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학교 다닐 때는 무척이나 가난한 시대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이니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때였습니다. 그러니 그 당시 교역자들의 생활도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고달프고 힘든 시기였습니다. 부산 가야교회 이신용 목사님을 보필하며 전도사로 사역할 때였는데 당시 저는 결혼하여 첫 딸을 얻었습니다.

아내가 딸아이를 해산할 때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기를 낳아야 되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아내를 고향 부모님께로 보내어 시골집에서 해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나중에 아내로부터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시골집에서 첫 아기를 해산하느라 너무 큰 고통을 겪은 후로 산후에 몸조리를 제대로 못하여 몸을 많이 상하게 되어 늘 고통스런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투정 섞인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시골에서 태어난 딸아이는 태어난 후 위생관리가 잘못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아프고 병치레를 많이 하는지 소아과 병원 문이 닳도록 병원을 들락거렸으니 그 또한 경제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던 때입니다. 그 당시 제가 전도사로 섬기던 부산 가야교회에 하상수 장로님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당시 연세가 50줄이었으니 지금 생존해 계시면 아흔 가까이 되실 것입니다. 하상수 장로님은 큰 철광회사의 전무로 계셨는데 그 장로님이 제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감사하고 또 새벽기도를 드릴 때 지난날의 저의 목회인생을 회고할 때면 가야교회 하상수 장로님을 추억하며 장로님을 위하여 기도를 드려봅니다.

피라미 같은 전도사가 설교를 하면 얼마나 잘 했겠습니까! 주일저녁예배나 수요일예배에 설교를 하고 교회 현관에서 교인들을 배웅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으면 하상수 장로님이 제 곁으로 살며시 다가와서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고 하면서 악수를 청합니다. 그렇게 악수를 하면서 제 손을 잡은 장로님의 두툼한 손에서 무엇인가를 제 손에다 건네주는 것이 있었는데 교인들이 볼세라 얼른 장로님의 건네주는 것을 안주머니에 넣고는 마지막까지 교인들을 배웅한 후 사택에 돌아와서 안주머니에서 장로님이 건네준 것을 확인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의 돈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당시 전도사의 사계비가 25만 원 정도였을 때인데 하상수 장로님이 제 손에 쥐어준 돈이 어떤 때는 2만 원이고 어떤 때는 3만 원 정도였으니까 지금의 화폐가치로 보면 20만~30만 원은 족히 되는 큰돈이었지요! 장로님은 제가 매번 설교할 때뿐 아니라 찬양을 인도한 후에도 은혜 받았다고 하면서 때로는 그런 식으로 제게 도움을 주셨는데 당시에 생활이 무척이나 어려웠던 저로서는 하상수 장로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더구나 병치레가 잦은 딸아이를 양육할 때 병원치료비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었는지요!

지금 장로님이 생존해 계셔서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계신다면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하상수 장로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올립니다. 교인들은 목회자의 고달픔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고, 또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 누구보다도 장로님들의 격려와 위로는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지 모릅니다. 존경하는 장로님들, 목회자들의 손을 좀 붙잡아 주세요!!

/원일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