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황해도 재령 동부교회에 모든 사람에게서 존경받는 정찬유라는 훌륭한 장로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학교 앞에서 작은 문방구점을 경영하면서 어렵게 살았는데 가난하게 살다 보니까 하나님께 드려야 할 십일조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말씀을 듣는 가운데. ‘그래. 내가 하나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십일조를 떼먹고 드리지 않는다고해서 내 형편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래도 배고프고, 저래도 배고프다면 차라리 하나님께 십일조를 드리고 배고픈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아예 굶을 각오를 하고서 십일조 생활을 철저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차츰차츰 그의 형편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이 그에게 물질의 복을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였을 때 문방구점을 문을 닫고 건축자재 상점을 열었는데 때마침 건축 붐이 일어나서 엄청난 돈을 벌어 황해도에서 몇째 가는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사는 허름한 집도 현대식으로 고쳐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수리할 건축자재들을 준비하여 자기 마당에 잔뜩 쌓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흐뭇한 심정으로 건축자재를 바라보던 순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던가? 그런데 하나님의 성전은 허름한 채로 내버려두고서 내가 내 집만 새롭게 고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성전을 새로 짓기 전에는 자기의 집을 절대로 고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는 즉시 그동안에 모아놓았던 돈을 교회 건축헌금으로 바쳤습니다. 그 당시 돈으로 3만환이었습니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20억에 이르는 큰 돈입니다. 교회는 그 돈으로 새로운 교회부지 3만평을 산기슭에 구입하고 그곳에 현대식 건물로 예배당을 아름답게 지었습니다. 교인들은 그의 귀한 뜻을 기르기 위해서 예배당의 머릿돌에 “정찬유 장로 기념예배당”이라고 적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갑자기 정장로님의 모습이 교회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그는 멀리 떨어진 다른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놀란 목사님과 교인들이 부랴부랴 정장로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니 장로님, 왜 본 교회를 두시고 일부러 다른 교회에 출석하십니까? 무슨 섭섭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정장로님은 “제가 지금까지 동부교회에 출석한 것은 그 교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교회의 주인이 바뀌어서 정찬유 장로가 지은 정찬유 개인의 교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사람이 주인으로 앉아있는 교회에는 다닐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제야 목사님과 교인들은 그의 깊은 뜻을 깨닫고 그 즉시 예배당의 머릿돌에 있는 “정찬유 장로 기념예배당”이라는 글씨를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예전처럼 본 교회 출석을 하면서 더욱 충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어느 글에서 읽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글입니다. 교회를 정치역학이 아니라 목회철학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의 한계를 돌아봅니다. 우린 늘 모든 일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 합니다. 선악의 표준, 옳고 그름의 표준을 자신에게 두어 자신이 하는 일은 늘 옳고 남이 하는 일은 늘 잘못됐다는 무서운 착각에 빠집니다. 늘 자신을 앞세워야 하고 자기 이름이 돋보여야 하고 자신의 위상을 높여야 존재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주님보다는 내가 앞서고, 자신의 뜻을 주님의 뜻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내 이름 석 자 그것 때문에 우쭐하고 그것 때문에 의기소침합니다. 자기 얼굴, 자기 이름의 나르시시즘 환자가 되어갑니다. 어느 복음성가 가사처럼 자신의 욕심, 못난 자아가 늘 커다란 짐이 되어 자신을 짓눌러 맘을 곤고케 합니다.

새해에는 예수님 때문에 내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예수님이 높아지는 한 해로 살기를 원합니다. 이름 없이 빛 없이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는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함이, 세상을 정복하고 세상을 다스림이 주님을 위함이기를 바랍니다. 동분서주하는 우리의 분주함이 그분의 영광을 위함이고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는 겸손의 축복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