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다가올 또 한 해를 바라봅니다. 저는 이 세말(歲末)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기보다 새해를 먼저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 신앙인의 역사관이기도 하고 저의 인생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칼럼을 “또 한 해를 보냅니다”라는 제목으로 쓰려다가 “또 한해를 바라봅니다”라고 바꾸었습니다. 지난 한 해를 정확히 돌아보고 냉철히 평가해야하지만 그것 역시 지난해를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가오는 새해를 바로 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해의 영욕(榮辱)에 집착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우리를 통해 펼쳐가실 새역사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바라봐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다만 한 번 더 주실 새해를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따라 바로 살 것인가를 더 중요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도 역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습니다. 이 땅에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어느 해인들 아무 일이나 아무 문제가 없는 해가 없겠지만 특히 지난해는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동족이 동족을 살해하는 북한의 천안함 격침이나 연평도에 민간인 지역에 대포를 쏜 무력도발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스러운가를 실감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이념이나 신념을 치유하고 교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피를 흘리는 고통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배우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권유지를 위해 이용한다는 비난까지 받으며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일로 삼아왔고 지난 정부 시절에는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은 햇볕정책이라는 또 다른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모색했지만 그런 노력들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신념과 못된 기질을 가진 사람은 채찍으로도 당근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임을 실증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 변화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이미 성경의 역사 속에서 실증된 논리이기도 합니다.

타락한 인간이 에덴에서 추방되는 극약처분을 당하기도 하고, 인간 오만의 바벨탑의 결과가 구음(口音)의 혼란을 가져오고, 노아 시대는 물로 소돔 고모라는 불로 심판을 받아서 절박한 변화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인간은 늘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율법이라는 방법으로 인간을 달래고 기회를 주셨지만 역시 인간은 스스로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자신이 인간의 몸을 입고 찾아오셨지만 예수님조차 십자가에 못을 박는 만행을 저질러서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모르는 바보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잘못된 이념과 어리석은 신념으로 하나님의 뜻을 그르치는 무지한 인간이나 집단은 하나님만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은 수많은 예언자나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심판을 예언했지만 선지자들의 예언과 심판 선언을 듣고 회개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성군이 된 다윗 외에는 하나님의 종들의 외침을 듣고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산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대 예언자 이사야의 예언으로부터 말라기의 예언까지 수많은 예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회개하지 않았고 멸망의 길을 갔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irony)입니다. 하긴 예수님의 설교를 듣고도 반발하고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정말로 사람을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변화된 사람이야말로 축복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가고 그 모든 것은 희미한 기억으로 역사(歷史)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한 해의 아쉬움보다 다가올 새해를 기대합니다. 지는 해를 보고 낙심하기보다는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 역사(役事)하실 하나님의 새역사(歷史)를 기대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또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새일(役事)을 통하여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새해에도 우리에게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사 65:17)라고 축복하실 것입니다. 할렐루야! 축복의 또 한 해를 바라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