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아이들과 자주 부르던 게 있습니다.
노래 같기도 하고, 요즘 랩 같기도 합니다.
좀 점잖지 못한 표현은 용서하십시오.

원숭이 똥구멍은 빨게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 뻗어내려 반도 삼천리 ....

원숭이로 시작해서 계속 이어져 가다 보니
결국 삼천리 반도 강산,
조국의 부흥과 발전까지 나아갑니다.
원숭이 x구멍이 이렇게까지 나아갈 줄은
사실 몰랐을 겁니다.

마치 내가 이와 비슷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인이 되는 게 목적이 아니었고,
이런 상을 받고파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그저 글이 좋아 조금씩 조금씩 쓰다보니
계속 이어져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여기엔 내가 글을 쓸 때마다
발자국소리마저 죽여주는 고마운 가족들의 사랑이 있고,
글을 쓰러간다면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가라고
무언의 등을 떼밀어주는
사랑하는 왕십리중앙교회 교우들이 있고,
졸작임에도 좋은 시라고, 좋은 글이라고 치켜세워준
김해성 교수님이 계시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행보가 어디까지 갈지 사실 모릅니다.
원숭이로 시작한 것이 어디로 튈 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쪼록 보잘 것 없는 재주라도
우리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교우들이 행복해하며,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글로 열매 맺히면 누구 보다 행복하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모든 분께 표하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