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엔
특별한 전화로 두 분의 전화를 받았다.
아주 오랜 만에 전화한 분들인데
두 분에게서 받은 느낌이 특이했다.

낯선 전화번호,
누굴까 싶어 통화를 누르니
얼마나 반갑고 다정한 목소리인지 ...
‘예배당 잘 올라가는 것이 보입니다.’
아니 이 어른이 이 근처를 지나가시나 ...
놀래서 어디냐고 물으니
종로 5가란다.
......
그냥 인사상 하는 말인데...
나는 미련하게도
후배 목사가 예배당 짓는다니
걱정이 되어 격려하기 위해
전화하셨나보다 했다.
한참 성전건축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말미에,
‘내가 왜 전화했냐하면 ...’하면서
뭘 부탁하신다.
그러면 그렇지 ....

잠시 후 또 다른 분으로의 전화,
‘웬일이세요?’ 했더니
‘시간이 있으면 점심이나 같이 하려고 ...’
이 분도 뭔가 부탁할 게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워낙 오랜 만이고 반갑기도 해서
저녁에 신학원 강의가 영락교회에서 있으니
그리로 오셔서 냉면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오늘은 부탁할 분들이 많은가 보다 했을 뿐.
저녁에 만남, 그리고 이 얘기 저 얘기 ....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본론을 안 꺼내신다.
참다못해 내가 먼저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그냥 본지가 오래 돼서 밥이나 같이 먹으려고.”

정말 오랜 만에 친구가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
그러나 필경 부탁 할 게 있어서
찾아왔겠지 싶다.
아니나 다를까 본론을 꺼내는 친구.
반가우면서도 그러면 그렇지 하는 마음.
그런데 한 친구,
“응, 그냥 왔어.”
실없는 친구 같은데 왜 그리 고마울까....
그냥 ‘나’로서 필요한 친구,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필요한 게 아니고
‘나’ 그 자체로 필요한 친구.

내게 있는 친구들,
내게 교분이 있는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
그냥 불쑥 찾아와서
‘그냥 왔어’할 정도의 친구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