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찾아온 12월 추위가 가뜩이나 움츠린 가슴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연일 위협하는 대남방송으로 공포분위기를 만들면서 안으로는 술렁거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내부 단속용으로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국내에서는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고 장외투쟁을 벌이는 야당국회의원들이 추위에 박수도 받지 못하는 외로운 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진정시키고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할 종교계의 아름답지 못한 불협화음 때문에 선량한 성도들이 오히려 성직자들을 타이르는 지경에 도달하는 혼돈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종교계는 본연의 진리탐구와 수행에 몰입하여 높은 경지의 영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원숙한 단계로 승화시켜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성직자들이 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군부독재시절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세계인들의 칭송을 받는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독재정권 타도를 외쳐도 동조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또한 4대강 치수사업을 반대하는 야당의원들과 일부 종교계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운동도 시간이 흐를수록 동참하는 사람들의 수효가 줄어듭니다.

왜 그럴까요? 광우병 쇠고기 사건 때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분별없이 속았기 때문에 많이 영리해졌고 사리판단력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마르틴 루터와 같은 사제가 가톨릭을 개혁한다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만, 지금의 가톨릭은 대단히 건강한 가운에 교회를 부흥시켜나가기 때문에 이념투쟁을 부추기거나 선동하는 세력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교계도 법정의 정신을 따라 자정운동을 강하게 일으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치적 차원에서 대정부 투쟁하는 식의 운동은 종교계가 취할 좋은 태도가 못됩니다. 종교계는 가장 높은 차원에서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을 지도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 나가야만 종교도 살고, 정치도 살게 됩니다.

지금은 기독교계가 최대의 명절인 성탄절을 맞이해서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만민에게 전파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계도 자체의 연합일치와 갱신과 섬김을 위해서 살을 깎는 아픔으로 회개하고 새로워져야만 할 것입니다. 모든 종교계가 상호존중하면서 이해와 협력을 증진해 나가면서 자기수련에 강도를 높여나가고, 타종교에 대해서는 이해와 존중으로 더욱 앞장서 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한국의 모든 종파를 막론하고 큰 스승이 지나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혼란이 더욱 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생시절에 우리의 기독학생회를 지도하시던 교수님과 함께 산행을 할 때 그 교수님께서 우리를 놀라게 하신 일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산행을 하다가 불교 사찰에 들릴 때마다 시주함에 일정액의 시주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교수님은 유명한 영문학자요, 교회의 장로님이시며 학생들의 존경을 가장 많이 받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사찰에서 시주하시는 장로님의 행위에 대해서는 기독학생들이 모두가 항의를 하고 성토를 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불자들과 같이 부처님께 시주한 것이 아니고, 사찰에서는 수천 년간 민족 문화제를 보존하고 산림을 지키는데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는가?

그 수고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표시를 하면서 앞으로도 잘 지켜달라는 뜻으로 성금을 보태드린 것이다”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우리 학생들 중에는 그 높으신 선생님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철이 나면서 종교적 신앙과 종교적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그 교수님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진 경험이 있습니다. 작금에 일어나는 템플스테이사건도 문화적으로 좀 더 노력해서 이해하면 종교 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화의 왕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들보다 훨씬 더 관대하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성탄절을 맞이합시다.

/덕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