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세계관과 선교

Ⅰ. 들어가면서

유교는 조선 오백년간 한국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대 한국사회의 체제와 생활 윤리를 살펴보면 유교적 형식과 사고방식에 젖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것은 한국 기독교인들과 예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일찍이 폴 크레인은 “한국의 크리스찬은 교회에 출석하는 유교인”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이는 한국인이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 조차도 유교적으로 신봉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는 이조 오백년의 유교가 가장 최근의 종교였고, 기독교가 한국 땅에 들어올 때 아직까지도 유교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기독교는 유교와 쉽게 접근되기도 하였고 심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논문에서는 유교가 말하고 있는 세계관이 무엇인지, 또 그 세계관속에 노출되어 살았던 우리 민족에게 기독교 선교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Ⅱ. 본론
1. 유교
1) 유교의 역사
유교는 유학, 즉 공자학의 종교적 성격을 일컫는 말이다. 이 유교는 공자에 의해 창시 되었다기 보다 은주시대 이래의 문화적 전통이 공자라는 인물을 통해 집대성되어 하나의 체계로 정비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때 유교의 복고적 성격과 사회통합의 기초로서 “예(禮)”문화가 나타났고 이것은 유교의 일반적인 특성을 형성하게 된다. 공자 이후에 맹자와 순자를 거치면서 사상적 내용을 풍부히 하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갔고, 중국 한(漢)대에 이르러 다른 사상들을 누르고 국교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후 유교는 중국 송(宋)대에 와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모되는데(이것을 신유교라고 말한다.), 이때 유교는 수기(修己), 치인(治人)이란 이념에 입각하여 개인의 엄격한 수양과 강력한 사회적 실천을 주장하게 된다. 의례에 있어서도 한나라 때 국가의례를 지켰다면, 송나라 때에는 관혼상제의 개인의례가 일반화되어 지켜졌다.

2) 유교의 우리나라 유입
유교사상이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를 정확히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B.C 12세기 중국의 은 왕조가 멸망하면서 기자가 한반도로 망명하였다는 “기자동래설”이 있을 뿐이다.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 등에서 유교문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유교사상이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적극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때는 고려 말엽부터였다고 본다. 이때는 인도로부터 전래된 불교사상이 한국인의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불교사상은 소수의 정치인(승려포함)들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고려말엽부터 송의 주자학의 영향을 받은 신진 유학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면서부터 양쪽에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그 후 기존 세력을 물리치고 새로운 국가를 창건한 이성계는 유학자를 배후 세력으로 구성함으로 자연히 국가 이념이 유교주의로 흐르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조선시대부터 유교는 본격적으로 학술, 문장, 절의, 도학으로 한국민의 사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3) 유교의 세계관
① 천관(天觀)
천에 관한 신앙은 공자 이전부터 있었다. 중국의 옛 전설에 따르면 삼황오제가 다스리던 황금시대를 거쳐 하, 은, 주의 왕조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갑골문자에 나타난 제(帝: 천과 동일한 의미)는 5가지 권능을 가졌다고 한다. 또 상제의 개념은 신비적인 존재로서 인간과 우주를 지배하는 자, 해, 달, 별들, 바람, 산과 강을 지배하는 신(귀신)들을 통치하는 자로 보았고, 사람이 죽으면 그들의 영혼은 상제가 있는 천국에 거하며, 계속해서 인간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계속해서 인간사회에 조상신을 섬기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공자는 고대의 사상을 집대성하는 과정에서 종교성을 약화시키는 대신 천의 자연성과 인간성을 부여시켜 유교를 현실중심의 학문으로 만들었다. 천의 신성은 어디까지나 인간 속에 내재할 때 가능한 것이며, 경천사상은 인간의 도덕률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율곡 사상 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인의 가정윤리’에서 유교의 “천”에 대한 관념을 요약하면
첫째, 인간의 생명은 천이 부여한 것으로 수요와 장단을 천이 맡고 있다.
둘째, 천은 항상 인류를 감찰하여 법칙을 실행 하는가 않는가를 본다.
셋째, 천의 명령에 순종하면 재해도 없고 복을 주며, 천의 명령을 어기면 천이 노하여 벌을 준다.
넷째, 천은 상주고 벌주고 하는 권한을 왕을 대행시켜 대행케 한다.
다섯째, 천의 뜻은 백성에 의해 있으며 백성이 요구하는 것은 반드시 따른다.
등등...

② 인간관
- 군자
유교의 도덕적 이상은 군자이다. 이 군자란 말이 논어에 88번이나 나타나고 있다. 공자에 의하면 군자는 무엇보다 인(仁)을 존중히 여겨 이것을 추구한다. 또한 의(義)도 존중히 여긴다. 결론적으로 군자란 무예와 지혜와 모략이 능한 정치권력자를 말함이 아니라, “완전한 자”로서 겸손과 정직, 근면, 정중함과 넓은 아량을 갖춘 인격자를 말한다. 어질고 착한 사람, 그리고 자기 수양을 하는데 있어서 도덕적인 능력을 함양해야 되는 지향점이 내포되어 있다.

- 인(仁)
인(Community)속에서 현신에 사는 인간들이 어떻게 이웃에게 덕을 쌓으며, 서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밝혀주는 공동체로서의 의식이 깔려있다. 이을호 교수는 그의 ‘한글논어’에서 인의 설명을 이렇게 해 주고 있다. “어버이를 효로 섬기면 인이니, 아비와 아들은 두 사람이요, 형제끼리 우애하면 인이니 형과 아우는 두 사람이다. 군신, 붕우, 부부, 목민간이 다 그렇다. 무릇 두 사람 사이에서 그의 사람의 길에 충실하면 그것이 인인 것이다.

- 충(忠), 효(孝)
충과 효의 개념도 인에서 출발한다. 공자는 인을 실천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인(仁)이 효(孝)와 제(帝)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한다. 즉, 유교의 실천덕목은 충과 효로 요약된다. 유교에서 말하는 효의 특징은 첫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전수하여준 것에 대한 보은의 행위이다. 둘째, 효는 부모의 사랑과 은혜에 대한 보은의 행위이다. 셋째, 입신행도 함으로 부모의 은공에 보답해야 한다.

- 예(禮)
예는 효를 행하기 위한 객관적 방법이다. 예는 유교문화의 전통에서 인간의 도덕성에 근거하는 사회적 질서의 규범과 행동의 표준적 절차를 제공하며, 동시에 유교적 제사의례의 구성과 절차를 의미한다. 또, 예의 어원적 의미는 제사의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예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원칙으로 이해된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예는 질서와 조화를 확보하고, 자기입장보다 남의 입장을 존중하는 사양하는 마음에서 가능하다. 마치 신 앞에서 제를 베풀면 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인간과의 만남에서 예를 베푸는 것은 사양을 통해 남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본래 목적이 사회질서를 세우고자 했지만 점차 지배층의 통치권력을 강화하는데 강력한 터줏대 역할을 함으로 인해 상하 분명한 계급사회로 변모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③ 내세관
유교는 확실한 내세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종교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조상숭배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내세관을 소개하고 있다. 유교의 인간이란 정신과 육체가 교합된 것을 말하는데, 죽음은 이 정신과 육체가 분화된 상태를 말한다. 죽음 이후에 분화된 육체와 정신은 소멸되지 않고, 각각 개체로 존재하여 정신은 혼이 되고, 육체는 백(魄: 넋, 몸,형체)이 된다. 하늘로 올라간 혼과 땅에 묻힌 백에 제사를 통해 산자와 죽은 자가 서로 만나게 되고, 자손이 살아 계실 때의 부모를 생각하여 술과 음식을 조상에게 드리게 되면 조상신은 자식의 효성을 보고 술과 음식을 흠형(歆亨)한다.
공자는 제례행사에 참여하여 신이 제사를 드리는 장소에 꼭 와서 계신 것 같다며 제사를 지낼 때의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교에서는 조상신을 인정하고 있고 막연하게나마 영적인 사후의 세계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나 기독교와 불교 같은 확고한 내세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2. 유교가 기독교 선교에 미친 영향
1) 긍정적인 면
- 하나님의 개념
유교의 천과 상제의 개념은 기독교의 천주 또는 하나님을 쉽게 이해하여 받아들 수 있는 지반을 마련해 주었다. 물론 유교이전 한국 재래 종교에도 하나님 사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교의 천이나 상제개념으로 말미암아 보다 가까운 기독교적 이해의 지반을 마련했던 것으로 보인다.

- 성경이해
유교는 특히 경전을 숭배하였다. 유교에서는 고성('q)이 남긴 법전을 성경, 현전이라고 부르면서 유교경전에 대해 심히 존경하였다. 때문에 언어로나 행동으로나 감히 모독하지 못하고 모든 생활의 권위를 경전에서 찾았으며 이 경전에 대한 숭상과 종교성이 기독교의 성경으로 쉽게 접근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역사 속에서 볼 때 한국에서 제일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들은 한국의 유교학자들이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내세관
유교의 내세관은 확고하지 않지만 샤머니즘의 영혼불멸사상과 효 사상이 접목이 되어 제사와 영혼불멸의 신앙은 기독교 영생의 교리와 내세신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였다.

- 경천애인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유사하여 기독교 신앙이 한국 속에 뿌리박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한글성경
기독교가 한국에서 다른 타종교보다 더 적극적이고 쉽게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유교의 경전이 한문으로 기록되어 상류층의 독점물이 되고 하부층에서는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성경의 한글번역 보급으로 문맹퇴치의 역할과 더불어 서민과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로써 유교를 신봉하지 못했던 신앙의 길을 쉬운 한글 성경에서 찾았다.

- 성경독해와 교육
유교는 경전을 읽고 암송하고 뜻을 풀이하는 등 교육열을 고귀하게 여겼다. 개신교는 선교초기부터 성경을 독해시키고 사경회 등을 통해 성경공부를 가르치므로 교육에 대한 교육열과 그것을 새로운 지식습득이라는 면에서 더욱 접근하기에 용이하였다.

-윤리관
유교의 삼강오륜을 위시한 도덕윤리는 기독교의 십계명을 위시해 성경의 윤리적인 요소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기독교란 도덕윤리를 모르는 “상놈”의 종교가 아니라 윤리와 도덕의 종교라 하여 접근하기에 용이하였다.

2) 부정적인 면
- 제사문제와 우상숭배
유교의 조상 숭배는 샤머니즘의 사자숭배사상과 유교의 효도사상이 함께 절충되어 제사라는 강력한 민중신앙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모든 민중에게 대중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기독교는 우상숭배와 절을 십계명의 금기를 들어 유교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유교의 제사문제를 들어 이단으로 규정해 반대하게 됨으로써 곳곳에서 유교와 충돌하게 되었다. 이러한 제사문제는 선교의 현장에서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Ⅲ. 나가면서
유교의 신관과 인간관을 보면서 성경의 가르침과 본질적인 것은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들이 있음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기독교가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성장주의나 개교회 중심이라는 딴지를 걸 수도 있겠지만..-

유교의 “관계 윤리”속을 드려다 보면 “인”이라는 글자 속에서 최대로 함축되어 이것이 가정에서는 “효”의 개념으로 국가에는 “충”의 개념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예”라는 개념으로 체계화되었다. 이렇듯 유교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상에 똘똘 뭉쳐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사문제에 있어서만큼은(십계명의 제 1계명을 어길 수 있는 우상숭배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초기 기독교선교에 있어서 단호하게 선을 잘 그어놓았다고 본다.

하지만 선교적 관점에서 한 민족의 민족성과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제사문제를 언급한다면 유교적인 색채를 채 벗지 못했던 선교초기에 조상을 섬기는 일을 금하고 우상숭배라고 단정하여 멀리하도록 했던 급기야 이단이라고까지 했던 방법은 인간중심적인 유교사상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조상을 섬기는 일이 그들에게 있어서 자식된 도리로 목숨처럼 지켜왔던 이들에게는 단호한 결정이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일만큼이나 어려웠을 것인데 말이다.

이 제사문제는 그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특히 기독교인 중에 처음 믿는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는 문제이다. 또한 이것은 있다가 없어질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예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문제다. 그래서 제사문제 만큼은 무조건 배타적 시각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바람직한 기독교적 시각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변화 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필자에게 ‘어떤 방법이 있느냐?’라고 물으면 나도 뾰족한 방법을 제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추도예배를 드리지 않는가... 효는 살아있는 부모에게 하는 것이 효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그 어느 종교보다도 더 조상을 잘 기억하고 공경하는 종교임에 틀림이 없다. 그 까마득한 옛날 우리의 조상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을 오늘도 기억하고 기다리는 종교가 바로 기독교인 것이다.
십계명 안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이 있고, 성경을 살펴보면 구구절절이 조상을 기억하고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 있다. 단지 어떤 형식과 예식을 취하지 않았을 뿐이지 얼마든지 부모를 공경하는 일들이 있다. 그러므로 조상공경은 기독교의 핵심적인 사상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많은 말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개신교에서 제사문제는 선교의 토착화 문제에 맞물려 명확한 해답을 당장 내릴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참고 도서)
- 기독교대백과사전 12권, 1984
- 금장태, 유동식 『한국종교사상사 2』
- 유승국, 『동양철학연구』, 서울근역서재, 1983
- 백낙준, 『한국개신교사』, 연세대학교출판부, 1973
- 유동식, 『한국종교와 기독교』
- 채필근, 『한국교회에 미친 유교사상』, 한국교회와 선교
- 홍이섭, 『그리스도와 유교문화 - 기독교사상 강좌 제 3권』, 대한기독교서회, 1963
- 논문, 구자근, 『한국교회의 유교세계관의 영향에 대한 성경신학적 고찰』, 총신대,

  (논문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