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후반기는 ‘슈퍼스타K2’를 즐기면서 보내고 있다. ‘슈퍼스타k’ 프로그램은 M-net 방송에서 피디로 활동하고 있는 둘째 아들이 만드는 프로이기 때문에 작년부터 보기 시작했다. 금년에도 작년에 이어서 ‘슈퍼스타K’ 시즌2를 맡게 되었다고 해서 다소 염려가 되었다. 작년에 80만 명 이상이 지원을 했고 시청률도 케이블 TV로서는 통상 3%만 넘어도 대박이라고 하는데 사상 처음 8% 이상을 올리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었다.

그런데 만약 금년에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피디의 입장으로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부터 지원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무려 134만을 넘어서고 시청률도 거의 20% 가까이 올랐으며 문자투표도 마지막 회에는 무려 130만 건이나 기록하는 등, 모든 기록이 작년에 배나 오르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으로 하나님의 크신 도우심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다.

아들은 1월 말부터 기획회의를 했고 3월 중반부터 ARS에 돌입했고 4월엔 지역 예선을 시작했다. 전국 8개 지역과 미국 LA를 순회하면서 제작하다 보니 아들은 완전히 탈진한 모습이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생이 보통이 아니다. 16명 정도 팀이 움직이는데 3명의 메인 PD와 계약직 PD가 8명 정도, 나머지는 작가들이란다. 지난해 오디션 때는 한 회 때 5개에서 10개 부스면 충분했지만, 올해는 20개까지 부스를 놓아도 시간이 부족하단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앉아서 참가자들 노래만 죽도록 듣다보니 귀가 멍해질 정도이고 이렇게 찍은 수천 개의 영상들을 모아 노래 영상, 사연 영상, 심사 영상까지 가편집하는 과정만 해도 너무나 힘에 겨워 결국 엠넷 미디어의 전 사원들이 나와서 도와줬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책임 피디(CP)로 제작에 앞장 서다보니 너무 탈진하여 몸무게가 무려 12kg나 빠졌고, 부산 지역 예선 후에는 맹장 수술을 함으로 제주도 예선은 불참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이처럼 전력투구하고 있는 아들의 프로를 우리 부부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으랴. 작년에 이어서 금년에도 7월부터 매주 금요일에는 빠짐없이 시청했고 마지막 결승전에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까지 찾아가서 관람을 했다. 다소 찜찜한 것은 본 교회에서는 열심히들 기도하는 금요시간에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눈을 밝히고 세상 노래를 듣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매주 한 장면도 빠짐없이, 때로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잠드는 날에는 다운을 받아서라고 시청했다.

그러면서 점점 그 프로에 사로잡히는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특별히 세상의 노래들이 점점 귀와 마음에 젖어드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는 그런 노래들, 특히 그룹들이 나와서 요란스러운 몸짓으로 춤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들에 대해 거부반응이 심했는데 매주 열심히 듣다보니 귀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 때문인가, 설교목사로 나가는 교회에서 청년부 설교를 하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청년들이 부르는 복음송이 귀에 익지 않고 너무나 요란스러움에 질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가슴에 와 젖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대로 이득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 방송을 계속 듣는 중에 나중에는 남은 11명에 가수 지원생들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안타까워할 때 같이 아파하고 그들이 기뻐할 때 너무나 기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들 프로를 보면서 가장 듣기 싫은 기사나 댓글은 ‘이미 우승자가 내정되어 있다.’는 추측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계속 서바이벌 시합은 하고 있으나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다.

그렇게 된다면 온 국민은 속이는 사기극이 아닌가? 아들이 그런 사기극에 연루되어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양 취급 받는 것은 견딜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에 마지막 우승자가 ‘존박’이 되었더라면 그런 오해는 사실처럼 굳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바랬던 것은 중졸에 불과하지만 가창력이 남다른 ‘허각’이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마침내 ‘허각’이 우승자가 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안도하면서 기뻐했다.

이튿날 온 매스컴들도 ‘한국의 폴포츠가 탄생했다.’ ‘이번 허각이 우승자가 된 것은 공정 사회의 모델이 되었다.’는 요란한 기사를 올렸다. 심지어 정치가들도 그런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아들이 ‘슈퍼스타k’를 시작하면서 ‘이 프로가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의 판가름은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내는 인간 드라마를 노래 속에 녹여들게 하는 데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런 따뜻한 시각으로 지원자들의 아픈 이야기들을 프로의 배경 음악으로 깔고 있었다.

그런 시각은 어릴 때부터 신앙 안에서 성장한 탓이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렸다. 이미 프로가 다 끝났음에도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서 지원생들에 대한 뉴스를 틈틈이 찾아 읽는 맛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전해준 ‘top 11’ 시디를 우리 부부는 차량 오디오를 통해서 자주 듣고 있다. 방송사 대표는 아들에게 다시 시즌3을 부탁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범위를 넓혀서 해외 지역 예선이 많을 것 같다고 한다.

‘무엇을 맡으면 완벽하게 해내려는 성격 때문에 내년은 얼마나 스스로를 볶으면서 더 힘든 여정을 이어갈 것인가, 저러다가 언제 장가를 갈 것인가?’ 생각하면서 우리 부부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래도 아들의 기사가 여기저기에 게재되고 특강을 부탁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고 더욱 기도로 후원해야 한다는 다짐이 더 강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