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도 겨울이

이런 날은 오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있는 옷 없는 옷 겹겹이 껴 입고 뒤뚱 거리는 사람들…머리에 타월 하나씩을 동여 맨 달리는 릭샤꾼들…평소에 늘어져 있다 뛰기도 하고 짖기도 하는 견공들….그렇습니다. 이 땅에도 겨울이 온 것입니다. 지리 했던 무더위 끝에 주어진 반짝 선물입니다. 2개월의 짧디 짧은 시간이지만 무더위에 혼미해졌던 정신을 주워담는 시간입니다. 다가올 10개월의 더위를 향한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겨울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마주 앉고 보니 발바닥 시리도록 반갑습니다.

언어학교

저희(아름다운)은 포상휴가라도 받듯 5개월의 언어공부 끝에 3주간의 꿀맛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시 시작될 벵국 글자를 생각하면 머리 끝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릅니다. 특히 다음 주부터 문법에 들어가는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듭니다. 또한 언어학교까지 오고 갈 전쟁터 같은 길을 생각하면 마음이 이내 방전되어 버립니다. 시간의 지혜를 내어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시간이 되길 소원합니다. 또 학교 가는 길이 신나는 시간이 되길 소원합니다.

일상

이젠 다음주면 멈췄던 공장이 돌 듯 일상이 가동됩니다. 초.중.고.대학교가 개학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다운이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은 6시 30분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오전에 언어학교에 다녀오면 시장보고 빨래하고 청소를 합니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아이들 공부를 봐주어야 합니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비로서 책상 앞에서 졸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시간들을 잘 요리할 수 있는 지혜를 간구합니다.

하늘나라보리 이야기

하늘(14) 드디어 방학을 했어요! 비록 지금은 꿈 같은 3주가 다 끝나가지만 킹 왕 짱 좋은 시간이었어요. 처음엔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사실은 이해가 왔다 갔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얼마 전엔 반에서 ‘베스트학생’으로 뽑혔어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1등을 했다고 다들 난리예요. 사실 저도 너무 기분 좋은 것 있지요. 히^^~. 엄마 이야기로는 이게 다 손 모아 주신 분들 덕이래요.

나라(11)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저는‘거북이 경주 상’을 받았어요. 아빠이야기로는 ‘그만하면 포기할 만한데 끈질기게 공부해서 주는 상’이래요. 그리고 얼마 전엔 한국에서 할아버지와 작은 아빠가 깜짝 방문을 하셨어요. 얼마나 좋았는지 입이 귀까지 달려갔지 뭐예요. 두 분 몸에선 그리운 한국냄새가 물씬물씬 풍겼어요. 비록 3일간의 방문이었지만 추운 겨울 따듯한 숭늉 같은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보리(8) 사실 처음에 학교에 와서 엄청 놀랐어요. 저는 글쎄 ABCD…Z까지나 외워주고 갔는데… 글쎄 이 글자들을 붙여 단어라는 것을 만들어 매일 시험을 보질 않겠어요. 읽기, 쓰기, 문법, 발음, 필기체, 스펠링, 과학, 건강, 수학,…그러다가 언제는 4일내내 중간시험이란 걸 보기도 했어요. 아는 것 다 써도 1시간이면 충분한데 4일 동안 계속 쓰라고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얼마 전 똑같이 기말시험을 보았는데 글쎄 선생님께서 상을 주셨어요. 모스트 임프루브.. 뭐라고 하던데… 아빠 말씀이 ‘지렁이처럼 박박 기던 학생이 개구리처럼 펄쩍 성적이 올라서 받은 상’이래요. 히히^^ 사실 책은 읽지만 무슨 말인지는 잘 몰라요.

먼지바람

요즘은 온 도시가 모래먼지로 충만합니다. 때론 모래로 샤워를 하는 듯 합니다. 피부 땡기는 맛을 볼 수 있다는 건기가 왔기 때문입니다. 냉장고 깊숙이 잊혀져 가던 로션도 쓰임 받고, 습기를 타고 승승장구했던 악취들도 끝 발을 잃는 계절입니다. 온갖 티끌이 온 도시를 덮어 어느 누구도 먼지세례를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래바람처럼 ㅅㄹ의 바람이 일어 당신을 알게 되는 은혜가 이 땅 가득, 이 하늘 아래 사는 모든 이에게 덮일 그 날을 기대합니다.

2011년 새해 모래 바람 이는 벵국에서 아름다운하늘나라보리 드림 

아름다운

1. 이 땅에 온 이유는 다른 아님 생명을 보기 위함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예비하신 영혼을 만나 생기가 불어 나가는 통로가 되기를.

2. 먼지 가득한 건기로 접어들었는데 건강을 잃지 않도록:

사방 가득한 흙먼지 속에서도 아름의 천식이 도지지 않고

다운이가 예전과 같은 왕성한 기력을 되찾도록

3. 갈수록 교통난이 심해져 학교(언어학교와 아이들 학교)를 다니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 길 가운데 즐거움을 부어주시도록

4. 1월에 다시 시작된 언어공부에 열심히 불일 듯 일어나며,

바쁜 일상가운데 지혜롭게 언어공부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늘나라보리 (13/10/7)

1. 지난 한 학기 동안 많은 분들의 손모음 덕에 아이들이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치고

나름대로(?) 최선의 성적으로 꿀맛 같은 방학을 보냈습니다.

2. 1월부터 시작된 2학기(각각 6학년, 4학년, 1학년)에도 주신 은혜로 단맛 나게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3. 나라 사정상 아이들이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지금처럼 건강을 잘 유지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