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화면캡쳐

새해 벽두 CBS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좌파가 없어야 잘 산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승선한 좌파 병사에 의해 천안함이 폭발했다'는 발언으로 이미 지난해 '명성'이 자자해진 그 분, 강남 한 복판, ‘예수를 믿으면 구원은 물론 물질적 복도 받는다’는 원리를 설파하는 김성광 목사의 칼럼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서포터스에 다름 아닌 주장으로 우파 크리스천의 이론가처럼 부상했다. 이 글 역시 '기독교는 우파여야 하고, 물질적으로 부요한 게 선(善)'이라는 기존 주장의 되풀이라 하겠다.

뭐든지 사이비가 문제이다. 우선 김성광 목사에게 찍힌 사이비를 짚자. 대표적으로 3대 세습으로 사상적 파탄에 이른 김정일 김정은 집단이다. 어떤 사회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세습하는가. 그냥 봉건왕조국가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 체제의 사이비 사회주의는 이북 땅에서 소멸될 것이다. 그 무슨 미래지향적 가치가 있다고 군사 경제력에 있어서 몇십배 압도하는 남한 땅에 번지겠는가.

좌파의 원리는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데 있다. 이런 기본에 충실한 모델은 북유럽에서 비롯된다. 남측에서 진보 성향을 띈 이들이 추구하는 좌파 이론도 실은 휴전선 넘어 동토의 땅이 아닌 스칸디나비아 반도산(産)이 되겠다. 김성광 목사를 비롯한 이른바 ‘좌파 방역단’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김성광 목사 같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실존은 이 나라의 ‘북한화’가 아니라 ‘북유럽화’이다.

제 1야당 민주당은 ‘세금 더 걷을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여기에 대학 등록금 부담 절반 인하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무상복지라 함은 국가가 부담한다는 것인데 감당할 정부의 수익원은 대부분 세금 아니겠나. 여론의 호응이 만만찮다. 야권이 내건 무상급식 공약이 6.2지방선거에서 큰 화두가 됐고, 여당이 수세에 몰리는 큰 변수가 됐다. 이런 와중에 극소수 진보정당에서나 나오던 ‘부유세 과세’ 구호가 야당 유력주자의 입에서도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북유럽은 세 부담이 평균이 55%이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우리는 31%정도이다.) 우리도 그 길로 가자는 대담한 주장이다.

사실 무상복지는 ‘했다하면’ 돌이킬 수 없다. 민간사업자의 영역이건만 인터넷 사용자에게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꿔 과금하겠다고 해봐라. 민란 수준의 역풍이 일 것이다. 급식, 의료, 보육 등 공적 영역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시작했다 하면 그 무료 체계는 영속된다.

야당의 이런 카드에 여당이나 보수층의 불만은 자칫 세금 부담이 커지는 데 있다. 상당수 부자들은 참여정부 당시 6억 이상의 부동산만 있으면 납부해야 했던 종합부동산세제에 치를 떨어했다. ‘부자 된 벌금’이라고 명명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세금이 국세의 형태이어도 지방정부 지원금으로 쓰인다는 점 따위는 안중에 없다. 분배정의나 지역균형발전 등의 원리는 허울로만 봤다. 당시 보여줬던 ‘왜 내 재산 강탈해 가느냐’ ‘너 혹시 빨갱이 아니냐’ 이런 일차원적 대응 논리가 이를 말해준다.

최근에 ‘무상복지 바람’은 이런 기득권 세력의 성찰 없는 논리에 대한 반작용이다. 이미 이들 기득권 세력과 보수 성향의 기독교는 공동 운명체이다. 이들은 사립학교에 공적 감시 체계를 두자는 취지의 사학법 개정안도 ‘순교’ 운운하며 기를 쓰고 반대하더니, 2007년 대선에서 볼썽사나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한 배를 탔으며, 지금도 그 권력 유지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가치와 철학에 의한 ‘공조’라면 비난할 논리가 궁색할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기득권 유지에 천착해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했던가. 이들 우파는 낡고 녹슨 색깔론의 칼을 들어 ‘함께 사는 세상’의 염원을 절명케 하려한다. 그런 세상의 도래가 기본적으로 싫은 것이다. 자기 돈 내서 없는 이들과 함께 쓰는 게 본능적으로 싫은 것이다. 이게 과연 예수의 정신인가.

예수는 유대인과 비유대인,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를 없앴다. 병들고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그들의 회복을 간구했다. 가진 자에게 엄격했고, 잰 척한 자들을 경계했다. 약자에게 좀 더 편향적이었다. 그런데 그대들은 누구 편에 서 있는가.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 ‘우리 모두 예수 믿어 각자 부자 되자’는 유치한 삼박자 타령,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지 오래 아닌가.

‘좌파가 없어야 잘 산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렇다면 우파가 답인가. 우파의 경쟁지상주의가 교회간 교인 수 헌금액수 경쟁 또한 교인끼리 장로 집사 선출 경쟁을 부추겼고, 우파의 자본추구 논리가 대형 교회 신드롬을 자아낸 현실. 이를 어찌 봐야할까.

물론 우파의 긍정적 가치도 있다. 사회적 품격과 책임,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기회 균등의 원리이다. 그런데 우리네 우파는 과연 그러한가. 군복무, 납세, 준법 등 기본에서 어그러지기 일쑤이고,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알며, 영세 또 중소상공인의 상권을 약탈하는 식의 추행을 밥 먹듯 한다. 이런 우파가 세상에 어디 있나. 이건 사이비이다.

따라서 김성광 목사가 한 ‘좌파가 없어야 잘 산다’는 주장은 ‘사이비 좌파가 없어야 잘 산다’는 식의 부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여기에 더해 ‘사이비 우파가 없어야 잘 산다’는 주장을 내세우련다. 뭐든지 사이비가 문제이다. 사이비를 소탕하자.  

/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