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좋아진다.
연필은 초등학생 시절,
졸업과 동시에
손에서 떠난 필기도구.

연필로 쓴다는 것은
아직 문화인이 되지 못한
그런 이로 인식되곤 했는데
언제부터 인지 ....

연필이 좋아진다.
볼펜똥이 생길 일도 없고,
물방울에 번질 일도 없고,
쓰쓱 쓰쓱 쓰싹 쓱싹 ...

연필이 좋은 것은
열심히 쓰다가도
어느 정도가 되면 멈추고
다시 깎아야 하기에.

어느 한 가지에 빠지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멈출 수 있도록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가 있기에 좋다.

연필이 좋은 것은
잘못 쓴 것들은
큰 어려움 없이 지우개로
말끔히 지울 수 있기에 ....

그런데 왜 나이가 들수록
연필이 좋은 걸까?
이젠 빠질 일도, 번질 일도, 걸릴 일도
쓸 동안 별로 없을 텐데 ...

아하, 지울 일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