이제는 나가서 평안히 가라 하거늘”

예상한 대로 입니다. 떠돌이 유대인으로 여겨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하룻밤 콩밥 먹인 다음 그 다음날 자비로운 듯이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서운 공권력 앞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굽신 굽신 인사하고 갈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예상이 뒤틀립니다. “바울이 이르되 로마 사람인 우리를 죄도 정하지 아니하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가만히 내보내고자 하느냐 아니라 그들이 친히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야 하리라 한 대”

이젠 바울이 히든카드를 내밉니다! 그에겐 놀라운 세상 권세가 하나 있었습니다. 로마 시민권! 로마 시민권이 있는 사람은 로마 제국 내에서 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결코 구타당하지 않는다. 이건 아주아주 특권이다. 만약 로마 시민권 있는 사람이 억울하게 구타를 당하거나 보호를 받지 못했으면 그 지역 치안 담당 관리는 엄중한 문책을 당하여 짤릴 정도가 아니라 로마 시민을 욕되게 했다고 형벌을 당하였습니다. 예수님이 당했던 십자가 처형, 인간의 품위가 추락하는 벌이라고 해서 로마 시민권이 있는 사람은 어떠한 죄를 졌어도 십자가형을 받지 않습니다. 로마 시민의 권세입니다.

아, 그런데 그 뜨내기 같았던 바울이 로마 시민권을 내놓습니다. 내가 로마 사람인데 이렇게 불합리하게 일방적으로 구타하고, 감옥살이 시키고는 적당히 넘어가려고 해? 이대론 못 나갑니다!

그러자 빌립보 관청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부하들이 이 말을 상관들에게 보고하니 그들이 로마 사람이라 하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 와서 권하여 데리고 나가 그 성에서 떠나기를 청하니”

그 오만방자한 관리들이 버선발로 뛰어 왔습니다. 어제 자기들이 두들겨 팬 사람들, 지하 감옥에 넣어버렸던 이가 로마 시민이라는 말에 그들은 하늘이 노래지며 두려움 속에 달려와 쩔쩔매며 사죄하였습니다. 그리곤 바울은 마지못해 큰 인심 쓰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그곳을 나와 빌립보 교회로 돌아갔습니다. 해피엔딩이지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바울은 그 로마 시민권을 왜 감옥에서 나올 때 썼을까요? 사람들이 자기를 체포할 때 썼으면 대우가 달라졌을 텐데. 다짜고짜 폭행하려 할 때 썼으면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을 텐데. 지하 감옥에서 썼다면 당장에 최고급 처소로 옮겨져 보상받고 대접도 잘 받았을 텐데 어쩌자고 두드려 맞을 것 다 맞고, 수모란 수모 다 당하고, 이제 가라고 할 때 그 로마 시민권을 썼을까요?

바울의 여러 깊은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분명한 것은 바울은 평생 전도여행을 하며 수많은 폭행과 고난을 당했지만 자신을 위해 로마 시민권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가 자기에게 있는 이 특권, 그야말로 히든카드를 사용한 적은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딱 두 번입니다.

한번은 말년에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는데 총독이 뇌물을 바라고 2년을 질질 끌자, 로마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로마 시민권을 사용하여 로마 황제에게 재판을 받겠다고 신청하여 로마로 갑니다. 그리고는 오늘 본문, 빌립보 감옥에서 나올 때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빌립보 감옥에서 나올 때, 안 쓰려다 안 쓰려다 특별하게 쓴다는 건데, 대체 누구를 위해 이 히든카드를 사용한 걸까요? 평상시 그의 버릇으로 보아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닌데, 누구를 위해 이 히든카드를 쓴 걸까요?

책임추궁이 돌아올까 봐 두려워 떨며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했던 그들, 그래서 “주 예수를 믿어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에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던 그 간수와 가족들, 그들을 위해 그 히든카드를 쓴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이 로마시민권 카드를 내밀자, 빌립보 고위 관리들의 심정, “아이쿠, 이거 호랑이를 건드렸구나. 가라고해도 안 가니 이거 어떡하나...” 그런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달려가 사죄를 청했습니다.

그 때, 바울은 쩔쩔매는 상관들에게 그 당직 간수를 향한 고마움을 표했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나를 이렇게 무고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폭행했지만 어제 당직 간수가 나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고, 나를 극진히 대접해 주었소. 그래서 그냥 넘어가겠소, ....’ 뭐 이런 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고위 관리들, 그 당직 간수가 고마울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은 죽었습니다. 로마 시민, 그것도 태어날 때부터 로마시민권자를 이유 없이 폭행하고 지하 감옥에 수감했으니 말입니다.

바울은 그 간수를 위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그 역사를 그대로 이루어주고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5.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특별히 남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여러분, 그런 권세가 있는 여러분, 그렇게 물질, 지식이 있는 여러분, 여러분께 고합니다. 자기를 위해 쓰기보다, 주님을 위해, 약한 이들을 위해 그 히든카드를 꺼내십시오. 그야말로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선한 일을 하십시오. 다 잃고 후회하지 말고 뭔가 그래도 남에게 줄 수 있고,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때 선한 일을 하십시오. 내게 있는 히든카드, 남들이 모르는 그것, 남겨두고 세상 떠나면 그거 의미 없습니다.

히든카드, 내게 있는 결정적인 힘, 지식, 권세, 물질, 건강, ... 자기를 과시하는데 쓰지 말고, ‘주 예수를 믿어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고 선포하는 그 자리에서 쓰십시오. 나약하고 연약한 이들을 구원하는데, 그들을 세워주는 데 쓰십시오.

그 히든카드로 인해 여러분의 천국 상급은 엄청 커질 것이고, 우리 주님 역시 여러분을 향한 사랑, 더욱 커질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날 수 있는 성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