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난 안식년 기간 동안 골똘히 생각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좋은 목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구(窮究)였습니다. 남은 목회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평생 이렇게 이일 저일 남의 들러리 서는 일로 허덕이다가 목회를 마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습니다. 지나온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그리 만족하지 못하다는 자평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년간의 신양교회 목회만 생각해도 근 10여년은 교회 인프라 구축으로 또 교회 부채(負債) 청산과 이런 저런 무용한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했었고 겨우 10여년 열심히 일했을 뿐이고 그것도 이곳저곳 여기저기서 들러리 서라는 강권에 불려 다니느라 본연의 목회사역 특히 성도들을 돌보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시간 배정이 부족했었다는 반성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목사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적 공간적 한계, 그리고 신양교회 지도자들을 비롯한 환경과 여건 안에서 어떻게 좋은 목사로 살고 어떻게 하나님의 인정받는 사역자로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저의 과장 큰 고민이고 궁구할 삶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하나님을 더 가까이 하고 성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깊이 있는 기도와 더 진지한 말씀 묵상, 그리고 한정된 나의 시간을 더 적절히 사용하자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가까이 하는 일과 성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의 가장 큰 방해 거리인 교회밖 외부의 일들, 주로 남의 들러리 서는 일들을 줄이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물론 우리 교회 위상이나 또 내 나이쯤 되면 내교회 내식구 뿐 아니라 노회와 교단 지역 사회와 국가를 위한 공헌도 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간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때로는 들러리를 서주는 일일 수도 있고 무슨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내교회 내식구만 생각한다면 노회나 총회 지역사회나 이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고 그런 사회나 교회는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내가 안 해도 다른 사람이 다 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이 하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 그런 일들을 내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노회이든 총회이든 내가 아니면 안 될 일이라면 주저 없이 아낌없이 해야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아도 할 사람이 많이 있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교권을 위한 일이나 내 이름 내고 내 위상 높이기 위한 일이라면 사양하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는 결론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일 내 위상 높이는 일이라고 다 하고 다닌다면 나는 하나님과 가까이 하고 성도들에게 다가갈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위하여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고 시간은 쉴세 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시간을 벌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내 명예나 교권을 위하여 사용할 시간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거의 많은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10여 년전 시작하여 정말 소중히 생각하고 긍지를 가지고 있었던 21C목회연구소 이사장직도 내려놓았고 노회에도 그 숱한 부장, 위원장 등의 모든 자리를 거절하고 아무 권한도 맡지 않았습니다.

노회 100주년 사업의 한 사역인 100년사 편찬위원장도 가능하면 벗으려고 하나 대신 짐을 저 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총회도 역사 위원장을 내려놓았습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여러 기관의 이사 등의 일이 있지만 그렇게 중요하거나 시간 뺏길 일은 아니고 그런 일들도 차츰 그 기관에 무리 없이 하나하나 내려놓을 것입니다. 다만 3년 임기의 총회 목회정보정책연구소 이사장과 총회가 위촉해온 교회부흥성장연구위원의 일은 두 기관 다 이제 시작하는 일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임기동안 내가 해야 할 일정 부분의 책임은 다할 생각입니다.

짧은 인생, 한계 안에 사는 존재로서 불필요한 명예욕이나 잘 감당하지도 못할 권한, 아무 열매 없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 자기 인생을 지혜롭게 계획하고 살아가는 것임을 명심하자는 것입니다. 실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시간이 없고 바빠서 본래적 소임을 소홀히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결심입니다. 우리 성도나 교회 지도자들도 아무 소득 없는 소모적 갈등을 만들지 말고 건설적인 시간 사용과 사역에 대한 책임을 잘 감당해 준다면 나의 남은 목회 기간이 행복할 것이라는 소망을 같이 가져 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