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조사결과를 보니까 한국인 20대가 가장 가고 싶은 외국계 기업으로 ‘구글’이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또 다른 통계를 보니 국내외 통틀어 가고 싶은 기업에서 1위는 구글이었다. 수직계열속에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딱딱한 이미지의 한국계 기업에 비해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각종 회사지원이 풍부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 추세에 따른 것.

구글은 파격적인 근무환경 역시 주목받는다. 자동 안마의자, 당구대, 오락기, 자전거 등 놀이기구와 먹을거리가 배치된 파격적인 근무 환경과 일과 놀이를 함께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꿈꾸는 구글의 경영철학이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만큼 열려있는 해외 근무기회도 매력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자,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를 보니까 1위가 바뀌었다. 해외조사 결과이긴 하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사인 페이스북이 판을 뒤집은 것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 회사 내 기회, 사내 소통, 직원의 사기 등 8개 항목을 기준으로 최고점을 받은 것이다.

구글에 몸담고 있다가 페이스북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글의 핵심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성장을 이끌어온 수석엔지니어와 임원 상당수가 최근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페이스북 직원 2000여 명 중 7%에 해당하는 137명이 구글 출신이며, 이들 대다수가 구글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왜 숱한 인재들이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기고 있는 것일까?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던지 삼성경제연구소가 보고서까지 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페이스북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모델로서의 창업자가 있으며 특히 기업공개를 앞둔 신생기업으로서 스톡옵션 등 직원들에게 막대한 재산 형성의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긴 한 직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거대해져 느리게 움직이는 회사가 돼 버렸고, 페이스북은 이에 견줘 모든 일이 재빠르게 이뤄진다”고 이직의 이유를 밝혔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와중에 구글 수석부사장이 회사 설립 뒤 최대 규모인 6000명 넘는 인원을 올해 뽑을 예정이며, 전 세계에서 최고 인재를 찾는다는 내용을 밝혔다.

상전벽해다.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인재들이 제 발로 와서 “나를 써주쇼”라고 했던 기업이 바로 구글 아닌가. 따라서 이런 식으로 구글에서 일하는 게 벤처기업과 견줘 어떤 이점이 있다고 홍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검색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분야에서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둘 다 혁신적 기능을 내세워 기존 강자들을 제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에서 찾는 것도 같다.

정상의 기업 사이에 인재 확보 경쟁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직은 상당수 직장인의 희망이기도 하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니까 직장인 72.6%가 ‘명절 전후로 이직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실 연말연시만 되면 뜰 생각을 하게 된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때 인사철이란 점이다. 승진에서 물 먹으면 회사에 대한 희망, 본인의 앞날에 대한 전망 이런 게 잿빛이 되는 것이다.

실제 직장인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나 직장 내 대인관계보다도 '기업의 비전에 대한 낮은 신뢰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낮은 연봉 △상사와 동료와의 인간관계 △업무와 업종이 맞질 않아서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순간의 감정으로 이직을 결단하는 건 아니다. 현재 이직을 위해 가장 우선시 준비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업무실적을 쌓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영어 같은 △어학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응답이 있었다고 한다. 남 몰래 꾸준히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이건 그나마 직장생활을 최소 다년간해본 경력직의 이야기지만, 요즘에는 신입들의 이직율도 높아서 논란이다. 한 신입급 직원의 이야기이다. “취업했다. 세상이 내 것 같았다. 지옥훈련에도, 툭하면 이어지는 야근과 회식에도 고단한 줄 몰랐다. 그러나 점차 회의와 갈등이 치솟기 시작했다. 제대로 가르쳐주진 않고 틀리면 그것도 모르냐고 몰아세우는 대리, 종일 별 말 없다가 퇴근 무렵 일을 던지면서 내일 아침까지 해놓으라는 과장,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는데 자기식대로 하라고 우기는 부장을 보면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가뜩이나 죽겠는데 눈치 보며 일하던 과장 · 부장이 구조조정 당하는 걸 보면 '내 앞날은' 싶어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표 내고 유학 가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동료를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갑자기 ‘파랑새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파랑새 증후군에 속한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 "행복이 가득한 직장"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탓에 좀처럼 자신의 자리나 지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식의 행동을 하기 일쑤다. 지체 없이 만족해야 하고 보상을 받아야 비로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파랑새신드롬 때문에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3년 이내에 신입사원 중 60%정도가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입사 1년 돼 퇴직 안 한 직원을 상대로 '취업 돌잔치'를 해주는 기업도 있다.

사직, 사실 쉬운 게 아니다. 한 채용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사표를 써본 적이 있지만 실제 제출한 사람은 22.9%였다고 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생계문제 등이 달려있어 꾹 참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까지는 아니더라도 ‘갈 데 없어 그냥 지금 직장 참고 다닌다’라는 패배감을 안겨주는 직장에게 미래는 없다. 청년의 패기와 창의력을 적절하게 수렴할 수 있는 기업문화, 그게 나중에 실적이 되며 돈이 된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