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시킨 가운데 예장통합 총회가 구제역 사태에 대한 신학적 입장과 교회 대응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예장통합 기관지 <한국기독공보>에 따르면, 총회 사회봉사부(부장:김정동)와 군농어촌선교부(부장:임은빈)가 1월 28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포럼에서는 △구제역의 개념 △구제역에 대한 신학접 입장 △구제역 현장 보고 내용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구제역 사태를 신학적 해석으로 접근한 정종훈교수(연세대학교)는 "가축들을 하나님의 뜻대로 관리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질을 한없이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면서 "한국교회는 축산농민들과 함께 울고， 그들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처럼 여기며， 우리의 잘못들을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회개하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정종훈 교수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탐욕적인 식생활을 개선하고， 생명운동을 전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 한경호 목사(횡성영락교회)는 상처 받은 축산업자의 현 상황을 소개하며 미래의 농업과 축산， 그리고 교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한경호 목사는 "축산업뿐만 아니라 농업도 죽임의 농업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안락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것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며 "규모를 줄이고 생명을 살리는 생명농업(유기축산)으로 전환하고 도시교회 목회자 및 성도들의 각성과 실천， 육류 소비의 비중 감소와 곡ㆍ채식 중심의 식생활 전환운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1백여 명의 목회자와 관계자들은 구제역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구제역 사태가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따르지 않은 결과물로 보고， 동물들을 탐욕적 먹을거리로 전락시킨 잘못된 식습관과 가축 매몰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 새로운 축산정책의 설정을 촉구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구제역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동 대처 잘못을 강하게 지적하며 구제역 확산 방지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강구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날 포럼 개회예배에서 총회 부총회장 박위근 목사(염천교회)는 '내가 그들의 땅을 고칠 것이다'제하의 설교에서 "피 눈물을 흘려야 했던 피해 농민들과 지금도 구제역이 우리 농장으로 옮겨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전국의 축산 농가들에게 하나님의 큰 위로가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면서 "사람들은 재난의 원인을 찾느라 분주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먼저 찾고 기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예장통합 총회는 구제역 사태 관련 모금을 사회봉사부와 군농어촌선교부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헌금은 구제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교회들의 상황을 면밀히 실사해 치유와 회복에 실제적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는 일에 쓰인다.

신한은행 140-005-699499 (재해구호)
국민은행 008-01-0368-107 (예장총회)
우 체 국 010793-01-000499 (예장총회)

한편 다음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총회장 담화문.

구제역 피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축산농민들과 방역당국자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올해 1월 9일 현재 전국 6개 시․도, 49개 시․군에서 120만여 마리가 살처분 및 매몰 되었고, 그 피해 규모는 1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 안동의 한우산업은 이미 전멸했고, 경기도의 돼지산업은 50~90%이상이 참담하게 붕괴되었으며, 종자를 공급할 번식 농장도 구제역에 쓰러지는 등 국내 축산기반은 무섭게 붕괴되고 있습니다. 구제역 백신접종으로 인해 축산 청정국의 지위가 오염국으로 전락되어 향후 축산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도 심각한 피해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되고 있어 어려움이 배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어려운 농촌의 현실 속에 이러한 재앙이 겹쳐 현재 농촌은 극심한 고통 속에 빠져 있습니다.

태초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인간에게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고 위탁하셨습니다. 지금은 하나님이 맡기신 피조물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인간 스스로 더 많은 소비와 향락을 위해 하나님의 피조물이 희생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번 사태가 사회적 타락에 대해 교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예언자적 사명을 잃어버린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총회는 농촌의 심각한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총회는 구제역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농민과 특히 축산 농가에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이번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방역관계자의 노고를 격려하며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총회는 전국교회와 함께 고통당하는 농민들과 관계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 협조해 나갈 것입니다.


둘째, 정부는 더 이상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축산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방역대책에 최선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태를 국가적 재난으로 선포하여 피해를 당한 농가의 적절한 보상을 고려하는 한편, 국내 축산업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전국적인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주시고, 나아가 우리 농촌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마련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보다 많은 소비를 위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적인 삶에 있습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따르지 않고, 소비와 향락 속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깊이 회개하며, 영적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보호하고 아끼는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과 사회구조 변화가 필요할 때입니다. 생명을 살리시는 하나님 뜻에 합당한 경건과 절제의 삶이 지속되도록 우리 총회가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이에 총회는 전국교회와 성도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지침으로 이번 사태에 대처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1.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합시다.

1월 17일(월)부터 22일(토)까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한 주간 집중적으로 ‘구제역확산방지 금식기도주간’으로 정하고,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축산농가와 농어촌교회를 위한 예배를 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전국교회는 1월23일 주일에 구제역 뿐 만 아니라 열악한 농촌 현실로 어려움을 당하는 농촌과 농민, 농촌교회를 위한 예배로 드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회개와 영적 갱신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갑시다.

전국교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스스로의 죄악과 잘못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 진심으로 회개하며 새로운 영적 각성과 갱신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계기로 삼기 바랍니다.

4. 방역당국의 노력에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각 지역 방역종사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시고, 향후 지속될 방역 활동에 각 교회와 지역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1년 1월 11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김정서 목사