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삼호해운 소속 화물선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해군의 군사작전으로 무사히 구출됐다.

우선 현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청해부대의 특수요원들의 무탈한 작전 수행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선장에 총상이 있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실전 그자체인 상황에서도 우리 장병에 피해가 없었음은 다행스럽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009년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선박납치 사건 중 47건이 소말리아 해적의 소행이었다고 해다. 이 중 군사작전에 의해 해결된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4년여 동안 소말리아 해역에서 모두 8차례 해적한테 납치당한 우리 해운사로서는 100% 금전 협상을 통해 사태를 수습해 왔다. 따라서 이번 작전이 무법자들에게 일침이 됐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은 남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6대 해운국으로서 문제의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량의 1/5을 차지하고 있다. 언제든 해적의 노략질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삼호해운이 지난해 11월 소속 선박인 삼호드림호의 몸값으로 950만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하고도 선상에 대피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우리 선박회사들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작전으로 인해 향후 해적의 보다 치밀하고도 강퍅한 공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군, 해운업계의 대비책이 절실하다 하겠다.

그러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적이 양산되는 구조이다. 소말리아에서 해적은 귀족, 부유층, 상류계급화됐다고 한다. 내전 등 국가 혼란이 지속되면서 범죄 소탕 기능을 상실한 국가 체계 때문이다. 따라서 범법을 통제하는 법치를 온존시킬 체제를 확립하고, 해적 아니고도 정당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국민의 일상을 안정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는 필수적이다. 

이 와중에  해군의 작전 수행을 연일 찬양하는 대다수 언론의 행태도 사려 깊지 못하다. 특히 주요 방송사에 과도한 보도는 볼썽사납다. 작전 당일 MBC는 전체 35개 리포트 중 27개를, KBS는 24개, SBS는 22개를 소화했다. 이튿날에도 KBS는 19개, SBS 16개, MBC 11개를 소화했다. 균형과 중지를 잃은 처사이다. 내용 또한 군사작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 제기는 포기한 채 무용담 일색이다. 이 와중에 무기체계와 작전 개념이 노출됐다. 뒷탈이라도 생기면 누가 그 후폭풍을 감당할 지 의문이다.

군사적 해결 만능주의로 흐르는 부분 또한 걱정이다. 이번 진압이 어떤 상황이든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무모한 발상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 무력을 통한 해결은 장병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상황 인식에는 이런 사려가 있는가. 우려된다. 정략에 편승해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로 이뤄진 작전이라고 과시했다. 참모들은 기민하게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 나섰다. 북한에 대한 경고성 액션이기도 하다며 과도한 의미부여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조차 “비서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해 큰 논란이 있을 때는 침묵하던 대통령이 모처럼 호재를 맞았다고 직접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은 보기가 좀 그렇다”고 전언할 정도이다. ‘한국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고 1만km 떨어진 곳에서 호들갑을 떨어야 그것은 자위에 불과하다.

해적에 대한 사살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무차별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선동에 가깝다. 노자는 말했다. “전쟁에서 이겼을지라도 기뻐하지 말라. 그것은 결국 살인을 기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사태에 대한 접근, 보다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